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바꾼 변화⑭] 달라지는 노사문화 '투쟁 대신 협력'...정부 정책 기조 '고용 유지' 방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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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바꾼 변화⑭] 달라지는 노사문화 '투쟁 대신 협력'...정부 정책 기조 '고용 유지' 방점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0.04.27 0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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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노조, 독일식 노사협력 모델 모색...쌍용차, 11년째 무분규 임단협 타결
- 민주노총 운수노조 "한시적 해고 금지 조처 및 하청 노동자 포함 고용 유지 제도 개선" 요구
- 정부,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발표...고용 유지 등이 조건

코로나19 사태로 인행 산업 전반의 노사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기업들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임금인상을 두고 힘겨루기를 하는 대신 경영정상화와 고용안정을 이루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는 모양새다.

정부의 정책 기조는 고용 유지에 방점이 찍혀 있다. '노사정(노조·기업·정부)'이 고용 안정에 합심하는 분위기인 셈이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강성 노동조합'으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핵심 주축인 완성차 노조에도 변화의 바람이 커지고 있다.

자동차 업체들은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글로벌 시장 판매망이 마비되며 수출이 급감한데다, 공장 가동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등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 주요 자동차 브랜드의 공장 가동률은 평균 29%에 그치고 있다.

이에 단일 기업 국내 최대 노조인 현대자동차 노조는 '독일식 노사협력 모델'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모색에 나섰다.

현대차 노조

현대차 노조는 지난 17일, 노조 소식지에 '독일 금속산업 노사 위기협약 체결에서 아이디어 얻자'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노조는 "코로나19에 대응해 노사가 협력을 약속한 독일 금속노조의 사례를 주목하자"고 했다. 

독일 최대 노조인 독일 금속노조는 임금 동결에 합의하는 대신 고용 보장을 골자로 한 '위기 협약'을 체결했다. 독일 정부도 경기침체로 일감이 줄어든 노동자를 지원하기 위해 '조업단축급여'를 확대 편성했다. 

현대차 노조가 임금 동결과 고용 보장을 노조 요구안으로 공식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노조의 우려는 1분기 실적에서 현실이 됐다. 

현대차의 1분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1.6% 감소한 90만 3371대에 그쳤다. 기아차는 1분기 판매량이 64만 8685대로 같은 기간 1.9% 감소했다.

자동차를 비롯 산업 전반에 걸쳐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 영향이 부분적 반영됐지만 2분기에는 최악 상황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업계는 이미 노사 협력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쌍용자동차 노사는 지난 17일 평택 공장에서 임금 동결을 골자로 한 '2020년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타결했다고 밝혔다. 

쌍용차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먼저 임단협 협상을 마무리했다. 과거 '강성 노조의 대명사'였던 쌍용차 노조는 2010년 이후 11년 연속 무분규 타결 기록을 이어갔다. 

이는 만성 적자난에 빠진 쌍용차 노사가 '우선 회사를 살리자'라는 인식을 함께 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쌍용차는 최근 3년간 누적 470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폭이 증가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인도의 모기업 마힌드라그룹이 당초 계획했던 자금 지원마저 최근 철회하면서 '생존 여부'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회사의 경영 정상화와 고용 안정을 위해 안정적인 노사 관계가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합의를 이뤘다"며 "앞으로는 차질없이 자구안을 추진하고 판매 물량 증대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르노삼성자동차와 한국GM 노조도 수개월을 끌어왔던 2019년 임협을 지난 14일 마무리 지었다. 르노삼성은 지난 9월 상견례 이후 7개월 만에, 한국지엠은 작년 7월 이후 10개월 만에 합의에 도달한 것이다. 

올해 임단협도 5월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노조는 고용 유지에 중점을 둘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 노조는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의 중요한 기반이라는 점에서 상급 단체의 변화도 주목된다. 

실리과 합리를 내세운 현 노조 집행부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1월 취임한 이상수 현대차 노조위원장은 실용주의 중도 성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취임 직후 “무분별한 파업을 지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지난 20일,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항공·공항 부문 노동자들의 고용 보장을 정부에 촉구하기 위해 현장 실천단을 발족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지난 20일,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항공·공항 부문 노동자들의 고용 보장을 정부에 촉구하기 위해 현장 실천단을 발족했다 [사진 연합뉴스]

노조는 "외주화 된 항공조업사와 재하청 된 노동자 9천여명 중 이미 50%에 육박하는 인원이 퇴직하거나 무급휴직 상태에 놓여 있다"며 "하청 노동자들은 재난과 위기 앞에 가장 먼저 일자리에서 밀려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에는 비행기 기내를 청소하고 수화물을 분류하는 재하청 업체 노동자들에게 정리해고가 예고되는 일도 벌어졌다"며 "정부는 당장 해고를 중단시키기 위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항공·공항 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은 기업 살리기에만 초점을 둬서는 안 된다"며 "한시적 해고 금지 조처를 내리고, 하청 노동자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고용유지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정책 기조도 고용유지에 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22일 코로나19 위기 극복 방안과 기업 애로사항, 정책방향 등을 논의하기 위해 재계 5대그룹 경영진과 머리를 맞댔다.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권영수 LG그룹 부회장, 장동현 SK 사장, 공영운 현대차 사장,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40조원 규모 기간산업 지원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간 강조한 '고용 유지'에 대한 협조를 누차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제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정부는 항공, 해운, 조선, 자동차, 일반기계, 전력, 통신 등 7대 기간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기업들의 조속한 경영 정상화와 경영 안정을 위해 산업은행에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설치한다고 발표했다.

기간산업안정기금은 기업의 일정한 자구 노력을 전제로 지원된다. 일정 기간 일정 비율 이상의 고용 유지가 핵심 조건이다. 

하지만 생존을 위협받는 기업 입장에서 정부가 고용 유지에는 현실적 한계가 있다.

재계 관계자는 "경제를 살려야한다는데 이견이 없다"면서도 "글로벌 불확실성과 경영 위기 속에서 투자와 고용 문제는 기업 고유 권한"이라고 토로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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