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meets DESIGN] 애플의 인텔 버리고 ARM 칩으로 갈아타기가 의미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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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eets DESIGN] 애플의 인텔 버리고 ARM 칩으로 갈아타기가 의미하는 것
  • 박진아 IT칼럼니스트
  • 승인 2020.06.25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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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WWDC 2020, ‘애플 실리콘(Apple Silicon)’ 시대 개막, 코 앞으로
아이폰/아이패드/애플워치용 ARM 칩을 PC 제품군으로 확장
前 애플 디바이스/운영체제/앱 스토어가 일괄통합된 에코시스템 구축될 것

지난 월요일 (2020년 6월 22일) 미국 실리콘밸리의 대표적 다국적 IT 기업이 매년 주관하는 애플 WWDC(Apple Worldwide Developers Conference, 1987년 창설) 행사가 팀 쿡 최고경영자의 기조연설을 시작으로 현지 시간 오후 1시에 개막했다. 올해로 33년째를 맞는 이 행사가 열리는 매년 이맘때면 산호세 소재 애플 본사 컨퍼런스 행사장은 전세계 수 십개 국에서 모여든 수 천명의 엔지니어와 디벨로퍼들로 북적댔지만 올해는 코로나(Covid-19) 확산 우려로 전 행사가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애플, 소비자 IT기기 및 서비스 기업에서 엔지니어링 주도 기업으로? 애플의 엔지니어링 부문을 지휘하는 크레이그 페데리기(Graig Federighi) 애플 최고기술경영자. Courtesy: Apple.
애플, 소비자 IT기기 및 서비스 기업에서 엔지니어링 주도 기업으로? 애플의 ARM 칩 기반 통합 애플 운영체제 에코시스템에 대해 설명하는 크레이그 페데리기(Graig Federighi) 애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부문 부사장. Courtesy: WWDC 2020, Apple.

기조연설에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는 이 날을 ‘맥을 위한 역사적인 날’로 묘사하며 향후 2년 내로 애플의 파워맥 데스크탑과 맥북 랩탑 시리즈의 프로세서를 ARM 칩으로 교체할 것이란 계획을 공식화했다. 또 애플이 올 연말 또는 내년 초 즈음 출시할 일명 ‘빅 서(Big Sur)’ 새 맥OS 운영체제는 애플이 자체 개발한 ARM 칩을 탑재한 모바일 디바이스부터 맥PC 제품군에 이르는 모든 애플 기기에서 통용될 애플 통합 운영체제의 인터페이스가 어떤 모습이 될지 미리 엿볼 수 있게 해준다.

올 행사 오프닝에 앞서 수 개월 전부터 IT 전문가와 애플 애호가들 사이 애플을 둘러싸고 제일 많이 거론된 루머는 차세대 애플 맥OS 관련 업데이트 소식, 그 중에서도 애플 맥 제품군에 자체 개발한 ARM 칩으로 대체할 것이란 추측이었다. ARM 칩으로의 전환은 이제까지 탑재해 온 인텔(Intel) 프로세서와의 고별을 뜻한다. 그같은 대폭적인 엔지니어링 개혁으로 우선 민첩한 기술적 대응책에 임해야 하는 집단은 이 행사의 주요 관심자층인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앱 제공업체들이다.

‘빅 서(Big Sur)’ 새 MacOS 데스크탑 운영체제는 ARM 칩 시대 전 애플 기기의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어떤 모양새가 될지 미리 가늠해 볼 수 있게 해준다. Courtesy: Apple.
‘빅 서(Big Sur)’ 새 MacOS 데스크탑 운영체제는 다가올 ARM 칩 시대의 애플 전 제품의 인터페이스 디자인을 짐작해 볼 수 있게 해준다. Courtesy: Apple.

애플이 언젠가는 ARM 기반 칩으로 전환할 것임은 예상된 일이었다. 애플이 인텔 기반 칩과의 고별을 고려하기 시작한 때는 벌써 2012년 경, 인텔의 프로세서 기술 혁신이 둔화세를 보이면서 부터다. 이 시기 마이크로소프트는 인텔 칩 대신 ARM 칩 기반(32-bit ARM)의 하드웨어를 고려한 윈도 RT 운영체제를 설계・발표했고 그 후 서피스 터치스크린 랩탑과 차세대 윈도 10 운영체제기부터 퀄컴(Qualcomm)과의 협력으로 ARM 칩 기반으로 전환했다. 인텔 프로세서는 하나의 칩에 여러 코어를 동시 작동하기 때문에 고성능을 요하는 데스크탑과 랩탑의  작업 수행시 전력 소모가 많고 발열이 높다는게 제일 큰 단점이었다.

이미 아이폰, 아이패드프로(IPad Pro), 애플워치 등 모바일 제품군에는 애플 자체 개발 ARM 칩이 중추적 두뇌로 사용중이다. ARM 기반 칩이 과연 소형 모바일폰이나 태블릿 보다 강력한 데이터 처리능력을 요구하는 맥 시리즈(데크스탑 및 랩탑 컴퓨터)를 지원할 수 있을 것인가? 애플이 개발중인 ARM 기반 칩은 처리 성능은 더 우수하면서도 크기가 작고 가벼우며 배터리 전력 소모가 낮고 발열도 적어서 더 작고 융통성 있는 디자인의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라 기약한다.

그동안 경험지향의 소비자 IT 제품과 서비스 기업을 지향해 오던 애플이 이번 WWDC 행사에서 ARM 칩 전환을 선언하고 엔지니어링 기업으로써 재포지셔닝하려는 이유는 뭘까? 애플은 보안 이슈를 내세운다. 테크놀러지 환경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밀레니얼과 Z세대 소비자는 애플의 주 고객층이다. 그들은 매사 모바일 인터넷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윗 세대 보다 사이버 보안에 대한 불안감도 크다. 그리고 그에 대한 기술적 대안을 IT 기업들이 해결해 주길 기대한다.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가 입증하듯 ARM 기반 칩은 해커 위협으로부터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를 약속한다. Courtesy: Apple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가 입증하듯 ARM 기반 칩은 해커 위협으로부터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를 약속한다. Courtesy: Apple

애플은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가 입증하듯 ARM 기반 칩은 해커의 사이버 위협 방어에 효과적이라 주장한다. 예컨대, 애플이 2017년부터 아이맥프로 제품군에 보안관리 장치로 탑재하기 시작한 자체 개발된 T2 프로세서는 지난 수 년 동안의 거듭된 개발・개선 결과 애플의 ARM 아키텍쳐 기반의 64-비트 단일 칩 체제(SoC)중 한 시리즈다. 2018년 이후 출시된 맥북 랩탑, 맥프로/맥미니/아이맥프로 데스트탑에도 현재 T2 보안 칩이 탑재돼있다.

ARM 칩 전환과 아이폰/아이패드에서 랩탑과 데스트탑의 운영체제를 가로지르는 엔지니어링 및 운영체제 일괄화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애플 온오프라인 매출 통로를 앱스토어로 일원화시키고 모든 유저의 소프트웨어 및 앱 구매를 완전통제하기 위해 앱 스토어를 지금 보다 더 닫힌(closed) 체제로 독점해 나갈 의도라는 것이다. 그도 그럴만하다. 애플은 최근 모바일 기기 및 PC의 매출 둔화에도 불구하고 앱스토어로 사상 최대 매출을 거듭하고 있다. 애플이 구축한 앱스토어 생태계(물리적・디지털 제품 및 서비스, 인앱 광고 포함)에서 발생하는 매출은 2016년부터 해마다 20% 대로 증가하며 2019년 기준 글로벌 총매출액 5천 억 달러 이상을 기록했을 만큼 앱 스토어는 애플의 주 수익원이다.

모바일 기기를 통한 실물・디지털 제품 및 서비스 구매를 지원하는 애플의 ‘m-커머스’ 앱 카테고리는 앞으로도 성장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까지 여행, 자동차 대여 앱이 1천 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고 올해부터는 음식 배달 앱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자료: 2020년 6월 15일 애플앱스토어 생태계 매출 보고서. Apple.
모바일 기기를 통한 실물・디지털 제품 및 서비스 구매를 지원하는 애플의 ‘m-커머스’ 앱 카테고리는 앞으로도 성장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까지 여행 앱과 자동차 대여 앱의 부문에서 높은 구매 추세로 1천 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고 올해부터는 음식 배달 앱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자료: 2020년 6월 15일 애플앱스토어 생태계 매출 보고서. Apple.

2년 후 본격화될 ARM 칩 기반 '애플 실리콘' 시대, 애플 기기에 설치될 모든 앱은 반드시 애플의 검증을 통과한 후 앱 스토어에서만 판매될 수 있게 된다. 그럴 경우 일부 맥 사용자들이 앱 스토어를 거치지 않고 소포트웨어 개발자 사이트에서 직접 소프트웨어나 앱을 다운로드 받아 사용하던 관행은 금지된다. ARM 칩 장착 신형 애플 컴퓨터에서 과거 애용하던 소프트웨어의 사용 및 호환성 여부와 업데이트 지원 여부에 대한 공식적 대책도 없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약 2년 후 열리게 될 애플 ARM 칩 시대가 되면 모든 애플 디바이스로 iOS, iPad, MacOS 등 운영체제 사이 구분과 경계 없이 모든 앱은 거대한 통합 애플 에코시스템 안에서 유려하게 작동하게 될 것이다.

IT 기기의 새 프로세서로의 개편은 칩 제조업체를 비롯한 하드웨어 업체와 소프트웨어 개발자 모두에게 동요스러운 사건이다. 예컨대, 2005년 스티브 잡스 지휘 하 모토롤라 Power PC 프로세서에서 인텔 x86 아키텍쳐로 전환할 때도 그랬다. 새 ‘애플 실리콘’ 환경에 하루 빨리 적응해야 할 개발자들을 위해서 애플은 맥미니 외장 디자인을 한 ‘디벨로퍼 트랜시션 키트(Developer Transition Kit)를 제공한다. 애플 앱 스토어에서 앱을 다운로드 받은 후 Universal App Quick Start Program에 유로 가입(미화 500달러)해야 하며, 이 키트의 사용이 끝나면 애플 본사로 환수하는 것이 조건이다. 올 WWDC는 6월 22일~26일까지 5일 동안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박진아 IT칼럼니스트  gogree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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