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허인 연임은 '조직 안정' 때문...카드 이동철· 손보 양종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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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허인 연임은 '조직 안정' 때문...카드 이동철· 손보 양종희는?
  • 박소연 기자
  • 승인 2020.10.21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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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인, 3연임 윤종규 회장과 조직 안정 최우선에 두는 '케미' 맞아
- 이동철, 양종희는 유임 점쳐지나 금감원 '직무정지' 통보받은 박정림은 '불안'

KB국민은행 허인 현 행장이 차기 행장 후보로 추천되면서 곧 이어 진행될 KB금융그룹 내 CEO들의 인사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유력 행장 후보였던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과 양종희 KB손해보험 대표의 연임 내지 이동 여부를 두고 여러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번 허 행장 3연임을 두고 금융계에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안정에 방점을 둔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코로나19, 사모펀드 사태 등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는 변화를 주기에는 지배구조 등 위험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일 KB금융지주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는 차기 은행장 후보로 허인 현 행장을 선정했다. 이로써 허 행장은 KB국민은행 사상 처음으로 3번째 연임해 임기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대추위는 허 행장이 신속하고 효율적인 위기관리능력으로 리딩뱅크의 입지를 수성했고, 계열사 시너지 수익 극대화, 신성장 동력 확보 등을 위해 안정적인 조직 운영과 내실있는 변화를 추진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사실 허 행장의 재연임은 이변이 없는 한 예고된 것이었다. 국민은행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사모펀드 사태를 모두 피해갔다. 국민은행을 제외한 대부분의 은행들이 사모펀드 환매 중단과 관련해 투자자들의 항의를 받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선방한 셈이다.

금융업권에서는 윤 회장과 허 행장 두 사람 모두 성과보다는 조직 안정을 우선시한다는 점에서 '케미'가 맞는다는 얘기가 있다. 덕분에 KB금융은 올해 2분기 리딩뱅크 자리를 되찾아왔다. 신한금융이 사모펀드 환매 중단에 따른 보상액을 준비하면서 실적 면에서 주춤했기 때문이다.

허 행장이 국민은행장과 KB금융지주 디지털혁신부문장을 겸직할 만큼 디지털에 밝다는 점도 강점이다. 국민은행장 연임에 성공한 후 개인고객그룹, WM그룹, 디지털금융그룹, IT그룹 부행장직을 신설했다. 금융권 최초로 알뜰폰 사업에 진출하는 등의 디지털 전략을 과감히 펼치고 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사진=KB금융지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사진=KB금융지주]

이번 연임을 통해 허인 은행장은 명실상부한 KB그룹 내 2인자의 자리를 굳혔고, 한발 더 나가 차기 KB금융 회장직에 더 가까워 것으로 평가한다. 

지난 1988년 장기신용은행에 입행한 허행장은 '최초의 노조위원장 출신 시중은행장'이란 기록을 갖고 있다. 그는 2017년 11월 은행장 선임 후 우선적으로 국민은행 노조를 찾는 등 노사 문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 2019년 1월 일어났던 국민은행 파업 당시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됐던 파업이 보름만에 일단락되는데는 그의 역할이 작지 않았다.

KB국민은행장은 윤종규 회장과 함께 KB금융지주의 등기이사를 맡는다. 허 행장은 당연직으로 KB금융그룹의 대추위에 들어가게 돼 계열사 CEO를 결정하는 데 역할을 한다.

(사진 왼쪽부터) 허인 국민은행장, 이동철 KB국민카드 대표, 양종희 KB손해보험 대표 (사진=녹색경제신문)

행장 자리가 결정됨으로써 이제 관심은 앞으로 있을 KB금융그룹 내 CEO들에게 모아진다. 은행장 후보로 하마평에 올랐던 CEO들의 인사 이동이 관심의 초점이다. 다음 달 중으로 대추위가 다시 열려 계열사 CEO들의 연임 여부를 결정한다. 

KB금융그룹 안팎에서는 다른 계열사 대표이사들도 일단 내년까지는 유임될 것이란 시선이 늘고 있다. 조직 안정을 우선시하는 윤 회장이 코로나 19 확산과 경기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변화의 폭을 되도록 적게 가져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KB금융 계열사 CEO인 양종희 KB손해보험 대표, 이동철 KB국민카드 대표, 박정림·김성현 KB증권 대표, 조재민·이현승 KB자산운용 대표, 황수남 KB캐피탈 대표, 허정수 KB생명보험 대표, 김청겸 KB부동산신탁 대표, 신홍섭 KB저축은행 대표, 김종필 KB인베스트먼트 대표, 김해경 KB신용정보 대표 등은 모두 올해 말 까지가 임기다.

유력 행장 후보로 거론되던 이동철 KB국민카드 대표는 올해 높은 성과가 예상되면서 3연임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 사장은 지난 2018년부터 KB국민카드를 이끌며 글로벌 진출·KB페이 등 굵직한 성과로 존재감을 과시 중이다. 특유의 추진력으로 점유율 2위인 삼성카드를 바짝 따라잡고 있어 내부 평가가 높다.

KB금융그룹의 보험부문장을 맡고 있는 양종희 KB손해보험 대표 역시 연임 가능성이 높다. 양 사장은 LIG손보가 KB손보로 이름을 바꾼 이후 초대 김병헌 사장의 뒤를 이어 2016년부터 KB손해보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KB금융이 KB손보 외에도 푸르덴셜과 KB생명보험 등 보험사 라인업 강화를 통한 비은행 수익의 증대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보험계열사 CEO들의 좌장격인 양 대표의 입지는 탄탄하다.

이들에 비해 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 사장은 라임자산운용 사태로 연임 여부가 불확실해 보인다. 박 사장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직무정지’라는 중징계를 통보받았는데, 징계안이 확정되면 연임이 불가능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KB증권이 자칫 이른 시점에 대표 교체를 맞을 수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허 행장의 연임은 힘을 더 실어줘 KB금융그룹 지배 구조가 흔들리는 것을 사전에 막으려는 포석도 있었을 것”이라며 "큰폭의 변화없이 CEO들의 연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권의 또다른 관계자는 “예상 외의 인사가 등장할 수도 있다”며 세대교체 필요성에 대한 문제 도 제기하고 있다. 4년 이상 그룹 최고위 경영진들이 자리를 지키며 세대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박소연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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