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발전을 LNG로 대체하면 최대 74조원 '좌초자산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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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발전을 LNG로 대체하면 최대 74조원 '좌초자산 위험'
  • 김의철 전문기자
  • 승인 2020.04.21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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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후한 한전 자회사 가스발전설비, 이용률 낮고 수익은 민자발전 설비보다 2배 높아

국내 노후 석탄화력발전을 가스발전으로 대체할 경우 좌초자산 손실액이 2060년에 약 72조원(600억 달러)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좌초자산은 시장 환경의 변화로 가치가 떨어져 없어지거나 빚이 되는 자산을 말한다.

영국 금융 싱크탱크인 카본트래커 이니셔티브(CTI)와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은 한국 내 기존 및 신규 가스발전소 투자의 재무적·경제적 타당성을 분석한 ‘가스발전, 위험한 전환’ 보고서를 21일 발표하고 화상으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전 발전자회사들이 계획대로 노후석탄화력발전 설비 13.7 GW를 폐쇄하고 이를 가스 발전 설비로 대체할 경우 2060년 경 좌초자산은 600억달러(약 72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보고서는 “한국은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폐쇄 예정인 노후석탄화력 중 상당 부분을 가스발전으로 대체한다는 계획인데, 이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경제성 측면에서도 중단되어야 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파란색 막대 부분은 파리기후변화협정 목표이행 시나리오에 따른 가스발전 설비용량. 붉은색 막대 부분은 현재 가스발전설비를 유효수명까지 운영하는 시나리오에 따른 가스발전 설비용량. 초록색 막대 부분은 노후 석탄화력발전설비 13.7GW가 모두 가스발전 설비로 대체되는 시나리오에 따른 가스발전설비. [자료=CTI/기후솔루션]

석탄발전 설비를 가스발전 설비로 대체하지 않더라도 좌초자산은 300억달러(약36조원)에 달할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한국이 파리기후변화협정 목표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현재 운영 중이거나 건설 예정인 가스발전소를 2050년까지 퇴출시켜야 한다”며 “현재 계획대로 가스발전소를 운영, 신설할 경우 2060년경 좌초자산 위험은 300억달러(약 36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우리나라의 가스발전 좌초자산 위험이 높은 이유는 가스발전소에 대한 보상이 과도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특히 한전이 발전자회사의 주요 발전설비 총괄원가회수를 보장하고, 첨두부하(전기 수요가 최대치에 이를 때의 발전량)를 확보하기 위해 과다한 용량요금(첨두부하 기준으로 지급하는 요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쉽게 말하면 공급한 전력량만큼 요금을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쓰지는 않았지만 한전이 요구할 때 전력을 송출할 수 있도록 대기하는 전력량을 포함한 기준으로 요금을 지급한다는 의미다. 한전은 자회사에게 이처럼 과다한 요금을 지불하고, 지출한 요금은 전력수요자에게 청구하게 된다는 것이다. 

  가스발전 설비별 수입구성 현황 (2017-2019). 빨간 부분이 용량요금이 차지하는 비중. 한전 발전자회사들에서 특히 많이 나타난다.
[자료=CTI/기후솔루션]

보고서는 “한전 발전자회사가 운영하는 가스 발전 설비는 상대적으로 민간 가스 발전설비보다 노후하기 때문에 이용률이 낮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량요금 등을 통해 투자 보전을 지속적으로 보장받고 있다”면서 “이들 설비는 민간발전 설비보다 약 2배 많은 수익을 올린다”고 설명했다.

기후솔루션 조사에 따르면 한전 발전자회사 가스발전 설비의 평균 이용률은 약 29%, 민간 발전사 가스발전 설비의 평균 이용률은 51%로 추정된다. 반면 민간 발전사의 평균 영업현금흐름이 약 8만5000원(69달러)/MWh일 때 한전 발전자회사의 가스 발전소 평균 영업현금흐름은 19만원(154달러)/MWh수준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이용률은 낮은 반면 수익은 훨씬 많은 셈이다. 

카본 트래커의 전력사업 부문 책임 연구원이자 이번 보고서의 공동 저자인 맷 그레이(Matt Gary)는 “한국이 화석연료발전설비에 과도한 보조금을 지급해주는 지금의 왜곡된 전력 시장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그 비효율로 인한 손실은 전기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면서 “가스복합발전에 대한 과도한 보상 및 신규 가스복합발전소 건설은 한전의 재무적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신설 태양광발전소, 해상풍력 및 육상풍력 발전 모두 이미 신설 가스발전소의 단가보다 저렴하고, 에너지저장장치(ESS)가 부착된 신설 태양광발전소는 2028년경 신설 가스발전보다 저렴해진다고 밝혔다. 한편 신설 태양광발전소, 해상풍력 및 육상풍력 발전의 단가는 기존 가스발전소보다 각각 2023년, 2024년, 2025년에 더 저렴해진다.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신규 및 기존 가스 발전소의 경쟁력을 추월하는 연도. 검정색 선이 신설 가스발전 단가. 빨간선인 ESS가 포함된 신설 태양광발전 단가도 2028년이면 신설 가스발전보다 저렴해진다. [자료=CTI/기후솔루션]

한가희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재생에너지의 지속적인 가격 하락, 가스발전의 높은 가격 때문에 가스발전소는 기저발전원보다는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에 대처하는 수단으로 활용 되어야한다”면서 “한전 자회사 등이 가스발전소를 짓고자 하는 것은 총괄원가보상제, 용량요금제도 등이 있기 때문인데 이러한 제도를 유지하고 현재 계획대로 9차 전력수급계획에 가스발전소를 대거 반영하는 것은 한국전력의 적자, 더 나아가 국민들의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 첫번째 발제를 맡은 멜리사 브라운 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 이사는 "2018년 한전과 두산중공업이 가스발전의 전망이 밝다고 판단한 것은 매우 큰 실수"라고 지적하고 "신재생에너지 부문의 성장으로 가스발전사업의 기회가 줄고 있을 뿐 아니라, 최근 5개월 동안 가스발전 시장이 급변하면서 더 작고 유연한 가스발전설비 중심의 시장구조로 변했다"고 설명했다. 

가스발전시장은 기존의 지멘스, GE, 미쓰비시 등 강자들도 고전하는 치열한 경쟁시장이었고, 구조조정 수순을 밟기 시작한 시점에 뒤늦게 시장에 진입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이미 지불한 가스 공급망 인프라 비용때문에 원료비용만 단순하게 계산하지만, 다른 나라에는 이같은 인프라가 없다며, 다른 나라에서의 사업기회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석유보다는 탄소배출량이 적지만, 화석연료라는 점에서 같고, 연료 수입 항로인 남중국해의 정치군사적 불안정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너지 안보의 관점에서 장기적·안정적 에너지원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편,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한 석광훈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가스발전이 없다면, 석탄·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가 직접 경쟁해야하는데, 그렇게 되면 경쟁이 안 된다"며 가스터빈의 역할도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다는 반론을 제기했다.

그는 또한 발전용 가스보다는 주택용 가스보조금을 살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너무 빨리 가려고하면 오히려 빨리 갈 수 있는 길을 막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CTI가 작성한 보고서 표지. [사진=CTI/기후솔루션]

 

 

 

 

 

김의철 전문기자  def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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