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인터뷰] 최기일 "방위산업 '국산화' 절실한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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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 인터뷰] 최기일 "방위산업 '국산화' 절실한 시점"
  • 김의철 전문기자
  • 승인 2020.04.16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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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5전쟁 70주년·방산 50주년... 최기일 "방위산업 국산화 절실해"
- 방위산업, 감시보다는 이해·규제보다는 육성 및 지원이 필요한 시점

최기일(만 39세) 상지대학교 교수는 국내 1호 방위사업학박사다. 이번 제21대 총선에서 처음으로 정치권에 방산전문가 영입이라는 기록을 남겼지만, 지역구 불출마를 선택하면서 대학으로 돌아가 학계에 남기로 결정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인재영입 11호로 많은 관심을 받았고, 집권여당 총선 승리의 주역인 영입인재 출신이어서 국방·안보분야에서 앞으로의 활약이 더욱 주목된다. 방위산업 정책 발굴과 개발, 입법 및 제도 개선과 산적한 방산업계 주요 현안들을 조율할 인물로서 향후 행보와 역할에 대한 방산업계의 기대가 크다.

녹색경제신문은 올해 6.25전쟁 70주년과 방위산업 50주년을 맞아 국내 방위산업을 되돌아보는 특별 인터뷰를 통해 그를 만났다.   <편집자 주>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장. [사진=최기일 교수]

일반 국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방위산업 개념에 대해 설명해달라.

먼저, 방위산업과 방위사업은 다르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방위산업이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국가방위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산업이다.

국내 방산업계를 보호하고 육성, 발전시켜야만 자주국방이 가능하다. 진정한 의미의 자주국방은 국방산업 발전을 통해 해외에서 도입하는 무기체계에 의존하지 않고 ‘국산화’하는 것을 말한다. 

방위사업은 국방에 필요로 하는 무기체계를 획득하는 방법이나 절차를 뜻하고, 이는 고도의 전문성과 복잡한 사업절차로 이뤄진다. 예산규모도 막대하다. 

대한민국의 방위산업은 1970년대 엄혹한 냉전구도와 산업화 초기의 열악한 상황 속에서 중화학공업과 병행해 정부의 강력한 육성 의지와 정책을 바탕으로 성장을 거듭해왔다. 

전 세계 약 240여개 국가 중 자국의 소총과 탄약, 전차, 함정, 전투기를 직접 생산, 제조할 수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불과 8개 국가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세계 군사력 순위 6위의 위상과 저력을 지닌 국가로 성장했다.

GFP기준 2020년 세계 군사력 순위. [자료=최기일 교수]

한화디펜스의 K-9 자주포는 전 세계 자주포 시장의 48%를 점유하면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초음속 전투기 국산화에 성공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FA-50 전투기는 한 대를 수출할 경우에 국산 고급 중형차 1000대를 수출하는 효과와 맞먹는다. 최첨단 이지스함정과 잠수함의 대당 건조비용은 1조원에 달한다. 국내 산업계에 다양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져오고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효자산업이 바로 방위산업이다. 

K-9자주포(맨위), FA-50전투기(왼쪽), 세종대왕함(우측), 도산 안창호함(아래). [사진= 최기일 교수]

하지만, 최근까지도 ‘방위산업’이라고 하면 많은 국민들이 ‘방산비리’부터 떠올리는데, 비리는 반드시 근절해야 하지만, 비리의 실체와 본질을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

방위산업은 비리산업이 아니다. 대다수 비리는 방위산업이 아닌 방위사업에서 발생한다.

방위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리들조차도 대개는 사업 추진과정에서 시행착오 또는 일부 개인의 일탈과 비위에 의한 ‘개인비리’의 성격이 짙다. 

방위산업의 고유한 특성을 무시한 구조적 비리로 간주해 ‘방산비리’라는 단순한 접근방식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부분이다. 

방위산업은 비리산업이 아니라고 말하는 최기일 교수. [자료=최기일 교수]

▲최근 국내 방위산업이 겪는 문제점과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말해달라

무엇보다 방위산업의 새로운 문화와 정체성 재정립해야 한다. 

국내 방위산업은 50여년 동안 큰 발전을 이룩했지만, 최근 몇 년 동안은 심각한 위기를 겪고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함으로 급파된 해군의 통영함에 설치된 수중음파탐지기(SONAR) 납품 비리로 비롯된 이른바 ‘사자방(사대강, 자원외교, 방산비리)’이라는 오명으로 국내 방위산업의 ‘암흑기’ 또는 ‘흑역사’라 불리는 시간을 겪어야 했다.

방위산업의 문화, 정체성, 철학의 부재 속에서 ‘방산비리’라는 미명 하에 각종 수사 및 조사, 감사 등 지나친 감시 및 규제로 인해 국가안보와 자주국방의 핵심인 방위산업 전반이 심각한 침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기업이 위기에 처한 경우에 외부요인보다 내부의 기업 문화 또는 조직을 혁신하는 경영기법이 주효하다. 국내 방산업계 내부에서부터 자성과 성찰을 통한 각성으로부터 건강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 문화 캠페인 또는 정체성 재정립 운동을 통해 산업 활력의 회복해야한다.

다음은 정부의 규제 중심 정책에서 육성과 지원정책으로의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방위산업은 정부가 유일한 수요자다. 따라서 규제산업이 되기 쉽다. 이같은 규제산업에서 비리와 같은 부작용이 발생하면, 경제학에서는 이를 ‘시장의 실패’가 아닌 ‘정부의 실패’로 본다. 즉 지원은 하되 간섭은 말라는 것이 개인적 견해다.

최근 우리나라 정부는 방산업계를 위한 적극적인 육성·지원 정책과 제도 개선 노력을 추진 중이며, 이는 분명히 과거 정부와는 크게 다른 점이다.

자주국방의 핵심기반은 방위산업. [사진=방위사업청/최기일 교수]

하지만, 방산업계가 체감할 수 있는 보다 더 실효적인 방위산업 육성 정책과 제도가 마련되지 않으면 ‘방산 대참사’를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정부의 관심과 노력이 방산업계에서 체감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출구전략’을 검토해야할지도 모른다.

해외 선진국들의 방위산업 육성 및 지원 정책과 제도는 우리 정부에서 추진하는 노력의 수준과는 확연히 비교된다. 방산수출 확대를 위한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정부에서는 방산에 대한 규제 보다는 지원 및 육성방안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정부와 방산업계 종사자 간에 수직적 ‘갑-을 관계’를 넘어서 수평적 동반자로서 발전적인 상생 및 협업 관계를 지향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의 방위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방예산 집행과 국산화 추진이 필요하다. 

최근 전 세계 각국에서는 자국의 첨단 무기체계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관련 국방 예산 증액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추세다.

이러한 각국의 국방비 증액으로 주요 방산업체들이 호황을 누린 가운데, 미국 록히드마틴 그룹은 세계 100대 방산업체 순위에서 505억 달러 매출로 340억 달러를 기록한 2위 보잉을 크게 앞서 20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세계 주요 100대 방산업체 가운데 한화 그룹이 42억 8000만 달러로 27위(지난해 23위)를 차지했고, 한국항공우주산업(KAI) 54위(66위), LIG넥스원 61위(51위), 현대로템 93위(93위)를 기록하면서 국내 방산업체 4개사가 포함됐다. 참고로 세계 100대 방산업체 순위에 41개사가 미국업체로 매출 비중은 전체의 52%를 차지했다.

2020년 국방예산은 전년 대비 7.4% 늘어난 50조1527억원으로 방위력개선비는 8.6% 상승한 16조6804억원이다.

이렇게 늘어난 국방예산이 해외 무기도입 사업에만 편중되거나 전력화 지연에 따른 과다한 불용액 등이 발생되지 않도록 편성예산 대비 집행계획이 추진돼야 한다. 

국방예산은 단지 무기를 늘리는 데 쓰는 돈이 아니다. 무기를 만들고 유지하고 관리할 수 있으며 새로운 무기를 개발할 능력이 있는 것은 무기보다 훨씬 강력한 국방력을 의미한다. 아무리 좋은 무기라도 수명주기 동안 우수한 성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부품이나 정비가 중요하다. 

남들이 개발한 무기를 싸게 사오더라도 부품이 비싸거나 구하기 어렵다면 싸다고 하기 어렵다. 그래서 방위산업의 국산화는 필요하고 중요하다. 

◇최기일 박사는 국방대 국방관리대학원에서 강의했고, 건국대 산업대학원 방위사업학과 겸임교수, 미국 미드웨스트대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는 상지대 군사학과 학과장과 평화안보상담심리대학원 안보학과 전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17년 도전한국인상을 수상했고, 자랑스러운 방산인상, 방산학술상 등 다수의 수상실적이 있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장. [사진=최기일 교수]

 

 

 

김의철 전문기자  def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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