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품다] 수소보다 ‘6분의 1’ 수준의 정확도로 나노입자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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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품다] 수소보다 ‘6분의 1’ 수준의 정확도로 나노입자 찍었다
  • 정종오 기자
  • 승인 2020.04.03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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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팀, 개별 나노입자 ‘3D 증명사진’ 촬영
백금 나노입자의 3차원 증명사진. [사진=IBS]
백금 나노입자의 3차원 증명사진. [사진=IBS]

국내 연구팀이 수소보다 6분의 1 수준의 정확도로 나노입자를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나노소재의 물리‧화학적 특성을 결정하는 표면 구조를 직접 관찰한 것이다. 이로써 표면 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할 수 있게 됐다. 촉매 성능 개선, 디스플레이 색 순도 향상 등 다양한 응용 분야에 파급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연구에서 제시한 나노입자의 3차원 원자 위치를 정확히 규명하는 방법을 활용하면 앞으로 인공지능을 이용한 신소재 개발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수소자동차의 엔진으로 사용되는 연료전지, 태양열을 이용하는 화학 반응기 등에 사용되는 신소재 촉매의 개발을 빠르게 할 수 있다.

또한 3차원 원자 위치 분석 연구는 나노입자뿐 아니라 단백질과 같은 생체 분자에도 적용할 수 있다. 단백질 구조 분석을 통한 신약 개발과 생명 현상의 신비 규명 등 생물 의학 분야에도 응용돼 새로운 융합 연구를 통해 과학기술 분야의 난제를 해결해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연구단 박정원 연구위원(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연구팀은 호주 모나쉬대,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와 함께 0.02nm(1nm는 10억분의 1m)까지 관찰할 수 있는 분석기법을 개발해 개별 나노입자의 3차원 구조를 원자 수준에서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액상 투과전자현미경(liquid cell TEM)을 이용해 가장 작은 원소인 수소보다 6분의 1 작은 수준의 정확도로 나노입자를 관찰했다. 액상 투과전자현미경(TEM)은 나노입자가 존재하는 환경인 액체에서 전자를 이용해 이미지를 얻는 방법으로 나노입자의 구조와 변화를 관찰한다.

고성능의 나노소재를 설계‧합성하기 위해서는 구조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노입자의 원자 배열이 미세하게 바뀌면 촉매 활성이 떨어진다. 디스플레이 색 순도가 바뀌는 등 물성이 달라진다. 지금까지는 나노입자의 전체적 형상만 관찰될 뿐 원자 배열을 입체적으로 관찰할 방법은 없었다.

연구팀은 나노입자가 녹아있는 극미량의 용액을 담을 수 있는 특수용기인 액체 셀(Liquid Cell)을 자체 개발했다. 이어 액상 투과전자 현미경을 이용해 나노입자를 관찰했다.

액상 투과전자현미경은 용액 내에서 회전하는 나노입자를 관찰하며 초당 400장의 이미지를 촬영한다. 이후 연구팀은 개별 나노입자 위치를 추적했다. 촬영된 수천 장의 이미지를 3차원으로 재구성하는 알고리즘으로 처리해 정밀한 입체구조를 얻었다.

이를 통해 용액 상에서 합성된 백금(Pt) 나노입자의 3차원 원자 배열을 관찰했다. 같은 조건에서 만들어진 나노입자라 하더라도 원자 수준에서는 배열 등 구조가 제각각 다름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로 나노소재의 물리‧화학적 특성을 결정하는 표면 구조를 직접 관찰하고 표면 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할 수 있게 됐다. 촉매 성능 개선, 디스플레이 색 순도 향상 등 다양한 응용 분야에 파급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병효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에서 제시한 방법을 활용하면 추측만 해오던 나노입자의 정밀구조를 원자 수준에서 직접 관찰하고 다양한 나노입자의 성능 향상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원 연구위원은 “인공지능으로 물질의 성질을 예측하고 합성하는 것이 미래 소재 개발의 중요한 방법론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촉매, 디스플레이, 신약 개발 등 광범위한 과학기술 분야에서 나노 재료 설계와 합성에 중요한 단서를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IF 41.037) 4월 3일 자 표지논문(논문명: Critical differences in 3D atomic structure of individual ligand -protected nanocrystals in solution)으로 실렸다.

◆연구팀 미니인터뷰
"미래 소재 개발에 도움"

-개별 나노입자의 3차원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 왜 중요한가.

“물질의 구조와 물성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금 나노입자의 경우 표면 원자들의 위치가 조금씩 변해도 촉매 성질이 크게 바뀐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나노입자의 원자 배열에 따라 색 순도가 달라진다. 원하는 물성을 갖춘 나노소재를 설계하고 합성하는 데 있어 나노입자의 정밀한 구조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나노입자의 경우 합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변수로 비균질성을 가진다. 개별 나노입자마다 구조와 물성이 각각 다를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나노입자의 전체적 형상만 관찰할 수 있을 뿐, 표면과 내부의 원자 배열까지 입체적으로 관찰할 수는 없었다.”

-액상 투과전자현미경(TEM)은 어떤 장비인지 알고 싶다.

“투과전자현미경(TEM‧Transmission electron microscopy)은 매우 짧은 파장을 가지는 전자를 이용해 물질의 이미지를 얻는 방법이다. 광학현미경보다 훨씬 우수한 나노미터 미만의 분해능을 가진다. TEM을 이용하면 나노입자의 형태와 결정 구조 등을 파악할 수 있다. 다만 진공 상태에서 측정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진공 상태는 실제로 나노입자가 존재하는 환경인 액체 내에서 나노입자의 구조와 변화를 관찰하기 어려울뿐더러 나노입자의 형태와 구조를 변형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액상 투과전자현미경(Liquid cell TEM)은 액체 상태의 시료를 ‘액체 셀(Liquid Cell)’에 밀봉해 시료가 증발하지 않도록 유지하며 측정하는 원리이다.

그래핀 액체 셀에 담긴 백금 나노입자. [사진= IBS]
그래핀 액체 셀에 담긴 백금 나노입자. [사진= IBS]

-3차원 정밀구조를 얻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먼저 연구팀은 액체 상태의 시료를 정밀하게 담을 수 있는 그래핀 기반 ‘액체 셀’을 제작했다. 액체 셀은 시료가 외부와 물질 교환이 차단되도록 밀봉하는 역할을 한다. 전자의 산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한 얇게 만들어야 한다, 두께가 1nm 수준에 불과하다. 기계적 물성이 우수한 그래핀이 최적의 재료다. 연구팀은 두 그래핀 사이에 액체 시료를 담고, 반데르발스 상호작용으로 두 그래핀을 접착시켜 밀봉했다. 유연한 그래핀은 시료로 인해 자연스럽게 휘어져 액체 셀은 사탕처럼 가운데가 볼록 튀어나온 구조를 갖는다.

연구팀은 백금 나노입자가 녹아있는 물을 그래핀 액체 셀에 넣고, 초고해상도 투과전자현미경으로 용액 내에서 회전하는 나노입자를 관찰했다. 액상 TEM은 1000분의 1초라는 빠른 속도로 시료를 촬영하고 각 나노입자의 구조 정보를 포함하는 수백 기가바이트(GB)~수 테라바이트(TB) 대용량의 데이터를 제공한다.

그 후 2차원 이미지를 3차원 구조로 재구성하기 위해 연구팀은 이미지 빅데이터를 확률적으로 분석하는 알고리즘과 개별 나노입자를 추적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활용했다. 이를 통해 나노입자의 3차원 원자 배열을 관찰한 결과, 같은 조건에서 합성된 나노입자라 하더라도 원자 수준에서의 구조는 제각각 다르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의 의미와 앞으로 응용 분야는.

“최근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인공지능을 이용해 물질의 성질을 예측하는 것이 미래 소재 개발의 중요한 방법론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시뮬레이션의 정확성을 좌우하는 것이 바로 3차원 원자 위치이다. 이번 연구에서 제시한 나노입자의 3차원 원자 위치를 정확히 규명하는 방법을 활용하면 앞으로 인공지능을 이용한 신소재 개발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수소자동차의 엔진으로 사용되는 연료전지, 태양열을 이용하는 화학 반응기 등에 사용되는 신소재 촉매의 개발을 빠르게 할 수 있다.

또한 이 3차원 원자 위치 분석 연구는 나노입자뿐 아니라 단백질과 같은 생체 분자에도 적용할 수 있다. 단백질 구조 분석을 통한 신약 개발과 생명 현상의 신비 규명 등 생물 의학 분야에도 응용돼 새로운 융합 연구를 통해 과학기술 분야의 난제를 해결해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정종오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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