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디지털 뉴딜'·정의선 '그린 뉴딜' 쌍두마차, '한국판 뉴딜' 이끄나...'2차 총수 회동' 주목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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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디지털 뉴딜'·정의선 '그린 뉴딜' 쌍두마차, '한국판 뉴딜' 이끄나...'2차 총수 회동' 주목받는 이유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0.07.21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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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이재용-정의선 2차 회동...'한국판 뉴딜'의 대표 사업 전기차 등 미래 자동차 산업 육성 논의
- "미래차를 중심으로 삼성, 현대차, SK, LG 등 주요 그룹 간 공통 교집합 형성"
- 자동차의 IT화에 따른 총수 교류 중요한 시대...젊은 총수, 패러다임 변화 주도

재계 1·2위 총수가 '한국판 뉴딜'의 대표 사업으로 꼽힌 전기차 등 미래 자동차 산업 육성을 위해 2차 회동을 갖는다. 

문재인 정부로서는 현대자동차는 '그린 뉴딜', 삼성은 '디지털 뉴딜'을 이끌 대한민국 대표기업이라는 점에서 두 그룹의 협력이 절실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기 화성시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남양기술연구소를 방문해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과 만난다. 

이번 만남은 이재용 부회장의 답방 형태다. 

앞서 지난 5월 13일엔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방문해 전고체 배터리 등에 관해 이재용 부회장과 논의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이온배터리와 비교해 안전성과 성능을 대폭 개선할 수 있는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수석부회장을 포함한 양사 주요 경영진은 이날 오전 남양연구소를 둘러보고 점심 식사를 함께할 예정이다.

현대차, 경쟁사 재계 총수에게 남양연구소 공개는 이재용 부회장이 '처음'

현대차가 경쟁사 재계 총수에게 남양연구소를 공개한 것은 이재용 부회장이 처음이다. 

남양연구소는 현대차그룹의 '연구개발(R&D) 메카'로 불리는 핵심 전략기지로 1만3천여명의 연구원이 일하고 있다. 연구개발 특성상 비공개, 보안 등이 중요한 시설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좌)과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1996년 설립된 남양연구소는 세계 시장에 출시하는 현대·기아차의 개발을 전담하는 세계적인 규모의 종합 자동차 연구소로 350만㎡ 부지에 종합주행시험장, 충돌시험장, 디자인센터, 재료연구동, 전자연구동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그동안 남양연구소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해 국내외 주요 인사들이 다녀간 바 있지만 재계 총수는 초청한 적이 없었다. 이재용 부회장의 남양연구소 방문은 두 총수의 신뢰관계는 물론 현대차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오픈이노베이션'에 적극적이라는 것을 상징하는 대목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융합이 핵심이기 때문에 총수 교류는 자연스런 현상"

특히 삼성과 현대는 이병철 창업주와 정주영 창업주 사이에 재계 라이벌 관계가 형성된 이래 한 때 경쟁사로서 앙숙 사이였다는 과거사를 고려하면 '격세지감'이다.

오일선 CXO연구소 소장은 "지금은 산업간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며 "과거 자동차, 전자 등 산업 구분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융합이 핵심이기 때문에 총수 교류는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래차를 중심으로 삼성, 현대차, SK, LG 등 주요 그룹 간 공통 교집합이 형성되고 있다"며 "급변하는 글로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사업적 교류에서 총수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정의선 수석부회장과 이재용 부회장과 만남은 미래차 시대를 대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 사옥 1층에 마련된 미래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비전

두 총수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차세대 모빌리티 기술 분야에서 다각도 협력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모색할 전망이다. 1차 회동이 탐색전이었다면 2차 회동은 본격적인 사업적 협력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현대차로서는 전기차 1위 '테슬라'의 질주로 격화된 미래차 기술 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해선 배터리를 포함해 첨단 부품 업체들과의 협력에 사활이 걸린 상태다. 

현대기아차는 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에 부응하고, 세계 전기차 시장의 20%를 점령한 테슬라를 따라잡으려면 국내 배터리 3사와의 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전기차 1위 테슬라 질주에 현대차 대응...자율주행 레벨3 수준 기술력 필요

현대차는 제네시스 GV80 등 최신 모델에 레벨 2.5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이는 핸들을 잡고 있는 상태에서 스스로 차선 변경이 가능한 수준이다. 핸들을 완전히 놓고 차선 변경을 할 수 있는 수준은 자율주행 레벨 3에 해당한다.

테슬라는 자율주행 시스템으로 레벨3 수준의 '오토파일럿'을 적용하고 있다. 오토파일럿은 차로와 저속 주행 차량 추월 등을 포함한 고속도로 진입로 및 진출차선에서의 자동 주행이 가능하다. 자동 차선 변경과 자동 주차, 차량 호출(차고에서 주차된 차량을 호출)까지 지원한다. 현재 양산차에 적용된 자율주행 시스템 중 가장 진보된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차가 테슬라 오토파일럿 이상의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선 삼성 등 국내 대기업들과 적극 협력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것. 

삼성전자는 자율주행차에 탑재되는 시스템반도체를 비롯해 전장·메모리반도체·디스플레이 부문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

현대차는 2025년 전기차 100만대 판매, 시장점유율 10% 이상을 기록해 세계 선도업체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현대차 남양연구소의 자율주행 시연

특히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적용된 차세대 전기차가 나오는 내년을 도약 원년으로 삼고 있다. 차세대 전기차는 세계에서 가장 짧은 시간인 20분 내 충전이 가능하고 한 번 충전으로 450㎞를 달린다.

삼성그룹은 반도체 중심 전장부품을 4대 신성장 사업으로 정하고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7년 자동차 전장(전자장비) 전문업체인 하만을 인수하며 시장에 진입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주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을 찾아 전장용 MLCC(적층세라믹커패시터) 시장 선점에 적극 대응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삼성이 힘을 쏟고 있는 통신과 인공지능(AI) 사업도 미래차에서 중요한 분야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미래 기술로 꼽히는 6G 기술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6G는 테라(tera) bps급 초고속 전송속도와 마이크로(μ) sec급 초저지연 무선통신을 가능케 하는 미래 핵심 통신 기술이다.

AI는 삼성전자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집중 육성에 나서고 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현대차의 장래상으로 구상하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하늘을 나는 자동차' 미래도 IT 기술 경쟁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삼성의 세계 최고 수준 IT 기술력이 필수적인 셈이다.

정의선 부회장은 이 부회장에 이어 LG그룹 구광모 회장과 SK그룹 최태원 회장과도 2차 회동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또한 IT와의 협업이 총수간 만남의 핵심 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문재인 정부로서는 '한국판 뉴딜'에 사활이 걸린 상태이기 때문에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취임 3주년 연설에서 '한국판 뉴딜'을 이끌 신성장 산업 중 하나로 전기차로 대표되는 미래차를 꼽은 바 있다.

정의선 "세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 3사가 한국 기업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지난 14일 청와대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최근 삼성, SK, LG를 차례로 방문해 배터리 신기술을 협의했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 3사가 한국 기업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서로 잘 협력해 세계 시장 경쟁에서 앞서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이 '그린 뉴딜' 비전에 대해 설명하는 영상을 문재인 대통령 등이 지켜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젊은 총수들의 만남은 청와대에서도 '한국판 뉴딜' 성공에 천군만마 역할이 될 수 있다.

'한국판 뉴딜'은 정부 재정 투자 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간 기업에서 적극적이 투자를 해야 '쌍끌이'로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국판 뉴딜' 정책의 골자는 2025년까지 총 160조원의 자금을 디지털과 그린, 고용·사회안전망 강화에 투입해 일자리 190만개를 창출하는 것이다.

투입 자금은 국비가 114조1000억원으로 가장 많지만 민간이 나서는 부분(20조7000억원)과 지방자치단체 투자분(25조2000억원)도 만만치 않다.

국비는 마중물 성격이고 민간의 투자가 어떻게 이루어지느냐가 향후 한국판 뉴딜 성공의 열쇠가 된다.

한국판 뉴딜, 국비는 마중물 성격이고 민간기업의 투자가 성공의 열쇠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현대차 이외에도 상당수 국내 대기업들이 한국판 뉴딜 사업에 대한 동참 및 투자계획을 밝히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기아-제네시스 브랜드로 2025년까지 전기차를 23종 내놓을 계획이다. 2028년까지 전기차 배터리와 연료전지 시스템 기술을 활용한 도심항공모빌리티(UAM)도 상용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재용 부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어떤 기술과 비전을 보여줄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전기차 분야에서는 LG화학과 GS칼텍스가 빅데이터를 활용한 배터리 특화 서비스를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한 계획도 주목받고 있다.

전기차가 GS칼텍스 충전소에서 충전하는 동안 주행·충전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저장하면 LG화학의 빅데이터·배터리 서비스 알고리즘이 배터리 현재 상태와 위험성을 분석하는 개념이다.

'디지털 뉴딜' 분야에 대한 대기업들의 계획도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네이버는 20여년간 축적해온 데이터를 분석·가공해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뉴딜'을 뒷받침하겠다는 입장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이 보유한 금융데이터도 금융데이터 거래소를 통해 공개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화상 연결로 '디지털 뉴딜'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는 정부의 디지털 뉴딜 중 '데이터 댐' 사업과 연동돼 있다. '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D.N.A)' 생태계 강화 차원에서 공공데이터 14만개를 공개해 일종의 '댐'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민간기업은 이 데이터를 이용해 다양한 미래사업을 벌일 수 있다.

SK텔레콤은 사물인터넷(IoT) 스마트 물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최근 수자원공사와 손을 잡았다. 스마트 상수도 운영관리 사업이 주된 목표다.

사회적 약자의 수도 사용량과 사용 패턴을 빅데이터로 분석하고, SK텔레콤의 이동통신 통화 이력과 데이터 사용량 등을 결합해 돌봄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방안도 연구한다.

KT는 이달 초 내부에 한국판 뉴딜 협력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고 비대면 산업을 육성한다는 취지다.

KT는 사회간접자본(SOC) 디지털화에 관심을 갖고 있다. KT가 제시한 'KT 기가세이프 SOC'는 KT 광케이블과 센서로 노후 시설물의 붕괴 위험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관제하는 인프라형 시설안전·재난대응 솔루션이다.

신한금융그룹은 한국판 뉴딜 지원을 위한 대출·투자에 20조원의 자금을 배정했다. 이른바 네오(N.E.O.: New Economic growth supporting Operations) 프로젝트로 쉽게 말해 신경제성장 지원 사업이다. 신한금융은 데이터, 디지털 인프라, 사회간접자본(SOC) 디지털화, 친환경 등 미래 유망산업 관련 창업·중소기업 대출을 크게 늘릴 계획이다.

이재용-정의선 2차 회동 이후 삼성의 '디지털 뉴딜' 투자에 이목 집중

따라서 이재용 부회장이 정의선 수석부회장과의 만남 이후 내놓은 '디지털 뉴딜'에 대한 투자에 이목이 집중된다. 

정부는 정의선 수석부회장과의 '밀월' 속에서 삼성과는 다소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국정농단 재판 등이 부담이기 때문에 적극 '구애'의 손길을 내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신년 모임에서 만남 4대 그룹 총수. 왼쪽부터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 연합뉴스]

하지만 재계 1위 삼성이 한국판 뉴딜 정책에 적극 투자로 화답한다면 정부로서는 가장 이상적인 그림이다. 현대차가 '그린 뉴딜'에 앞장 서고, 삼성이 '디지털 뉴딜'을 이끄는 양축이 완성되는 것.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만남의 한국판 뉴딜은 물론 미래차 시장을 놓고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IT가 자동차를 지배하는 시대로의 전환이다. 

오일선 소장은 "결국은 IT(전자)가 자동차를 지배할 것"이라며 "자동차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교류하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밀려난다. IT와 손잡지 않으면 퇴보한다"고 젊은 총수의 만남에 대해 평가했다.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2차 회동 이후 어떤 미래 먹거리 보따리를 펼쳐 보일 지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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