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인사이드①] 정주영 이어 정의선, 33년 만에 재계 협력 시대 열어...이재용·최태원·구광모 잇단 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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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인사이드①] 정주영 이어 정의선, 33년 만에 재계 협력 시대 열어...이재용·최태원·구광모 잇단 회동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0.06.23 0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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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주영 회장, 1977~1987년 전경련 회장 시절 4대 그룹 총수 중심 재계 이끌어
- 정의선 수석부회장, 이재용 이어 구광모 단독 회동...최태원도 곧 만날 전망
- 재계 뉴리더, 코로나19 사태 및 사법 리스크 등 재계 위기 상황에서 뭉치는 계기
- 4차 산업혁명 파고, 포스트 코로나 등에서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을 위한 동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재계 뉴리더가 주도하는 '3~4세 동맹(同盟)' 시대가 도래했다. 

특히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최근 재계 뉴리더들을 잇달아 만나면서 고(故) 정주영 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시절 이후 다시 재계 전성시대를 이끄는 리더로 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재계 서열 1~2위 삼성가(家)와 현대가는 창업 이래 70년 숙명의 라이벌에서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새로운 공동 협력의 동반자 관계로 발전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23일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재계를 상징하는 전경련의 최전성기는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회장으로 재임하던 시절인 1977∼1987년이었다. 전경련은 1999년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을 끝으로 4대 그룹 총수 회장을 내지 못했다"며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21년 만에 4대 그룹 총수 사이에 다시 화해와 협력의 시대를 열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정주영 창업주는 전경련 회장 임기 중 전경련 회관을 지었고, 서울 올림픽 유치를 성공시키면서 재계 전성시대를 이끌었다. 전경련이 ‘재계의 본산’, 전경련 회장이 ‘재계의 총리’라는 말이 나온 것도 이때였다.

따라서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4대 그룹 총수를 중심으로 잇단 공개 회동은 21년 만에 재계가 다시 뭉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주영 회장 이후로 보면 33년 만이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과 구광모 LG 회장이 22일 LG화학 오창공장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은 22일 LG화학 오창공장을 방문해 구광모 LG 회장과 만났다. 앞서 지난달 13일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찾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났다. 또 정의선 수석부회장과 최태원 SK 회장의 회동도 예상된다. 

차세대 전기차용 배터리인 전고체(All Solid-state) 배터리 등 미래차 협력을 위한 시동이었다. 

정 수석부회장이 삼성그룹과 LG그룹 사업장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이재용 부회장, 정의선 수석부회장, 구광모 회장이 서로 사업 목적으로 공식 비즈니스 미팅을 가진 것도 최초의 일이다.

재계 관계자는 "창업 1~2세 시대와 달리 경영 3~4세는 해외 유학파이고 IT 기반 글로벌 시야를 갖춘 리더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며 "더욱이 최태원 SK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은 서로 형 동생 하는 사이로 우호적인 관계라는 점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상호 협력을 통해 위기 돌파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뉴리더는 70년대 전후 세대로서, 사석에서 만남도 갖는 사이지만 공식적으로 회동하면서 재계 대표로서 위상을 천명한 것은 이례적이다. 

<녹색경제신문> 취재 결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 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은 '제네시스 G90'을 업무용 전용차로 사용하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재계 뉴리더는 '제네시스 G90'을 전용차로 사용한다

이들 뉴리더는 '제네시스 EQ900'에 이어 '제네시스 G90'으로 바꾼 것도 똑같은 패턴이다. 과거 재벌 1~2세대 총수들이 주로 수입 자동차를 의전이나 전용 차량으로 이용했던 것과 사뭇 다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구광모 LG 회장은 사석에서 '호형호제(呼兄呼弟, 형 동생 부르는 사이)' 관계였던 만큼 공식 회동 이후 '재계 3~4세 협력 시대'는 공식화된 셈이다.

특히 코로나19발 글로벌 위기와 세계 각국의 보호주의 강화 속에서 삼성과 현대차 협력 모델은 SK, LG 등 재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기존 1~3차산업혁명이 생산성 증대가 핵심 목표였다면 4차산업혁명은 제조업과 ICT(정보통신기술) 결합을 통해 통합, 융합, 경계의 소멸, 빅데이터+인공지능 등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1차산업혁명은 증기기관, 2차눈 전기와 컨베이어벨트, 3차는 컴퓨터와 정보화 등에 따른 생산성 확대가 중요해 경쟁체제였던 반면 4차산업혁명시대에는 수직계열화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협력체제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글로벌 시장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재계가 미래지향적 실리와 실용으로 뭉칠 수밖에 없다는 것. 

실제로 이들 재계 3~4세는 실용주의 경영을 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재계 1~2세 시대는 전경련으로 대표되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 재계 창업주는 전경련을 중심으로 뭉쳤다. 1961년 전경련 초대 회장이었던 이병철 삼성 창업자나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 구자경 LG 회장, 최종현 SK 회장,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 등 재계 톱 랭커들이 회장직을 맡을 때는 재계의 맏형이자 본산으로 여겨져 왔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악수를 하고 있다

하지만 SK 창업자인 최종현 회장의 갑작스러운 작고와 IMF를 거치면서 대우그룹이 붕괴되고, 대기업간 빅딜 과정을 거치면서 재계 내부의 갈등 과정을 거치면서 전경련이 서서히 힘을 잃어갔다. 

허창수 GS건설 회장이 현재 전경련 회장으로서 책임과 희생의 리더십으로 이 만큼 유지한 것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삼성가와 현대가는 해방 이후 70년 이상 재계 서열 1·2위 자리를 다투며 경쟁해왔다. 주력 분야는 전자와 자동차로 각각 다르다. 하지만 한 때 삼성이 자동차 사업에 뛰어들었고, 현대는 전자 및 반도체 사업에 진입하면서 경쟁관계가 치열했다. 삼성과 LG는 전자산업에서 라이벌 관계였다. 

삼성과 현대차의 사업적 교류는 최근까지 사실상 거의 없었다. 

삼성가와 현대가는 늘 팽팽한 경쟁관계였다. 현대차가 전기차 배터리를 LG화학, SK이노베이션에서만 공급받고 삼성 SDI는 철저희 배제했다.

따라서 재계 빅2 총수의 만남은 재계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큰 상황 속에서 정부의 '한국판 뉴딜' 정책에 발맞춰 실리를 추구하려는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4대 그룹의 회동을 통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쟁이 해결되는 계기가 될 것인지도 재계 관심사다. 인력 이동 과정에서 기술 쟁탈 여부를 놓고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소송까지 갔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사법 리스크'도 재계가 뭉치는 기폭제가 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재계가 경쟁을 하면서도 위기에 공동 대처할 필요성이 크기 때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특히 코로나19 여파는 세계 시장을 송두리채 바꾸고 있다. 최근 국제 정세가 자국 우선주의 하에 보호무역주의와 국수주의 위주로 급변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지속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대기업 혼자 만으로는 시장을 선도하기 어렵다"며 “국내 대기업이 이제 상호 협업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확보의 중요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세계시장을 보면 IT 분야에서 협력은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2018년 도요타와 소프트뱅크는 자율주행차를 이용한 차세대 교통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공동 출자 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삼성, 현대차, SK, LG 등 국내 대기업들도 글로벌 제휴는 물론 스타트업 인수 등 미래성장동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재계 뉴리더의 협력을 계기로 IT와 자동차 업계의 협업은 더 확대될 전망이 나온다. 또한 재계 전반에 상생모델이 확산될지 관심도 커진다. 재계는 경영 3~4세에 이르러 협력의 시대를 열 것인가 주요 그룹 총수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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