[그날 그후] 박삼구, 금호산업 등기이사 복귀 7년... 내실보다 외형에 골몰한 오너의 '원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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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후] 박삼구, 금호산업 등기이사 복귀 7년... 내실보다 외형에 골몰한 오너의 '원죄'
  • 김명현 기자
  • 승인 2020.11.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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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리한 인수합병으로 2009년 그룹 유동성 위기 자초...사실상 그룹 해체
- 금호산업 경영복귀 후 그룹 재건에 '속도'...무리한 인수로 '과오 반복'
- 자금지원 동원된 아시아나, 재무 체력 약화...매각 시도했으나 '노딜'로 종결
- 경영 퇴진 후에도 부당거래 의혹에 '곤혹'...책임지는 조치는 요원
박삼구 전 회장. [사진 연합뉴스]

2002년 9월 그룹 총수 자리에 오른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사퇴와 복귀를 반복했다. 박 전 회장의 퇴진과 복귀에는 매번 그 나름의 이유가 있었지만, 그는 퇴진 이유가 됐던 과오를 복귀 후에도 다시 일으키길 반복했다.

그리고 그는 지난해 3월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났다. 그 사이, 한 때 재계를 주름잡던 그룹과 계열사는 어느 것 하나 성한 것 없이 수렁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풍비박산 지경이다. 

그의 시선은 늘상 '안'보다는 '밖'을, '내실'보다는 '외형'에 쏠려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타이어와 항공사, 고속버스, 석유화학 등을 모두 거머쥐고 풍부한 자산을 자랑하던 그룹이 경영난에 봉착하게 된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그날

2013년 11월, 금호산업 등기이사 복귀...그룹 재건 밑그림

박삼구 전 회장은 2013년 11월 주력 계열사인 금호산업의 등기이사로 재선임됐다. 금호산업의 워크아웃 개시 직후인 2010년 3월 경영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지 약 4년 만이었다. 박 전 회장은 공식 복귀 전에도 채권단의 암묵적인 동의 하에 금호산업의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었다. 그런 그가 등기이사로 선임되면서 공식적인 직함을 달고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된 것이다.

금호산업을 되찾아야 했던 박 전 회장이 복귀에 임하는 각오는 단단한 듯했다. 그는 "경영정상화에 실패하면 금호산업과 관련된 모든 지분을 내려놓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금호산업의 지분 67%를 쥐고 있었던 채권단은 박 전 회장의 복귀에 대해 "경영정상화에 실패했을 경우 책임을 묻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라고 밝혔다. 채권단은 박 전 회장이 약속한 바와 같이 회사 경영이 더욱 악화되면 경영권 박탈은 물론, 그의 지분 전량을 매각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그의 복귀가 '책임경영' 차원이라는 채권단의 설명과 달리 '특혜 논란'도 일었다. 박 전 회장이 금호산업을 워크아웃에 이르게 한 장본인인데,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처지의 사람을 다시 경영 전면에 세운 것은 특혜라는 지적이었다. 또한 업계에선 그가 금호산업의 경영권을 완전히 되찾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으로 해석했다. 박 전 회장이 경영정상화에 성공하면 채권단으로부터 주식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받기로 했기 때문이다. 

금호그룹은 2002년 7월17일 오전 금호인력개발원에서 황인성 전 총리, 전윤철 경제부총리, 김우식 연세대총장, 김각중 전경련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故 박정구 회장 영결식을 가졌다. [사진 연합뉴스]

박 전 회장은 2002년 형 박정구 전 회장이 세상을 떠난 뒤 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 오른 그는 내실을 다지기에 앞서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진행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의 '통 큰' 결정은 결과적으로 잘 나가던 그룹을 어려움에 빠뜨린 원인이 됐다.

특히 2006년 대한통운(4조1000억원)과 2008년 대우건설(6조4000억원) 인수는 그룹 안팎에서 '통한의 패착'이라고 불린다. 그는 인수를 통한 사세 확장을 추진하면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재계 서열 7위까지 끌어올렸지만, M&A에 소요된 10조 넘는 돈은 그룹이 소화하기 버거운 것이었다. 그리고 이 버거움은 바로 위기로 이어졌다.

첫번째 타격은 대우건설로부터 출발했다.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고 건설경기가 본격적으로 둔화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대우건설의 기업가치는 크게 떨어졌고, 재무적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하자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에 빠지는 연쇄 반응이 일어났다. 결국 2009년 12월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을 신청했고, 뒤이어 금호석유화학과 아시아나항공이 채권단과 구조조정 방식의 일종인 자율협약 절차를 밟았다.

이때부터 유동성 확보를 위해 알짜 계열사의 처분이 거듭됐는데, 실상 이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해체되는 과정이기도 했다. 박삼구 회장은 대우건설(2009)과 금호렌터카(2010), 대한통운(2011) 매각에 이어 그룹의 모태인 금호고속(2012)까지 내놓았다.
 

◆그후

'내실보단 외형 확장?'...무리한 인수로 '과오 반복'

박 전 회장이 계열사 매각을 거듭하며 경영정상화에 집중하면서 상태는 호전되는 듯 보였다. 그가 회장에 복귀한 뒤인 2014년 10월 금호산업은 조건부로 워크아웃을 졸업했고, 같은 해 12월 아시아나항공과 금호타이어도 각각 자율협약과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박 전 회장은 주요 계열사들이 속속 회생하자 그룹 재건에 도전했다. 그는 2015년 5월 금호고속을 4150억원에 재인수했고, 무엇보다 금호산업 채권단이 보유한 경영권 지분을 사들이는 데 온 힘을 쏟았다. 금호산업만 인수하면 아시아나항공과 금호터미널 등을 모두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채권단과의 밀고 당기기 끝에 박 전 회장은 2015년 9월 금호산업 주식매매계약을 체결, 같은 해 12월 인수대금 7228억원을 완납했다. 그는 금호산업을 되찾으면서 "그동안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죄송하고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을 위해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는데 너무 고맙다"며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지켜 본 많은 분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전 회장은 금호산업 재인수를 위해 약 5000억원의 대기업 투자와 금융권 차입을 동원하면서 큰 재무적 부담을 질 수밖에 없었다. 당시 '금호산업 워크아웃 개시 후 6년 만에 그룹 재건' 식의 언론보도가 쏟아졌지만, 많은 차입금으로 인한 금융비용과 투자자 수익 배분 등을 걱정하는 목소리 또한 높았다.

이듬해 1월, 박 전 회장은 "금호타이어 인수를 통해 그룹 재건을 마무리해야 하는 마지막 과제가 남아 있다"며 금호타이어 인수에 뛰어들었는데, 이 또한 악수(惡手)로 평가된다. 업계에선 그룹 내 지분 관계가 거의 없는 계열사인 금호타이어를 무리하게 인수하려는 것을 두고 강한 우려가 제기됐다. 금호산업의 인수 여파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매각가가 1조원에 육박하는 회사를 인수하려고 나섰기 때문이다.

박 전 회장은 6300억원대의 금호타이어 자구안이 거절당하는 등 채권단과의 지속적인 마찰을 겪은 끝에 2017년 11월 금호타이어 인수를 포기했다. 당시 박 전 회장은 "이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운수와 건설, 항공 부문 중심으로 경영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호타이어 재인수건은 이렇게 일단락 됐지만 그가 그룹 재건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사이에 주요 계열사의 재무 체력은 방전 상태에 놓이게 됐다.

한 재계 관계자는 "당시 대우건설 등을 인수하면서 그룹 전체를 위기로 내몬 박 전 회장이 과오를 반복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었다"며 "그룹 주력 계열사들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지 않고 약 2년간 쓸데없이 에너지를 소진한 셈"이라고 평했다.

아시아나 항공기. [사진 연합뉴스]

특히 아시아나항공은 인수자금 마련 과정에서 급격히 부실화 됐다. 2018년 아시아나항공의 별도기준 부채비율은 814%였고 이자비용만 1634억원에 달했다. 2019년 안에 갚아야 할 부채도 1조3000억원가량 됐다. "회사보다 총수를 위한 그룹 재건이 목표였다"라는 세간의 평가가 나오는 까닭이다.

드디어 운명의 시간이 다가왔다. 아시아나항공이 2019년 3월 제출기한을 하루 넘기고 공개한 감사보고서가 감사의견 '한정'을 받은 것이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의 공시에 따르면, 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은 감사보고서에서 ▲운용리스 항공기의 정비 의무와 관련한 충당부채 ▲마일리지 이연수익의 인식 및 측정 ▲손상징후가 발생한 유무형 자산의 회수가능액 ▲당기 중 취득한 관계기업 주식의 공정가치 평가 ▲에어부산의 연결 대상 포함 여부 및 연결 재무정보 등과 관련해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 증거를 입수하지 못했다고 한정 감사의견을 낸 이유를 밝혔다. 회사는 5일 뒤 감사의견 '적정'을 받은 감사보고서를 공시했으나 그 역시 내용이 부실해 시장의 불신을 거둬내기엔 역부족이었다. 

박 전 회장은 2019년 3월28일, 아시아나항공이 감사보고서 문제로 시장에 혼란을 초래한 것에 책임을 지고 전격 퇴진을 선언했다. 그룹 회장직,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의 대표이사직과 등기이사직, 금호고속 사내이사직 등 그룹 내 모든 직함을 내려놓은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박 전 회장의 사퇴 직후 그룹의 유동성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각이 추진됐다.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박 전 회장의 사퇴와 그룹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은 어찌보면 정해진 수순이었다.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그룹은 물론, 아시아나항공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확실한 방안을 아시아나 매각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금호산업은 곧바로 매각 주관사 선정을 시작으로 같은 해 9월 예비입찰, 11월 본입찰을 거쳐 HDC현대산업개발(현산)-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을 아시아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2019년 12월, 금호산업은 경쟁자보다 1조 가량 높은 금액을 써낸 현산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뒤 2020년 6월까지 매각 작업을 마무리 짓기로 했다. 

그러나 현산은 2020년 초 항공업 사상 유례없는 악재인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매각 거래를 차일피일 미뤘고, '빅딜'로 주목을 받았던 M&A가 2020년 9월 '노딜'(거래 무산)로 종결됐다. 이로써 아시아나항공은 6년 만에 다시 채권단 관리 체제에 놓이는 신세가 됐다.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본사
금호아시아나 본사. [사진 연합뉴스]

박삼구 회장이 퇴진하기 전인 2018년 7월에는 아시아나항공에서 '밥'이 없어 승객들의 '발'이 묶이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른바 '기내식 대란'이다. 아시아나는 기내식 공급에 차질이 발생해 국내 출발 57편과 해외 출발 43편 등 국제선 항공편 100편을 1시간 이상 지연해 운항했고, 항공편 일부는 기내식 없이 운항하기도 했다. 

업계에선 이를 두고 박 전 회장이 그룹 재건을 위해 자금을 투자받을 목적으로 무리하게 기내식 업체를 바꿔서(LSG스카이셰프코리아→게이트고메코리아) 생긴 문제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스카이셰프코리아는 15년간 아시아나에 안정적으로 기내식을 공급했던 업체였다. 아시아나는 2016년 12월 중국의 하이난항공그룹 계열사인 게이트고메스위스와 4대6 비율로 설립한 합작 투자법인 게이트고메코리아에 30년의 기내식 독점 공급권을 부여했다.

박 전 회장은 기내식 대란 나흘째에 기자회견을 자청해 "승객과 국민에게 사과하는 것은 물론 이번 사태로 현장에서 직원들이 고생하는 데 대해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전적으로 제 책임이다. 변명할 생각이 없다"고 고개를 숙였다. 다만 당시 그는 기내식 사업 주체를 교체한 것은 자금 유치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업체 변경에 대해 "기내식 신규 사업을 시작한 것이지 지배권 강화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항변했다.

'기내식 대란' 관련 입장 밝히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기내식 대란' 관련 입장 밝히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사진 연합뉴스]

박 전 회장이 직접 나와 사과하면서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아시아나 직원들은 SNS 오픈 채팅방을 만들어 하청업체와의 불공정거래 및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 사익 편취 의혹 등을 제기하며 '박삼구 퇴진'을 촉구했다. 직원들은 2018년 7월6일 촛불집회를 열어 첫 단체행동에 나섰으며 이는 8월 말까지 지속됐다. 2018년 12월, 서울 강서경찰서는 기내식 대란과 관련된 박 전 회장의 횡령·배임 등 혐의에 대해 무혐의 판단을 내리고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박 전 회장은 여성 승무원과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다는 의혹을 받으며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2018년 2월,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익명 게시판 앱 '블라인드'를 통해 박 전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본사에 방문할 때마다 여성 승무원들을 껴안거나 손을 만지는 등의 행동을 일삼았다는 글을 올렸다. 또한 회사 강요에 의해 박 전 회장과 팔짱을 끼고 노래를 부르는 이벤트에 동원됐다는 제보 등이 이어지며 논란을 빚었다.

이에 박 전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의 사내망에 글을 올려 "전적으로 내 불찰이고 책임"이라며 "불편함을 겪은 직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박 전 회장은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의 갈등도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형제는 박 전 회장이 대우건설·대한통운 인수를 추진한 시점 이래로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웠다. 박찬구 회장은 형제경영의 원칙이 훼손됐다고 판단해 금호산업 지분을 모두 팔아넘기고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늘려 결국 계열 분리를 단행했다. 

박찬구 회장은 2009년 '금호' 상표권에 대해서도 금호산업과의 공동소유를 주장하면서 법정 공방을 벌였고, 2015년 6월에는 박 전 회장 때문에 회사가 손해를 입었다며 그를 배임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이들의 갈등은 그룹 계열사간 시너시 훼손 등 그룹 경영에 실질적인 타격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그리고, 앞으로

부당거래 의혹 검찰 수사 착수, 아시아나 노딜 '원죄론' 부상...책임지는 조치는 요원

박 전 회장은 현재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지만 그룹 재건을 위해 무리를 거듭했던 과거의 행보로 인해 법적 다툼에 나서야 할 처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0년 8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경영정상화 과정에서 총수 중심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금호고속을 조직적으로 지원했다고 발표했다. 박 전 회장 등이 2016년 당시 기내식 독점 사업권 계약을 매개로 게이트그룹으로부터 교환사채(BW)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1600억원을 조달했고, 또 9개 계열사의 자금 1306억원을 동원했다는 것.

기내식 업체변경 사건의 거래구조. [공정위 제공]

이에 따라 공정위는 그룹에 총 3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박 전 회장과 당시 그룹 전략경영실 임원 2명,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을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아시아나 기내식 거래와 연관된 제3자를 매개로 금호고속을 우회 지원한 사실을 은닉하려 했지만, 면밀한 조사로 확보한 증거자료를 통해 법 위반을 입증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조치를 통해 총수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목적으로 제3의 기업을 매개로 기업 내부거래가 우회적으로 이루어지는 행위에 대해 경종을 울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룹 측은 공정위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법적대응 가능성을 시사했다.

2020년 10월 현재 검찰은 공정위의 해당 고발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검찰은 박 전 회장과 전략경영실 임원들이 부당 내부거래 의혹을 직접 지시했는지 확인하고, 총수 일가를 부를 것으로 관측된다. 대규모 과징금과 경영진 검찰 조사 등이 현실화되면 그룹 정상화는 완전히 물건너갈 뿐만 아니라, 박 전 회장의 인신 구속으로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아시아나항공 노딜의 여파는 아시아나 최대주주인 금호산업과 지주사 금호고속을 중심으로 한 '금호그룹' 재편에 차질을 가져왔다. 당장 금호고속은 차입금 상환에 문제가 있고, 금호산업도 아시아나 매각 대금을 활용한 신규 투자 계획이 M&A 무산으로 기약할 수 없는 상태에 놓였다. 

이에 대해 금호산업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되면서 금호산업이나 금호고속에 대한 우려가 있는데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며 "금호산업의 본질 가치는 전혀 변한 게 없으며 금호고속 역시 코로나19 사태로 잠시 어렵지만 곧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본사. [사진 연합뉴스]

자본잠식에 빠진 아시아나항공은 2020년 11월3일 3:1 무상 감자(減資)를 추진하기에 이른다. 자본잠식률을 낮춰 관리종목 편입을 피하기 위해서다. 아시아나는 2020년 상반기 말 기준으로 자본잠식률이 56%를 넘어섰고, 2020년 하반기 영업손실이 점쳐지면서 자본잠식률이 더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3:1 무상 감자는 경영정상화를 위한 불가피한 과정이며, 주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고심한 끝에 나온 방안"이라며, 차등감자가 아닌 균등감자 추진 이유에 대해선 "대주주 지분은 매각결정과 동시에 채권은행에 담보로 제공됐고, 2019년 4월 매각결정 이후 대주주가 회사경영에 전혀 관여하고 있지 않은 점, 거래종결을 앞둔 M&A가 코로나19로 무산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아시아나 매각 불발 직후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으로 아시아나항공에 2조40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금호고속은 아시아나 매각이 무산되면서 자금난이 가중됐고, 연말까지 자금이 4000억원가량 부족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업계 안팎에선 박 전 회장이 아시아나 노딜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은 없지만 부실경영으로 매각에 이르게 한 '원죄'가 있어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참여연대는 2020년 9월18일 논평을 통해 "아시아나에 대한 기안기금 지원은 박 전 회장의 책임 면피 수단이 돼선 안 된다"면서 "코로나19에 앞서 박 전 회장이 아시아나의 경영난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 점이 간과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회사 전체의 이익보다 총수 사익 우선 경영으로 기업 부실을 심화시킨 박 전 회장에 대해 사재출연 등 책임 있는 조치가 요구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상 박 전 회장은 아시아나의 자본잠식이 코로나19 사태 때문인 양 하며 책임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두산이 채권단과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맺으면서 오너 일가가 보유했던 두산솔루스를 가장 먼저 매각했던 사례와 대비되는 지점이다.

박 전 회장에게 그룹의 몸통인 아시아나를 매각하는 것이 '뼈아픈' 결정이었다면, 9000여명의 아시아나 임직원들은 현재도 '뼈를 갂는'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그의 아들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이 그룹 재건의 꿈을 이어가고 있는 것 만큼, 박 전 회장의 책임있는 결단이 나올 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명현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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