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이재용-정의선-구광모, 재계 '뉴리더 협력 시대' 본격화...'배터리 동맹' 이어 4차산업혁명 전반 확대
상태바
최태원-이재용-정의선-구광모, 재계 '뉴리더 협력 시대' 본격화...'배터리 동맹' 이어 4차산업혁명 전반 확대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0.07.08 08: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정의선 주도, 이재용-구광모 이어 최태원 릴레이 회동 마무리
- 90년대 빅딜 등으로 총수 간 갈등 이후 다시 재계 협력 시대
- 코로나19 사태 겪으며 글로벌 불확실성 등 공동 대처 필요성 커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4대 그룹 총수 4인방의 '배터리 회동'이 마무리되면서 본격적으로 '재계 뉴리더' 협력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창업자와 2세대가 주도한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심의 재계 모임이 이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대표 등 3~4세대  '뉴리더' 체제로 재편된 것이다. 

이들 4명 중 정 수석부회장이 주도하는 형식이지만 최 회장은 '맏형' 역할로서 과거 최종현 SK 창업주처럼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는 전언이다.

뉴리더들의 협력은 '배터리 동맹'을 넘어 4차 산업혁명 전반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대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7일 충남 서산의 SK이노베이션 공장에서 만나 전기자동차 배터리 등 미래 신기술 협업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동으로 4대 그룹 총수 사이의 '배터리 회동'이 마무리됐다.

현대차와 SK는 배터리·정유(SK이노베이션), 커넥티드카·인공지능(SK텔레콤), 반도체(SK하이닉스) 등에서 전방위 협력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 수석부회장과 최 회장은 이날 SK이노베이션이 개발 중인 고에너지밀도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부터 배터리 구동시간을 늘려주는 전력반도체와 경량 신소재, 배터리 대여·교환 등 서비스 플랫폼까지 미래차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SK 주유소를 활용해 전기차·수소차 충전 인프라를 확충하는 방안에 대한 의견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수석부회장은 “세계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들과 협업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도 “이번 협력이 두 그룹은 물론 한국 경제에도 새로운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오른쪽)과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기아차 니로EV 앞에서 악수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오른쪽)과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기아차 니로EV 앞에서 악수하고 있다.

이날 두 총수의 ‘구내식당 오찬’은 1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실무진은 30분이면 끝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대화가 길어졌다. 

이날 SK이노베이션 충남 서산공장에서 두 사람은 3시간30분을 함께 보냈다. 함께 생산라인을 둘러볼 때는 최 회장이 여러 차례 농담을 건넸다고 한다. 정 수석부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만났을 때도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미래 전기차 및 배터리 분야 협업을 위한 4대 그룹 총수의 회동이 마무리되면서 앞으로 협력 시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들 4대 그룹 총수는 사석에서 서로 호형호제(呼兄呼弟, ‘형’ ‘동생’으로 부르는) 사이라는 점에서 국내 대기업 간 새로운 협력모델이 속속 제시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들 총수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오픈 이노베이션'을 강조하고 있어 협력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주도한 '배터리 회동'은 과거 정주영 현대 창업주가 전경련 회장 시절에 4대 그룹 총수 등과 재계 중심축을 이루던 상황을 연상케 한다"며 "이번 모임을 계기는 공식적으로 '재계 뉴리더 시대'라는 것을 각인시켜 줬다"고 의미를 전했다.

따라서 재계 뉴리더들은 미래 자동차 배터리 협력은 물론 합작사 설립, 공동 연구개발(R&D) 체제 등 여러가지 형태로 각 그룹과의 협업을 구체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창업 1세대가 활발하게 활동했던 1950~1980년대의 경우 대기업 총수들은 수시로 교류했다. 제대로 된 산업 기반이 없던 황무지에서 기업을 경영해야 한다는 막막함에 서로 의지했고, 경제계 공통 현안이 생기면 힘을 모으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와 정주영 현대 창업주 등은 전경련을 설립하고 경제계 대표 단체로 만드는 데 적극적이었다. 이병철 회장이 1985년 정주영 회장의 고희연을 찾아 백자를 선물할 정도로 좋은 관계였다.

정주영 현대 창업주와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악수하고 있다

재계 총수들은 당시 전경련을 통해 친목은 기업하지 좋은 환경 조성에 앞장 섰다. 공개적으로 만나 현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서로의 사업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규칙’도 있었다.

1990년대에 들어와 재계 총수 사이가 벌어졌다. 창업 1세대가 하나둘 현업에서 물러났고, 재계 1·2위였던 현대와 삼성 간 관계가 틀어졌다. 삼성이 완성차 사업에 뛰어든 이후 총수는 거의 교류하지 않았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와 함께 정부 주도로 진행된 5대 그룹 간 반도체 등 ‘빅딜(대규모 사업교환)’은 2세대 총수들의 거리를 더 멀어지게 했다. 총수들이 빅딜 과정에서 갈등을 빚었고 감정의 골은 깊어졌다.

8일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재계를 상징하는 전경련의 최전성기는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회장으로 재임하던 시절인 1977∼1987년이었다. 전경련은 1999년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을 끝으로 4대 그룹 총수 회장을 내지 못했다"며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21년 만에 4대 그룹 총수 사이에 다시 화해와 협력의 시대를 열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정주영 창업주는 전경련 회장 임기 중 전경련 회관을 지었고, 서울 올림픽 유치를 성공시키면서 재계 전성시대를 이끌었다. 전경련이 ‘재계의 본산’, 전경련 회장이 ‘재계의 총리’라는 말이 나온 것도 이때였다.

따라서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4대 그룹 총수를 중심으로 잇단 공개 회동은 21년 만에 재계가 다시 뭉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주영 회장 이후로 보면 33년 만이다.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빨라진 재계 3~4세대 협력 행보

재계 3~4세대 뉴리더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다시 협력의 시대를 열고 있다. 이들 40~50대 젊은 총수들은 격의없이 만나 미래 성장동력에 대해 논의하고 글로벌 불롹실성에 공동 대처하기 시작됐다. 

그 이유는 특정 산업이 순식간에 떠오르거나 몰락하고, 신기술과 글로벌 시장 변화 속도가 워낙 빠르다. 과거 수직 계열화로 경영을 하기에는 변화 흐름을 주도하거나 따라가기 어려워졌다. 사업 간 경계도 모호해지고 있다. 자동차산업의 경우를 보면 정보기술(IT), 디스플레이, 통신 등 다른 산업과 융합하고 있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제휴도 활발하다.

최태원 SK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신년 모임에서 악수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창업 1~2세 시대와 달리 경영 3~4세는 해외 유학파이고 IT 기반 글로벌 시야를 갖춘 리더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며 "더욱이 최태원 SK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은 서로 형 동생 하는 사이로 우호적인 관계라는 점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상호 협력을 통해 위기 돌파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뉴리더는 70년대 전후 세대로서, 사석에서 만남도 갖는 사이지만 공식적으로 회동하면서 재계 대표로서 위상을 천명한 셈이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실용'에 체화된 뉴리더들의 자세가 협력의 시대를 앞당기고 있기도 하다. 

이미 이들의 만남은 자연스럽다. 지난해 6월,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방한했을 때 5대 그룹 총수들이 서울 한남동 승지원에서 함께 모였다. 이날 회동은 당초 계획에 없었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초청으로 전격 성사됐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한국을 찾았을 때도 주요 그룹 회장들은 만찬을 겸한 회동을 했다.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 당시 동행한 재계 총수들은 백두산 천지를 배경으로 서로 사진을 찍어주는 등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수석부회장, 구광모 회장 등은 '제네시스 G90'을 업무용 전용차로 사용한다. 최태원 회장은 '제네시스 EQ900'을 이용한다.

이들 뉴리더는 '제네시스 EQ900'에 이어 '제네시스 G90'으로 바꾼 것도 똑같은 패턴이다. 과거 재벌 1~2세대 총수들이 주로 수입 자동차를 의전이나 전용 차량으로 이용했던 것과 사뭇 다르다.

정의선 수석부회장과 구광모 회장이 악수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발 글로벌 위기와 세계 각국의 보호주의 강화 속에서 삼성과 현대차 협력 모델은 SK, LG 등 재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기존 1~3차산업혁명이 생산성 증대가 핵심 목표였다면 4차산업혁명은 제조업과 ICT(정보통신기술) 결합을 통해 통합, 융합, 경계의 소멸, 빅데이터+인공지능 등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1차산업혁명은 증기기관, 2차눈 전기와 컨베이어벨트, 3차는 컴퓨터와 정보화 등에 따른 생산성 확대가 중요해 경쟁체제였던 반면 4차산업혁명시대에는 수직계열화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협력체제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재계 뉴리더의 협력을 계기로 IT와 자동차 업계의 협업은 더 확대될 전망이 나온다. 또한 재계 전반에 상생모델이 확산될지 관심도 커진다. 재계는 경영 3~4세에 이르러 협력의 시대를 열 것인가 주요 그룹 총수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창업자 시대와 이제 다르다"며 "'총수 패러다임' 변화 시대다. 총수가 기업문화 등 전반에서 솔선수범해 변한다는 건 효과가 가장 크고 해결도 빠르다"고 설명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