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체를 공중에 띄워 결정화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방법이 나왔다. 이를 응용하면 앞으로 신소재 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결석과 통풍 등 다양한 단백질 결정화 연구에 응용할 수 있다.

소금을 얻는 가장 쉬운 방법 바닷물을 증발시키면 된다. 바닷물에서 물을 증발시키면 물에 녹아있던 소금 결정이 나타난다. 액체 또는 기체 상태에 있는 무질서한 입자들이 일정한 배열을 가지는 고체로 변하는 현상을 결정화라고 한다.

어떤 물질의 결정화 과정을 정확히 관찰하고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물질이 형성되는 과정을 조정해 원하는 물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이용하면 여러 방면에서 활용될 신소재를 개발할 수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원장 박현민) 소재융합측정연구소 극한측정연구팀은 밀리미터 크기 콜로이드 액체를 공중에 띄워 결정화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콜로이드는 우유나 혈액, 마요네즈, 안개처럼 입자들이 다른 물질 속에 골고루 퍼져 떠다니는 상태의 혼합물을 말한다. 예를 들어 우유는 투명한 물(용매)에 단백질, 칼슘 등이 고르게 퍼져 둥둥 떠다니는 상태이다.

연구팀은 정전기 공중부양 장치와 산란장치를 결합한 장비를 사용해 콜로이드 액체를 공중에서 증발시키고 실시간으로 결정화를 관찰하는 획기적 방법을 사용했다. 공중 부양한 콜로이드 액체와 다른 물체의 접촉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 연구자들은 콜로이드 액체의 결정화를 페트리 접시 등의 용기를 사용해 관찰했다. 이 방법으로는 물질의 결정화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웠다. 물질과 용기가 닿은 부분에서 결정화가 일어나거나 용기와 굴절률 차이 등으로 용기표면에서 액체 모양의 변형이 생겨 정확한 부피 측정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KRISS 연구팀이 개발한 정전기 공중부양 장치를 이용하면 콜로이드 액체가 공중에서 구형을 이룬다. 물의 증발이 구형의 액체 전체 표면에서 고르게 일어나므로 결정화가 매우 균일하게 진행된다. 구형의 액체는 부피 측정이 쉬워 결정화를 조절하는 핵심 인자인 충밀도(물질의 전체 부피 중에서 입자들이 차지하는 부피의 비)를 정확히 추정할 수 있다.

레이저나 빛 등의 광원을 액체에 직접 쬐어 관찰하는 산란장치를 이용해 결정화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다. 공중에 뜬 콜로이드 액체는 어떠한 물체와도 접촉하지 않아 광원이 콜로이드 액체로부터 직접 산란된다. 이때 파장의 색깔 변화를 통해 입자들의 거리와 배열 등을 곧바로 측정할 수 있다.

이수형 KRISS 책임연구원은 “콜로이드 입자들의 분포, 서로 엉겨 붙는 성질과 형태 등을 파악해 결정화 현상을 제어하면 유·무기 화합물의 고순도 분리와 결정 입자 제조 등 다양한 성질의 신소재를 개발할 수 있다”며 “이번 기술이 표면이 갈라지지 않는 페인트, 체내 흡수를 훨씬 빠르게 만드는 약물 등 여러 방면에서 유용하게 활용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조용찬 KRISS 선임연구원은 “이번 성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원자들의 결정화를 눈에 보이는 크기의 콜로이드를 이용해 관찰한 것”이라며 “단백질 결정화 연구까지 확대한다면 인체의 단백질 결정인 결석, 통풍 등의 연구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근우 KRISS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 결과는 초고온 금속액체의 극한 물성 연구를 위한 정전기 공중부양 장치를 다른 분야(화학공학 및 바이오)에 적용한 결과”라며 “앞으로도 극한 연구의 과정과 결과가 학문적·기술적으로 타 분야에 적용 및 활용되길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연구 결과는 재료과학 분야의 국제학술지인 스몰(Small)에 커버(논문명: Real‐Time Monitoring of Colloidal Crystallization in Electrostatically‐Levitated Drops)로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