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의 ‘1000원’ 전략... 편의점 스낵시장 판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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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의 ‘1000원’ 전략... 편의점 스낵시장 판도 바꾼다
  • 양현석 기자
  • 승인 2020.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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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전략으로 국내 및 해외에서 점유율 높이며 1분기 서프라이즈 실적
중국과 베트남 현지 상황 맞게 소매점 매대에 걸 수 있는 크기 상품 ‘적중’
19일 한 편의점 매대에 진열된 오리온 ‘치킨팝’ 라인업.[사진=양현석 기자]
19일 한 편의점 매대에 진열된 오리온 ‘치킨팝’ 라인업.[사진=양현석 기자]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오리온이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거둔 데 대해 오리온의 1000원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오리온은 최근 공시 자료에서 2020년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5398억원, 영업이익 97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8.5%, 영업이익은 25.5% 성장할 정도로 예상을 뛰어넘는 호성적이었다.

당초 업계에서는 오리온이 국내에서는 좋은 실적을 올려도 중국과 베트남 등 주요 해외법인의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의외로 중국에서는 전년 동기 비 4%대의 매출 성장을 이루고, 베트남에서는 역대 1분기 기준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23.9% 매출 성장을 나타냈다.

오리온 한국 법인 역시도 ‘포카칩’, ‘썬’, ‘꼬북칩’, ‘치킨팝’ 등 차별화된 스낵 제품과 ‘초코파이’, ‘다이제’, ‘닥터유 단백질바’ 등의 매출 호조에 힘입어 7.2%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중국에서는 스낵 카테고리가 고성장하는 가운데 소매점 매대 점유율 확대와 ‘티몰’, ‘징둥닷컴’ 등 온라인 채널 확대로 이른 춘절 효과에 따른 약세 분기임에도 불구하고 전년 동기 대비 4.6%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베트남에서는 쌀과자, 양산빵 등 신규 카테고리 개척 성공과 편의점, 체인스토어 등 신규 유통 채널 점포 확대에 힘입어 23.9%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편의점, 체인스토어 등 젊은층의 이용률이 높은 유통 채널에서 크게 성장한 것이 눈에 띈다.

오리온의 실적 상승에서 눈 여겨 볼 것은 ‘치킨팝’으로 대표되는 편의점용 1000원 스낵이다.

오리온이 ‘실속스낵’이라고 명명한 이 1000원 스낵의 시작은 지난해 ‘치킨팝’부터였다. 치킨팝은 2016년 1월 이천공장 화재로 생산라인이 소실되면서 불가피하게 생산 중단된 바 있다. 이후 오리온 공식 홈페이지와 SNS, 고객센터 등으로 200여 건이 넘는 출시 문의가 이어지는 등 소비자들의 요청이 지속됐다

이에 오리온은 지난해 2월 ‘치킨팝’을 기존 대비 10% 증량하고, 본래 맛과 모양을 그대로 재현해 3년 만에 재출시했다. 그 후 치킨팝은 출시 7주 만에 300만개, 7개월 만에 2000만개가 팔리며 연 매출 200억원을 돌파하면서 오리온의 새로운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치킨팝의 성공에 영감을 얻은 오리온은 올해 편의점 스낵 시장에 ‘가성비’를 강조한 ‘실속스낵’ 라인업을 주력으로 내세우기 시작했다. 과거와 달리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소용량 포장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1000원이라는 가격이 심리적 저항감을 낮추는데 큰 몫을 했다.

오리온 1000원 스낵 성공에 자극을 받은 경쟁사들은 물론, 편의점들도 자체 PB 제품으로 비슷한 컨셉의 제품들을 내놓고 있어, 1000원 스낵은 편의점 스낵시장의 새로운 카테고리로 형성되고 있다. 

오리온의 이런 전략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빛을 발했다. 중국의 경우 일반 소매점 전용 소용량 가성비 제품 출시를 통해 중국 3~4급 도시의 매대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지난 4월 ‘치킨팝 닭강정맛’과 ‘충칭라즈지맛’, ‘오!감자 미니별 양꼬치맛’과 ‘토마토마라맛’ 등 총 4종을 실속스낵으로 출시했다. 중국 현지화 기준 2위안(한화 약 350원)으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가격대에 실속스낵 특유의 길쭉한 패키지 디자인으로 출시해 한 손으로 들고 먹을 수 있는 편리성도 더했다. 줄줄이 고리에 걸어서 진열 판매하는 방식으로 소점포 내에서 공간 활용도를 높이고 소비자 노출도 강화했다. 2018년 5월 중국 현지명 ‘랑리거랑(浪里个浪)’으로 출시된 이후 8000만 봉 이상 판매된 꼬북칩도 실속스낵 라인업에 추가해 매출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베트남에서는 ‘포카칩’, ‘스윙칩’, ‘오!감자’ 등 감자스낵 소용량 제품이 현지 법인 전체 감자스낵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등 인기를 끌며 소용량 제품 출시를 강화하고 있다. 1봉지당 현지화 기준 6000동(한화 약 300원)으로 가격 부담이 적어 고민 없이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인기 요인이다. 베트남은 일반 소매점이 좁은 매대 위에 다수의 제품을 진열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매장 내 걸어서 판매할 수 있는 소용량 제품을 출시한 전략도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19일 오리온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취식 트렌드를 연구한 끝에 가장 만족도를 높인 가격과 용량으로 ‘실속스낵’을 내놓게 됐다”면서 “글로벌 경기 불황 속에서 가성비 구매 트렌드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실속스낵 라인업을 지속 확대할 것”이라고 ‘1000원 전략’의 확대를 공언했다.

양현석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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