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철의 탄약고] 방위산업 국산화 지금이 적기...수입 부품 표준화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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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철의 탄약고] 방위산업 국산화 지금이 적기...수입 부품 표준화 서둘러야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0.08.10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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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위산업 국산화, 고용 효과, 유지관리비용 절감, 수출 경쟁력 제고 위해 꼭 필요
- "수입 방산 부품 8만개 표준화 시급...표준화 예산 증액해야"

올해는 국방과학연구소(ADD, 소장 남세규)가 창설된지 50주년이 되는 해다. 50년 전인 지난 1970년 8월6일 ADD가 설립됐다. 이는 곧 우리나라 방위산업의 역사로 인식된다.

70년 전인 1950년 6.25전쟁이 일어난지 20년 뒤 자주국방을 기치로 내걸고 맨 밑바닥에서 시작한 우리나라의 국방과학기술은 올해 세계9위로 평가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ADD는 지난 5일 "지난 50년간 KT-1 훈련기, K2전차, K9자주포, 미사일, 군 위성통신 아나시스-2 등 주요무기 355종을 개발해 군 전력화와 방위산업 발전에 기여해 왔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국방과학 기술을 세계 9위 수준으로 향상시켰다"고 밝혔다. 

남세규 ADD소장이 지난 5일 ADD창설 50주년 기념식에서 연설하는 모습 [사진=ADD]

이날 남세규 ADD소장은 “미래 50년은 비닉무기 개발에 집중하고, AI, 양자레이더, 합성생물학 및 우주분야와 같은 첨단과학에 과감히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끝없이 상상하고 끝까지 도전하는 세계일류 국방과학연구소로 도약 하겠다”며 한번 더 도약하는 국방기술의 발전 방향을 밝혔다.

더구나 지난 7일 방위사업청은 차세대 한국형 전투기(KF-X)에 탑재될 최첨단 AESA레이더를 국내 기술로 개발해 시제품을 출고하는 값진 성과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의 눈부신 성과들 못지 않게 방위산업의 발전을 위해 풀어가야 할 과제들도 적지 않다. 

그 중 가장 시급한 화두가 '국산화'다. 같은 규모의 예산이라도 국산 무기와 수입 무기의 구매 효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국산무기를 구매하면 국내에서 그 돈이 돌아 경제적인 파급효과가 커지는 반면, 수입무기를 도입하면 유지관리부터 부품조달까지 수많은 어려움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방위산업의 국산화가 중요한 이유...고용, MRO, 수출로 파급되는 효과

우선, 일자리다. 다른 제조업 분야와 다른 점은 내국인 고용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방산기업으로 지정되면 신원조회를 통해 내국인을 고용하게 된다. 신원조회를 해야하는 등의 번거로움 때문에 고용유지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장점도 있다.

방산기업은 해외생산을 하거나 공장을 이전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만큼 안정적인 일자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다른 산업에 비해 높다는 의미다. 

또한 창원이나 구미 등 지방에 생산공장을 두는 경우가 많아 수도권 쏠림이 상대적으로 덜하고 지역간 균형발전에 유리하다는 점도 간과하면 안 된다. 

두번째, 유지관리(MRO)에서 국산무기와 수입무기는 큰 차이가 있다.

간단한 예로 F-35 스텔스 전투기의 경우는 우리가 돈을 주고 사왔지만, 우리가 정비를 할 수 없다. 정비를 하려면 기체에 대한 정보를 알려줘야하기 때문이다. 비용은 고사하고 정비를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없어서 전시에는 전력손실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최근 경항모와 함께 F-35 B형의 수입이 거론되고 있는데, 기체도 더 비싸지만 기존의 F-35 A형과  다른 부품이 많아 정비비용이 훨씬 비싸고 정비효율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문제들은 전투기 구매 비용보다 훨씬 중요하다. 전투기를 한번 도입하면 수십년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생산이 중단된 부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많은 불편과 비용을 치러야 한다. 

세번째로, 방산제품을 수출하기 위해서 국산화가 중요하다.

최근 K2전차의 파워팩을 전격 국산화하기로 한 배경에는 이같은 요인이 작용했다. 현대로템이 생산하는 K2전차는 국내에서 생산하지만, 파워팩(엔진+변속기)은 완전히 국산화를 하지 못해 수출에 문제가 있다. 엔진은 국산을 사용하고 있지만 변속기는 독일산을 사용하고 있는데, 주요 기동전투장비 수출시장에서 우리나라와 독일이 경쟁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방위사업청은 지난달 변속기 국산화 재추진를 통해 향후 K2전차의 수출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재나 부품이 국산화되지 않으면 수출 자체도 어렵지만, 수출이 되더라도 남 좋은 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최기일 상지대학교 군사학과 학과장. 
최기일 상지대학교 군사학과 학과장 

 

▲수입 방산부품 8만개 표준화 시급...표준화 예산 늘려야

이처럼 눈에 보이는 사업들은 그런대로 성과가 나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부품 분야에서는 답답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수입 방산부품 8만여개의 표준화 문제다. 

전투기를 비롯한 다양한 무기체계를 유지·정비하기 위해서는 많은 부품이 필요하다. 그리고 과거 국산화율이 낮던 시기에 도입된 수입 무기들은 여전히 수입부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 방위사업학 박사 1호인 최기일 상지대 교수에 따르면 "단종된 수입 부품의 경우에는 부품 재고를 찾기도 어렵고, 어렵게 여러나라를 뒤져 부품을 찾아 내더라도 심하게는 몇 십배이상을 주고 사오는 경우도 허다하다"며 부품 국산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런데, 사실 부품들 대부분은 국산화가 가능하다. 다만 이들 부품의 정확한 제품 규격과 품질 수준 등을 몰라서 국산화가 어렵다. 따라서 이들 수입 부품을 표준화하면 국산화가 가능하고 여기에서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 방산기업들의 얘기다. 

김용수 방위산업중소벤처기업협회 회장은 이와 같은 업계의 목소리를 전하면서 "문제는 표준화 예산이 증액돼야 이같은 표준화 작업이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품의 규격을 몰라 국산화를 못한다는 점은 이미 여러차례 지적된 내용이기도 하다. 방사청 내부적으로 이같은 일이 어렵다면, 용역을 줘도 된다는 것이 김 회장의 생각이다. 김 회장은 40년 역사의 방산기업인 연합정밀의 대표이기도 하다.

부품 국산화가 진행되면 국내 방산제품들의 품질이 향상되고 그만큼 경쟁력이 향상된다. 경쟁력이 커져 수출시장에서 성과가 늘어나면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기 때문에 생산원가가 절감되는 효과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최기일 교수는 "그만큼 표준화 예산의 증액은 시급한 사안이다. 하지만 눈에 잘 보이지 않고 그만큼 관심이 적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실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용수 회장이 판교 연합정밀 기술연구소에서 중소 방산 기업의 애로사항을 설명하는 모습
김용수 회장이 판교 연합정밀 기술연구소에서 중소 방산 기업의 애로사항을 설명하는 모습 

 

 

김의철 기자  re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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