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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meets DESIGN] ‘메이드 인 캘리포니아’캘리포니아는 어떻게 21세기 소비자 IT디자인의 산실이 되었나?
  • 박진아 IT디자인 칼럼니스트
  • 승인 2017.10.0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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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이탈리아’에서 ’메이드 인 캘리포니아’의 시대로
캘리포니아 비치 해변가를 수놓는 서핑보드와 스케이트보드, 차고에 차린 스타트업 기업들, 개방형 뉴 오피스 공간에 펼쳐진 첨단 IT 테크 거물기업들과 소비자 테크의 아이콘 아이폰에 이르기까지, 캘리포니아는 오늘날 미국 서부 특유의 독특한 라이프스타일과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표현한다. 애플 매킨토시 컴퓨터의 산실, 공상과학영화 『블레이드 러너』 의 미장센 속에 담겨진 로봇 도시 미학을 연상시키는 첨단미래풍 도회 구획, 소음 한 점 없이 미끄러지듯 거리를 돌아디니는 구글 웨이모 자율주행 자동차들 사이로 배회하는 다인종・다문화 멜팅폿 속의 인간군상들이 각종 첨단 이동 테크놀러지 속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땅, 캘리포니아.

20세기 후반기 두 차례의 세계대전 이후 산업선진국의 눈부신 경제 성장에 막중한 봉사를 했던 두 창조 분야는 다름아닌 광고계와 디자인계였다. 하지만 20세기가 저물고 21세기로 접어든 금세기 전환기, 디자인계가 마케팅과 정보통신기술에 비즈니스의 전략적 주도권을 넘겨주며 ‘위기’와 ‘종말’을 고하는 사이, 캘리포니아는 실리콘 밸리를 주축으로 해 테크의 메카로 자리매김 했다. 애플은 ‘디자인드 인 캘리포니아(Designed in California)’ 라는 슬로건을 매 제품 뒷면에 새겨 넣은 맥 컴퓨터와 아이폰으로 제품 디자인 패러다임을 전환시켰고, 검색 엔진으로 시작한 구글은 전세계에서 가장 막강하고 범(汎) 일상적 테크산업의 거물로 성장했으며, 페이스북은 일개 대학 동창 사진첩에서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글로벌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됐다.

개인주의, 사고와 행동의 자유, 실험정신의 끝은 어디까지? 실리콘 밸리 바이오 테크 스타트업인 크리스퍼(CRISPR)가 상용화시킨 가정용 DIY 박테리아 유전자 엔지니어링 실험 키트. Image: The ODIN. Courtesy: Design Museum London.

개인주의와 자유에 대한 갈망이 낳은 제품 혁신
미국서부의 역사와 자연에 대한 글로 유명했던 ‘서부 미국 문학의 대부’ 월러스 스테그너(Wallace Stegner, 1909-1993)는 캘리포니아를 역사나 전통 의식이 부족하고 쾌락지향적이며 경박스런 역겨운 곳이라며 경멸했으면서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인류의 미래와 혁신은 바로 캘리포니아에서 탄생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19세기 중엽 약 10년 동안 샌프란시스코를 위시해 열병처럼 번진 골드러시를 계기로 이주 인구가 급속히 늘고 신 정착지와 대도시가 형성되기 시작한 이래, 캘리포니아는 불타는 열망과 노력만 있으면 벼락 부자가 되기도 하고 어두웠던 과거를 뒤로 하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도 있는 희망과 실험의 땅이 되었다.

골드러시의 거품이 사그라든 후 미국을 휩쓴 경제 대공황기와 제2차 세계대전 기 불황기에도 캘리포니아에서 만은 헐리우드가 세계 최대 영화산업으로 급성장하며 초호화 도시가 되었다. 이어서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찰스와 레이 이임즈(Charles and Ray Eames)로 대변되는 미국 서부 ‘미드센추리 모던(Mid-century Modern)’ 디자인 양식과 레이먼드 로위(Raymond Loewy)의 캘리포니아식 브랜딩 및 마케팅 수법은 미국식 소비경제 성장에 기폭제 역할을 했다. 현대 문화인류학자들은 그같은 역사적 배경을 자양분으로 해 탄생한 애플 아이폰을 캘리포니아적 개인의 자유 정신을 제품 디자인으로 일축한 결정체로 보며, 실리콘 밸리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스타트업 문화는 캘리포니아적 특유의 개인주의와 사업가 정신의 연속이라고 본다.

구글 웨이모 자율주행 전기 자동차 프로토타입.  Image: Waymo. Courtesy: Design Museum London.

움직임과 탈출의 자유 - 자동차와 자율주행 자동차
미국 서부의 광활한 대지와 자연 곳곳과 대도시에 놓인 우수한 고속도로망과 대도시 고속도로망은 운전대 뒤에 앉은 운전자에게 그 어떤 곳에서도 느낄 수 없는 자유감을 준다고 한다. 개인용 자동차가 널리 일반화되어 있는 미국에서 자동차는 곧 이동의 자유를 뜻하며 그 결과 자동차, 지도, GPS 분야 산업이 일찍부터 발달하여 지금까지도 실리콘 밸리의 여러 하이테크 업체와 스타트업이 혁신적인 테크 제품과 서비스를 디자인하는데 영감이 되어준다.

1984년도 무명 디자이너가 디자인 한 캘리포니아에서 사용되던 LSD 마약 포장지 디자인.  Courtesy of Mark McCloud, San Francisco.

‘캘리포니아 드리밍’ - 판타지 산업의 고향
인간은 신체의 자유로움 말고도 정신의 자유로움도 갈망하는 존재다. 캘리포니아는 가공 세계 혹은 판타지 현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산실이기도 하다. 캘리포니아는 디즈니 캐릭터가 탄생한 곳이며, 전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산업인 헐리우드에서는 스튜디오, 제작자, 배우들이 각축하며 [매년 수치가 변동하지만] 연간 평균 400-600편의 영상물들이 제작 출시되는 영화 스튜디오 클러스터이며, 비디오 게이밍의 고향이다. 현실은 팍팍하고 외롭고 허탈할 지언정 헐리우드 영화는 언제나 승리와 성공과 행복을 약속하는 이른바 ‘헐리우드 엔딩’으로 마감하며 희망을 갖고 살아가라 위안하고, 컴퓨터 비디오 게임은 승자에게는 더 어렵지만 더 큰 보상을 패자에게는 재시도의 기회를 제시한다.

어떻게 캘리포니아인들은 세상을 색다르게 바라보고 현실을 새로운 눈으로 보는 방식을 개척하게 되었을까? 디자인 역사 전문가들에 따르면 1960년대 히피족과 청년들 사이에서 널리 유행했던 마약 문화와 자유분방함이 일조를 했다고 한다. 예컨대, 공상과학영화 속의 미래 세상에 대한 비젼, 최근 각광받고 있는 가상현실(VR), 심지어는 오늘날 우리가 일상 속에서 늘 사용하는 컴퓨터 그래픽 인터페이스도 실은 엔지니어, 컴퓨터 프로그래머, 디자이너들이 LSD 마약에 심취된 상태나 그로부터 받은 시각적 영감을 테크에 응용하여 제품으로 실현시킨 결과물이다.

1990년대 『와이어드(Wired)』 매거진 표지. Courtesy: Design Museum London.

테크는 자기표현과 저항의 수단
오늘날 현대인들이 인터넷과 스마트 기기를 이용해 일상 속에서 늘 사용하는 소셜 미디어(social media)는 캘리포니아의 그래픽 디자인 전통이 인터넷 정보통신 기술이 만나 탄생한 지극히 캘리포니아적인 자기 표현 방식이다. 데이빗 카슨(David Carson)의 아트디렉팅으로 디자인된  『레이 건(Ray Gun)』 매거진(1992년 창간)은 혼란스럽고 추상적인 실험적 세체와 레이아웃으로 당시 그래픽 디자인계의 시각적 통념과 인쇄물 미학을 근본적으로 뒤흔들며 다가올 21세기 ‘해체주의’ 그래픽 미학을 선도했다. 『와이어드(Wired)』  매거진(1993년 창간)은 당시 일명 ‘이머징 테크놀러지’ 로 불린 신흥산업 즉, IT/하이테크/첨단과학기술 분야 소식과 심층취재로 IT를 현대 문화 속으로 확장시킨 출판계의 혁신적 아이콘이었다.

개인 컴퓨터 - 해방, 소통, 창조를 돕는 도구
‘컴퓨터는 개인에게 권한을 주고 소통과 창조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도구(tool)’이라는 실리콘 밸리의 정신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실제로 캘리포니아 만큼 산업 기술을 일방 소비자들이 쉽게 접근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기술의 대중화에 기여한 곳도 없다. 그 캘리포니아 정신은 곧 집 차고나 헛간에서 친구들이 모여 컴퓨터나 첨단 툴(tool)을 만드는 이른바 ‘메이커 문화(maker culture)’와 뜻 맞는 인재들이 모여 협업을 시작하는 ‘실리콘 밸리 테크 문화(Silicon Valley tech culture) 사업정신도 일조했다. 20살 청년 스티브 잡스가 애플1 컴퓨터 모델을 연장을 두드려 직접 디자인던 것처럼, 예컨대 요즘에는 취미 과학자들을 위한 가정용 DIY 유전자 엔지니어링 실험 세트가 새 테크+디자인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Whole Earth Catalog는 1960년대 캘리포니아에서 발행된 지식 공유용 잡지로 오늘날 구글 서치 엔진이나 위키페디아의 전신이다. 여러 사용자들이 편집에 동참하고 공유하게 해 사용자들이 주류 사회에서 탈피해 자립적으로 생활하며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는 것을 돕기 위해 출발했다. 1960-70년대 캘리포니아 버클리를 주축으로 번졌던 히피운동과 청년 반문화 운동도 캘리포니아 특유의 따뜻한 기후, 낙관적인 분위기, 자유분방함, 개인주의가 버무러져 탄생한 사회 현상이었다. 벅민스터 펄러가 디자인한 제오데식 원형 돔 건축은 히피들이 가장 선호한 주거 형태였다. Courtesy: Design Museum London.

21세기 글로벌 시대, 우리는 모두가 캘리포니아인?
‘무엇이든 캘리포니아서 시작된 것은 도처로 퍼지는 경향이 있다’고 한 지미 카터 미국 전 대통령은 농담한 적이 있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오늘날 전세계인 어디서나 사용되는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는 캘리포니아에서 시작되어 오늘날 전세계 인류 공통의 글로벌 현상이 되었다. 흔히 테크 디자인 분야 전문가들은 기이하고 괴짜스러운 크리에이티브가 많은 남 캘리포니아와 모더니즘풍 디자인과 테크를 접목시킨 제품 개발에 앞서있는 북 캘리포니아의 인재들이 충돌과 시너지를 거쳐 탄생한 결과물이라고 보기도 한다.

캘리포니아의 디자인을 그토록 색다르고 멋지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개인용 스마트 기기로 셀카 사진을 찍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내 사진과 하고 싶은 말을 포스팅하는 자기를 표현하는 행위에서 자유와 해방감을 느끼고 외부 세상과 소통한다는 만족감을 느끼는 현상은 지극히 캘리포니아적인 정서와 문화다. 메이드 인 캘리포니아 제품이 글로벌 인류에게 익숙해져 갈수록 우리도 모르는 사이 캘리포니아 문화를 흡수하며 캘리포니아인이 되어 가는지 모른다. 캘리포니아가 21세기 디지털 혁명과 대중문화에 끼친 영향을 살펴보는 디자인 전시회 『캘리포니아: 자유를 디자인하다.』전(5월24일-10월 15일)은 런던 디자인 뮤지엄에서 열린다.

2015년 지구 위 인터넷을 통해 페이스북에 연결된 페이스북 사용자들의 트래픽을 표현한 지도. Image: Facebook. Courtesy: Design Museum London.

박진아 IT디자인 칼럼니스트  feuillet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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