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정의선 '3세동맹', 삼성-현대家 70년 라이벌서 협력시대 전환...최태원·구광모 등 재계 확산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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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정의선 '3세동맹', 삼성-현대家 70년 라이벌서 협력시대 전환...최태원·구광모 등 재계 확산 전망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0.05.18 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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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발 글로벌 위기와 세계 각국의 보호주의 강화 속 4차산업혁명 '실리-실용' 부각
- 이재용 정의선 최태원 구광모 등 재계 3~4세, 과거 창업시대와 달리 글로벌+IT 기반 미래 구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의 '3세동맹(三世同盟)' 시대가 도래했다. 

재계 서열 1~2위 삼성가(家)와 현대가는 창업 이래 70년 숙명의 라이벌에서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새로운 공동 협력의 동반자 관계로 발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은 사석에서 '호형호제(呼兄呼弟, 형 동생 부르는 사이)' 관계였던 만큼 최근 공식 회동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본격 협력시대의 개막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발 글로벌 위기와 세계 각국의 보호주의 강화 속에서 삼성과 현대차 협력 모델은 SK, LG 등 재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재계 관계자는 "창업 1~2세 시대와 달리 경영 3~4세는 해외 유학파이고 IT 기반 글로벌 시야를 갖춘 리더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며 "더욱이 최태원 SK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은 서로 형 동생 하는 사이로 우호적인 관계라는 점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상호 협력을 통해 위기 돌파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존 1~3차산업혁명이 생산성 증대가 핵심 목표였다면 4차산업혁명은 제조업과 ICT(정보통신기술) 결합을 통해 통합, 융합, 경계의 소멸, 빅데이터+인공지능 등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1차산업혁명은 증기기관, 2차눈 전기와 컨베이어벨트, 3차는 컴퓨터와 정보화 등에 따른 생산성 확대가 중요해 경쟁체제였던 반면 4차산업혁명시대에는 수직계열화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협력체제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글로벌 시장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재계가 미래지향적 실리와 실용으로 뭉칠 수밖에 없다는 것. 

실제로 이들 재계 3~4세는 실용주의 경영을 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앞서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은 13일 오전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찾아 차세대 전기차용 배터리인 전고체(All Solid-state) 배터리 개발 현장을 직접 참관했다. 

정 수석부회장이 삼성그룹 사업장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부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은 사업 목적으로 두 사람이 공식 비즈니스 미팅을 가진 것도 최초의 일이다.

이 부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의 회동은 재계에도 큰 의미가 있다. 재계가 협력의 시대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

이재용 부회장(좌)과 정의선 수석부회장

사실 삼성가와 현대가는 해방 이후 70년 이상 재계 서열 1·2위 자리를 다투며 경쟁해왔다. 주력 분야는 전자와 자동차로 각각 다르다. 하지만 한 때 삼성이 자동차 사업에 뛰어들었고, 현대는 전자 및 반도체 사업에 진입하면서 경쟁관계가 치열했다.

당초 이병철 삼성 창업 회장과 정주영 현대 창업주는 끈끈한 친분을 과시했다. 

재계는 이병철 회장과 정주영 회장 사이에 서먹한 관계가 불거지기 시작한 시점을 1977년으로 보고 있다. 정 회장이 전경련 회장에 취임한 해다. 

이병철 회장이 중심이 됐던 전국경제인연합회에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급부상한 현대그룹의 정주영 회장이 등장하면서 서로 껄끄러워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1980년에는 양사의 갈등이 표면화되기도 했다. 현대그룹이 당시 삼성 산하였던 ‘중앙매스컴’의 현대건설 관련 보도를 해명하겠다며 주요 일간지 1면에 대대적인 광고를 낸 것이다.

또한 1980년대에 삼성전자와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가 나란히 반도체 시장에 진출하며 경쟁에 나섰다.

이병철-정주영 경쟁의 산업화 시대...반도체 자동차 등 치열

이병철 삼성 창업주와 정주영 현대 창업 회장

삼성은 1983년 이병철 회장의 일명 '2.8 도쿄선언'을 통해 반도체 사업 진출을 발표했다. 현대그룹은 같은 해 2월 23일 반도체와 산업전자 분야 진출을 발표하며 현대전자산업을 설립했다.

사실상 이병철 회장과 정주영 회장의 경쟁을 통해 한국 메모리 반도체가 세계 1위 씨앗이 뿌려진 셈이다. 

두 회장은 여러 사업에서 경쟁관계였고, 스타일이 서로 달라서 불거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치밀한 전략가였던 이 회장과 저돌적인 불도저 스타일이었던 정 회장의 경영 스타일이 서로 맞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1985년 정주영 회장의 고희연에서 와병 중이던 이병철 회장이 백자를 선물하면서 불화설은 잠잠해졌다. 

이후 삼성이 1995년 삼성자동차(현 르노삼성자동차)를 설립하고, 자동차 사업에도 진출하며 양사의 경쟁구도는 더욱 강화됐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김대중 정부 당시 반도체 빅딜(대규모 사업교환) 과정에서 현대전자산업은 반도체 사업에서 철수한다. 삼성 역시 2000년 부진했던 자동차 사업을 접는다.

양사 관계는 2000년대 이후 주력 사업이 전자와 자동차로 명확히 재편되면서 전환기를 맞았다. 

2001년 정주영 명예회장이 별세하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빈소를 찾았다. 이어 답례로 정몽구 회장이 삼성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을 방문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2014년에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옛 한국전력 사옥 터 입찰에서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2015년 현대산업개발(HDC) 정몽규 회장과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이 면세점 사업에 공동 진출하면서 범현대가와 삼성의 협력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과 현대차의 사업적 교류는 최근까지 사실상 거의 없었다. 

삼성가와 현대가는 늘 팽팽한 경쟁관계였다. 현대차가 전기차 배터리를 LG화학, SK이노베이션에서만 공급받고 삼성 SDI는 철저희 배제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 회장

또 삼성전자가 지난 2016년 12월 약 9조원을 들여 자동차 전장 회사인 하만을 인수하자 현대차는 신차 일부에서 카 오디오 등을 다른 브랜드로 바꾼 사례도 있다.

따라서, 이번 재계 빅2 총수의 만남은 재계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큰 상황 속에서 정부의 뉴딜 정책에 발맞춰 실리를 추구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은 하만의 전장사업이나 자동차 디스플레이 등에서 협력자가 필요하다. 현대차는 전기차로의 전환을 앞두고 안정적인 차세대 배터리 공급처가 중요하다. 삼성은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전지 부문에서 앞선 기술을 갖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의 사업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측면도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전장부품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자동차를 넘어 미래 모빌리티 분야의 선두주자로 나아가려는 전략이다.

이는 명분이 아닌 실리다. 삼성-현대차 그룹은 오너 3세로 넘어오면서 본격적인 협력의 길로 접어든 것이다. 

국내 대기업 간 '기술경쟁' 발전 원동력...소모전 우려 '협력시대 주목'

이재용-정의선 협력이 향후 재계 전반으로 확산될지도 주목된다.  

국내 대기업은 그간 경쟁이 치열해 분쟁에 이를 정도였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경쟁의 역사일 정도였다. 두 기업은 1970년대 흑백TV 시절부터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4년 세탁기 논란에서 TV, 에어컨에 최근 건조기까지 치열하다. 

재계 3~4세 경영 시대는 경쟁을 넘어 협력의 시대로 전환하고 있다

2014년 세탁기 파손 의혹부터 TV 8K 비교 시연, 올레드 TV의 과장 광고 논란 등 소송전과 공정거래위원회 신고까지 이어졌다. 최근엔 건조기와 스팀 논란도 한창이다.

두 기업은 그간 기술경쟁이 핵심이었던 만큼 세계 1~2위 성장의 기폭제였다는 평가도 많다. 다만 이러한 경쟁이 기술 발전 등으로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필요 이상의 소모전은 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쟁도 진행형이다. 인력 이동 과정에서 기술 쟁탈 여부를 놓고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소송까지 갔다. 지난 2월 ITC에서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관련 영업 비밀을 침해하고 증거를 인멸했다며 LG화학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실제 해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ITC는 미국 관세법 337조 위반 여부와 구제조치, 공탁금 등을 결정해 오는 10월 초 최종 판결을 내릴 전망이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의 요구로 전면 재검토 중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는 세계 시장을 송두리채 바꾸고 있다. 최근 국제 정세가 자국 우선주의 하에 보호무역주의와 국수주의 위주로 급변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지속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대기업 혼자 만으로는 시장을 선도하기 어렵다"며 “국내 대기업이 이제 상호 협업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확보의 중요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세계시장을 보면 IT 분야에서 협력은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2018년 도요타와 소프트뱅크는 자율주행차를 이용한 차세대 교통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공동 출자 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삼성, 현대차, SK, LG 등 국내 대기업들도 글로벌 제휴는 물론 스타트업 인수 등 미래성장동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삼성과 현대차의 협력을 계기로 IT와 자동차 업계의 협업은 더 확대될 전망이 나온다. 또한 재계 전반에 상생모델이 확산될지 관심도 커진다. 재계는 경영 3~4세에 이르러 협력의 시대를 열 것인가 주요 그룹 총수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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