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체제 2년] '젊은' 현대차그룹 '무한질주'...스마트 모빌리티 비전·플라잉카 게임체인저 '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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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체제 2년] '젊은' 현대차그룹 '무한질주'...스마트 모빌리티 비전·플라잉카 게임체인저 '진행형'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0.08.31 0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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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꼰대' 이미지에서 '젊고 역동적' IT기업 이미지 변모
경청과 겸손 리더십, 현대차 직원들 해보자 분위기
자동차 넘어 플라잉카로 '게임체인저'
UAM·PBV 등 미래 모빌리티 성장동력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시장의 판도를 주도해 나가는 게임체인저로서 고객으로부터 사랑과 신뢰를 받는 그룹으로 거듭나겠습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한 말이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오는 9월 14일로 경영 전면에 나선 지 만 2년이 된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2년 동안 상전벽해(桑田碧海, 뽕나무 밭이 푸른 바다로 변한다는 뜻으로, 세상이 몰라볼 정도로 변함을 비유한 말)와 같은 변화가 진행 중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31일 재계 관계자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구성원들에게 미래 비전을 제시하면서 현대차그룹을 조직문화, 미래성장동력 투자 등 전반에서 역동적인 기업으로 혁신시키는 데 성공했다"며 "한 마디로 '꼰대' 분위기의 자동차 기업이 젊고 자율적인 IT기업처럼 변모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그간 정주영 창업자 이후 "불도저"라는 비유가 있듯이 군대식 수직문화가 오래 자리잡아왔다. 

제조업 시대 특성상 일사분란한 장점도 있었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현대차그룹은 과거 수직문화는 오히려 위기의 요인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그런데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것 같은 현대차그룹의 기업문화를 송두리째 바꿔버렸다. 

현대차그룹의 20년간 변화를 단 2년만에 혁신한 정의선 수석부회장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수평적 기업문화를 이끌었다

현대차의 한 직원은 “그간 현대차의 보수적이고 딱딱한 기업 분위기에 답답함을 느낄 때가 많았다"며 "하지만 정의선 수석부회장 체제 이후 유연하고 창의적인 기업문화로 바뀐 것을 실감한다"는 말했다. 

과거 현대차그룹 한 계열사의 경우 보고서 하나를 승인받기 위해 담당 팀장, 임원, CEO는 물론 관련 부서장 모두에게 찾아가 대면 보고를 해야 했다. 토씨 하나 틀리거나 한 부서장이라도 퇴짜를 놓으면 몇번이라도 보고서를 다시 써야 했다. 비효율의 극치였다. 그러나 지금은 전자결제나 이메일, 카카오톡 등으로 간편하게 처리해도 된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2018년 9월 경영 전면에서 나선 이후 연말 임원인사에서 과거 조직에 기여했던 정몽구 회장 라인을 과감하게 배제하거나 2선 배치하는 '초강수'를 뒀다. 젊고 역동적인 조직의 출발이었다. 

이어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2019년 첫 시무식에서 직원들 앞에 섰다. 아버지 정몽구 회장이 없이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신년사를 처음 발표한 것이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4차 산업혁명 등으로 기존과 확연히 다른 새로운 ‘게임의 룰’이 형성되고 있다”며 “그런 만큼 조직의 생각하는 방식, 일하는 방식에서도 변화와 혁신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현대차그룹은 변화는 숨가쁘게 진행됐다. 

지난해 3월4일 ‘복장 자율화’가 시도됐다. 검은색 계열 정장을 고집했던 현대차그룹이 가시적으로 바뀌는 변화의 시작이었다. 청바지, 운동화 등 자유로운 복장이 가능했다. 

이날 점심시간에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1층 로비에선 첫 ‘타운홀 미팅’이 열렸다. 로비에 모인 직원들은 당시 경영지원본부장 장재훈 부사장에게 “반바지나 추리닝을 입어도 되는 것이냐”고 물었고, 장 부사장은 “시간, 장소 경우와 상황에 맞게 본인이 자율적으로 해석하고 판단하면 된다”고 답했다.

당시만 해도 반신반의했던 현대차의 변화는 이제 현실이 된 셈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3월 일반직 직급 축소와 함께 기존 6단계의 임원 직급을 4단계로 축소했다. 이사대우, 이사, 상무, 전무, 부사장 등 복잡했던 임원 체계도 '상무' 하나로 통일되면서 단순화됐다. 부장 직급은 '책임매니저'로 바뀌었다. IT기업에서 볼 수 있는 광경이 가장 보수적이라는 자동차 기업에서 재탄생한 것. 

직원 채용도 정기 공개채용에서 벗어나 각 조직의 필요에 따른 수시 채용으로 바뀌었다. 현대차는 지난 7월부터 그간 연 1회 진행하던 석·박사급 해외 인재채용을 상시 지원, 선발로 바꿨다. 인재상도 4차 산업혁명에 맞는 융합형 인재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10월 타운홀 미팅에 참석해 "회사에서 직원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자동차 볼륨으로 1등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기업문화가 진보적으로 나가서 그 면에서 1등을 하는 것, 가장 오고 싶어 하는 회사가 되는 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목적”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같은 현대차그룹 변화의 중심에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있는 것이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직원들에게 유튜브 동영상으로 소통하기도 하고 직접 평사원에게 메일을 쓰기도 한다. 무엇보다 '경청'과 '겸손'을 기반으로 소통한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출장이나 대외적 행사에 나설 때도 실제 해당 분야 전문가와 함께 동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9월, 미국 앱티브와 조인트벤처(JV) 설립 계약을 위한 출장에선 30대 장웅준 상무(자율주행센터장)와 함께했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날 때는 서보신 상품담당 사장 등이 배석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기존 전략기술본부 산하에 있던 인공지능(AI) 전담 조직을 최근 사내독립기업(CIC)인 에어즈 컴퍼니(AIRS Company)로 출범시켰다. 미래성장동력에 대해 직접 소통하겠다는 의지다. 

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앞으로 소프트웨어가 자동차를 지배하는 시대가 온다"며 "핵심은 지능(전자)에 있다. 자동차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AI, 데이터, 소프트웨어 등 IT와 교류하고 오픈이노베이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범접하기 어려운 창업자 시대가 끝나고 이제는 기업문화가 경쟁력인 시대"라며 "핵심은 수평적 소통에 있다. 비전 등 메시지에 변화가 담겨 있다. 총수가 직접 움직이는 게 가장 빠른 변화를 이끈다. 총수가 변하면 CEO가 변하고 중간 관리자도 변한다"고 덧붙였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1999년 현대차 구매본부 담당으로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2002년 현대모비스 사내이사에 처음 올랐으며 2003년에 기아차, 2010년에 현대차, 2012년에 현대제철 사내이사를 맡으며 영향력이 확대됐다. 2010년 현대차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정몽구 회장 후계자로 사실상 낙점됐다. 그리고 2018년 총괄 수석부회장에 이어 올해 현대차 이사회 의장에 올랐다.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영상으로 비전 발표하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사진 연합뉴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기업'으로 현대차그룹의 미래 비전을 제시한다. 무엇보다 자동차를 뛰어넘는 모빌리티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플라잉카'를 앞세워 미래모빌리티 시장에서 게임체인저가 되겠다는 각오다. 그야말로 인류의 꿈인 '하늘을 나는 자동차'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9월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 사업부'를 신설하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 항공연구총괄본부장 출신 신재원 박사를 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정의선 주도 이재용 최태원 구광모 등 4대그룹 뉴리더 회동 '관심'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올해 초 미국 CES에서 미래 모빌리티 사업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현대차그룹의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은 UAM, PBV(목적 기반 모빌리티), Hub(모빌리티 환승 거점)를 기반으로 한다. UAM과 PBV, Hub의 긴밀한 연결을 통해 끊김 없는 이동의 자유를 제공하는 것이다. 현대차그룹 본사 로비에는 모빌리티 미래상이 전시돼 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 주재 한국판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미래 친환경차 사업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생존과 연관돼 있고, 국가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생존을 위한 현대차의 변화를 강조한 것이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절박한 심정으로 현대차의 변화를 이끌어왔다는 방증이다.

지난 23일 현대차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 임원 중에 40대와 여성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8년 상반기에 2명에 불과하던 여성 임원은 올해 6월 기준 13명으로 늘었다. 2년 전 20명이던 40대 임원은 60명으로 늘었다. 2년 전 현대차 내에 4명이던 부회장도 지금은 윤여철 부회장 1명뿐이다. 빠른 의사결정이 중요하기 때문.

현대차는 공격적인 기업 및 업종 간 협력과 협업에 나선 것 역시 가장 큰 변화라는 평가다. 2018년부터 현재까지 자율주행과 인공지능, 차량공유, 모빌리티, 수소 및 전기차 등의 분야에서 40여 곳이 넘는 기업들과 협업 및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주도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대표 등 4대 그룹 총수급 뉴리더 회동도 국민적 관심을 받았다. 오는 9월1일부터 시작되는 최태원 회장 주도의 소셜밸류커넥트 행사에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축하 메시지를 하는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가장 교과서적으로 현대차그룹의 비전과 기업문화를 중심으로 변화를 시도했고 가장 효과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지난 20년의 변화를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2년만에 해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꿈과 현대차그룹의 비전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올해는 현대차그룹이 2000년 출범한 지 20년째 되는 해로 새로운 도약의 원년이 될 것 입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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