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고난의 행군' VS 정의선 '그린 뉴딜 질주', 문재인 정부 '희비 교차'...'한국판 뉴딜' 공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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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고난의 행군' VS 정의선 '그린 뉴딜 질주', 문재인 정부 '희비 교차'...'한국판 뉴딜' 공존할까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0.07.31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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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현대차, 특히 수소차 부분은 내가 홍보모델"...정의선과 우호 관계
- 이재용, 국정농단 관련 구속 이어 경영승계 의혹 등 사법 리스크 지속
...검찰, 수사심의위 '이재용 불기소' 권고에도 기소 여부 고심 중...8월 초 결론
- 이재용, 코로나19 사태 등 글로벌 위기 속 현장경영 가속화...올해 17회 강행군
- 정의선, '그린 뉴딜' 대표주자로 청와대에 비전 발표...4대 그룹 뉴리더들과 연쇄 회동
- 정부, '한국판 뉴딜' 성공 위해 재계 도움 절실...재계 1위 삼성 역할론 커져

문재인 정부 들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의 행보가 '희비 쌍곡선'을 걷고 있지만 '한국판 뉴딜'을 통해 공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요즘 현대차, 특히 수소차 부분은 내가 아주 홍보모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9년 1월 17일, 새해 첫 지역경제투어로 울산광역시를 찾아 수소경제 전시장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수소전기차 '넥쏘' 앞에서 한 말이다. 

문 대통령과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우호관계를 상징적으로 드러낸 장면이다. 

반면 재계 1위 삼성그룹을 이끌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은 현 정부 들어 국정농단 사건 등 사법 리스크 속에 '고난의 행군'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수사심의위원회에서 불기소 권고 이후 한 달이 훌쩍 지났지만 기소 여부에 고심 중인 가운데 8월 초에는 결론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좌)과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이 신년 행사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대검찰청 수사심의위는 지난 6월 26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불거진 시세조종, 분식회계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 부회장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중단하고 기소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검찰에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검찰은 '검언유착' 논란 등 법무부와의 내부 갈등 등으로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심의위 권고 수용 여부가 후순위로 밀려 신경쓸 겨를이 없었던 셈이다. 

삼성은 코로나19 사태, 미국과 중국의 경제전쟁 등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서 총수의 리더십이 절실한 상황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고 있어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7년 1월 국정농단 사건 관련 구속된 이후 끝모를 '고난의 행군'을 지속하고 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경영 승계 의혹에 대해 검찰 기소가 유력한 데다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도 진행 중이어서 '사법 리스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수사심의위의 불기소 권고 이후 검찰은 기소 여부에 고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검찰은 경영 승계 의혹과 관련 1년8개월간 삼성에 대해 50여 차례 압수수색, 110여 명에 대한 430여 회 소환 조사 등을 진행했다. 

특히 이 부회장이 2017년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특검의 기소 직후 열린 80차례 재판 중에서 직접 참석한 횟수가 1심 53차례를 포함해 70번에 달했다. 

만약 검찰이 기소를 강행할 경우 경영 승계 의혹 관련 재판에도 상당한 기간 동안 법적 공방을 벌여야 한다. 

이 부회장은 그간 법원의 권고에 따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를 설치하고 경영권승계·노조문제·시민사회소통 3대 과제에서 불법과 편법이 없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시민단체 등은 '재판 면피용'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아버지 이건희 회장이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후 사실상 총수 역할로서 7년째 삼성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 부회장과 삼성의 절박감은 올해 들어 코로나19발 글로벌 위기에서 더욱 고조됐다. 이 부회장은 국내외 현장경영을 이어가며 위기 정면 돌파에 나섰다.

삼성전자 온양사업장을 찾은 이재용 부회장이 차세대 반도체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설 연휴에 브라질 마나우스·캄피나스 법인을 방문한 후 2월에 경기 화성 극자외선(EUV) 전용 반도체 생산 라인 점검에 나섰다. EUV 공정은 극자원선 광원을 사용해 웨이퍼에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기술로, 삼성전자의 대표적 초격차 기술로 꼽힌다.

3월에는 구미 스마트폰 공장과 아산에 디스플레이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5월에는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을 찾았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후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중국을 방문한 첫 사례다.

6월에는 파운드리·시스템LSI·무선사업부 사장단과 간담회를 진행하고, 화성 반도체 공장과 반도체부문 자회사인 충남 세메스를 방문했다. 

이달 7월에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사내벤처 C랩과의 임직원 간담회와 삼성전기 부산 전장용 MLCC 생산라인 방문에 이어 30일 삼성전자 온양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기술 점검을 했다. 

이재용, 지난 2년간 국내 사업장 56곳, 해외 사업장 20곳 등 총 76차례 현장 방문

이 부회장은 올해 들어 총 17회에 걸쳐 국내외 주요 사업 현장을 찾았다. 삼성이 운영하는 사업장을 점검하기 위한 방문만 놓고 보면 올해 8번째다.

이재용 부회장이 온양사업장에서 구내 식당을 찾아 임직원들과 식사를 했다

이 부회장이 지난 2년여 동안 국내 사업장 56곳, 해외 사업장 20곳 등 총 76차례 현장을 방문했다.

이 부회장이 온양사업장을 방문한 이날 삼성전자는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2분기에도 8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 등 '깜짝 실적'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하반기 실적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온양사업장 방문과 차세대 반도체 점검은 이같은 불안감의 방증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온양사업장에서 "포스트 코로나 미래를 선점해야 한다"며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도전해야 도약할 수 있다. 끊임없이 혁신하자"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의 현장경영은 지난 5월 '대국민 사과'에서 '뉴 삼성'을 선언한 이후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부회장은 당시 "한 차원 더 높게 비약하는 새로운 삼성을 꿈꾸고 있다"며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력으로 가장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의 전장용 MLCC 생산라인을 방문해 설명을 듣고 있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1년간 경영 공백을 경험했던 터라 글로벌 위기가 커진 상황에서 절박감이 커지면서 현장경영 메시지도 여기에 맞춰져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화성 반도체사업장에서 "잘못된 관행은 폐기하자"며 "과거의 실적이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고 주문했다. 

또한 이 부회장은 지난 5월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에선 "거대한 변화에 선제 대비해야 한다"며 "시간이 없다. 때를 놓지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종합기술원 방문에서 "어렵고 힘든 때일수록 미래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며 "한계에 부딪혔다고 생각될 때 벽을 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 삼성'을 향한 미래성장동력에 대한 도전정신이 핵심 메시지인 것이다. 

이는 대규모 투자에서도 드러났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동안 시설투자로 반도체  14조7천억 원을 비롯 17조1천억 원을 집행했다. 전년 동기 대비 무려 6조4천억 원이나 더 늘어난 수치다.

이같은 삼성전자의 대규모 투자는 문재인 정부로서도 반가운 일이다. 특히 '한국판 뉴딜' 정책에 사활을 걸고 있는 정부는 재정 이외에도 민간의 투자가 성공의 핵심열쇠다. 삼성의 투자와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셈이다. 

문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이 청와대 신년 모임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한편,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은 현 정부와 우호적인 관계 속에서 사업에도 탄력을 받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과 문 대통령은 먼저 수소전기차로 의기투합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9년 신년 기업인과 대화에서 정 수석부회장이 수소차 투자 확대 방안을 밝히자 “수소 자동차·버스 등은 미세먼지를 정화하는 기능까지 있으니 효과적”이라고 호응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지난 2019년 1월, 울산광역시청에 마련된 수소경제 전시장에서 수소전기차 벨류체인, 수소 활용 모빌리티, 수소 활용 연료전지를 차례로 관람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전시된 수소차 '넥쏘'를 보고 “요즘 현대차, 특히 수소차 부분은 내가 아주 홍보모델이다”며 관심을 표했다. 정부는 수소차 보급을 2022년까지 8만 1000대, 2030년까지 180만대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10월 프랑스 파리 방문 당시 현대차가 수출한 넥쏘를 직접 탑승하고 수소충전소에 직접 충전 시범을 보이며 힘을 실어준 바 있다. 

정의선 "2025년 전기차 시장 점유율 10% 이상 확보해 부문 글로벌 리더 되겠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이 '그린 뉴딜' 비전에 대해 영상을 통해 발표하는 모습을 문 대통령 등이 지켜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특히 문 대통령과 정 수석부회장의 관계는 '한국판 뉴딜'에서 절정을 이루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한국판 뉴딜'의 한 축인 '그린 뉴딜'의 대표주자로서 문 대통령 앞에서 비전을 발표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영상을 통해 “현대차그룹은 현대·기아·제네시스 브랜드로 2025년까지 23차종 이상의 전기차를 선보일 예정이며, 2025년 전기차를 100만대 판매하고 시장 점유율을 10% 이상 확보해 전기차 부문 글로벌 리더가 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 수석부회장은 "최근 삼성, SK, LG를 차례로 방문해 배터리 신기술을 협의했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 3사가 한국 기업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서로 잘 협력해 세계 시장 경쟁에서 앞서나가겠다"고 말했다.

정 수석부회장의 이같은 언급은 이재용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대표 등 재계 뉴리더 4인방과의 상호 협력을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정부와의 소통 창구 역할로서 '한국판 뉴딜'에 4대 그룹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도 관측된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들 뉴리더들과 각각 2차례에 걸쳐 릴레이 회동을 이어가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대표,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신년 모임에서 만났다 [사진 연합뉴스]

뉴리더들의 핵심 대화 주제인 미래차는 ‘한국판 뉴딜’에서 핵심 육성 산업이다. 문 대통령은 최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 등 3대 신성장 산업을 미래먹거리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뉴리더 입장에서도 정부 정책에 호응하기 위해 상호 협력 체제 구축 필요성이 커진 셈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도전적인 상황 속에서도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AI·5G·전장 사업 등 미래 성장을 위한 신기술 개발 등 코로나 사태 이후 변화될 사회와 경제 환경에서 성장을 지속하기 위한 준비도 차질 없이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이 현 정부 들어 희비가 교차되고 있지만 결국 '한국판 뉴딜'을 통해 공존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현 정부도 '한국판 뉴딜' 정책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이재용 부회장 등 재계의 도움이 절실할 것"이라며 "앞으로 재계 1위 삼성의 역할론이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삼성의 위기는 곧 대한민국의 위기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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