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한전, 두산중공업 '좌초자산' 리스크 감당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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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한전, 두산중공업 '좌초자산' 리스크 감당될까
  • 김의철 전문기자
  • 승인 2020.04.0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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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린피스, 석탄화력발전은 '좌초자산' 지적..."신사업 구조조정 없으면 지원하지 말아야"
- 석탄화력발전 고집하면 한전 120조원 '좌초자산' 리스크 감당해야
그린피스와 기후솔루션 등 5개 환경단체들은 1일 산업은행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두산중공업에 대해 지난달 27일 이뤄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1조 원 규모 긴급 대출을 규탄했다. [사진=그린피스]

1일 환경단체 그린피스와 기후솔루션, 경남환경연합, 충남환경운동연합, 당진환경운동연합, 사천환경운동연합 5개 환경단체들은 산업은행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달 27일 결정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1조 원 규모의 두산중공업 긴급 대출을 규탄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산업은행은 코로나19(COVID-19)로 경영위기에 빠진 두산중공업에 대해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에서 1조 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두산중공업은 지원에 앞서 올해 상환만기 채권액 4조 원의 만기대출 전환까지 언급했다. 이를 포함하면 올해 5조 원 정도의 금융지원을 받게된다. 최근 공시자료를 기준으로 두산중공업 임직원은 모두 6800명이다. 5조원은 직원 1인당 약 7억원이 넘는 금액이다.

이와 관련해, 두산중공업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석탄발전 부문이 '좌초자산'으로 볼 수 있어 이에 대한 구체적 자구안이 없다면 지원을 재고해야 한다고 이날 모인 환경단체들은 입을 모아 촉구했다. 

매출의 70~80%가 석탄화력사업에서 나오는 두산중공업에 대한 대출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위기를 빙자해 좌초자산인 석탄화력발전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이들은 비판했다. 좌초자산은 시장 환경의 변화로 자산 가치가 떨어져 상각되거나 부채로 전환되는 자산을 뜻한다. 

이들 단체들은 두산중공업의 위기는 석탄화력이 점차 가격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변화 추세에 따라가지 못하고 석탄화력 사업에 지나치게 치중해 생긴 결과라고 지적한다. 

국제에너지기구 등은 전 세계적으로 최근 10년 동안 석탄화력에 대한 투자는 80%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환경단체들은 코로나19 위기 이전에 이미 두산중공업의 석탄화력부문 매출, 특히 해외석탄화력 사업 수주가 급감했고, 두산중공업의 시가총액은 1조 원도 안 될 정도로 줄어들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석탄화력 사업 부문을 정리하고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있는 재생에너지에 집중한다는 구체적 구조조정안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퍼주기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기후솔루션의 김주진 변호사는 “두산중공업에 대한 어떠한 지원도 전망 없는 석탄화력 사업 부문 정리를 전제로 해야 한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이번 대출 과정에서 석탄화력의 전망을 제대로 고려했는지, 충분히 의미 있는 담보를 받았는지 면밀히 따져볼 것"이라면서 "공적금융기관의 참여 요청에도 불구하고 민간 금융기관들이 이번 대출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시장이 두산중공업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대출이 정부 자산에 손해를 가져온다면 이들 주인 없는 금융기관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마리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두산중공업에 대한 이번 지원이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기 등 해외 석탄발전 사업을 지원하는 구실이 될까 매우 우려스럽다"며 "두산중공업에 대한 지원은 4·15 국회의원 총선거 공약으로 그린뉴딜을 발표한 정부여당의 공약과도 대조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제금융은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에 처한 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직접 지원되어야 한다. 두산중공업은 이 둘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이런 묻지마식 지원은 두산중공업 경영 위기가 ‘제2의 대우조선해양’ 사태처럼 번져 경제에 더욱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경남환경운동연합의 박종권 의장은 “국내 석탄화력발전 신규 건설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 구제자금으로 석탄화력에 또 투자하겠다는 것은 결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에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라며 "두산중공업이 생명을 연장하는 댓가로 동남아국가 국민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기후위기를 부채질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석탄화력은 좌초되고 있는 자산"이라고 언급한 뒤 "이번 구제금융은 석탄화력발전의 재무적 위험에 국민의 소중한 돈을 노출시키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번 구제금융은 파리협정에 정면으로 위반되는 행위이고 도덕적 해이를 보여주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두산중공업 본사에서 시위하는 그린피스 회원. [사진=그린피스]

한편, 지난달 30일 주주총회에서 두산중공업 경영진은 “신사업 본격화에 앞서 기존 사업에서 매출을 최대한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신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이 없이 기존 사업중심의 경영을 지속하겠다고 말한 셈이다. 

이번 4월과 5월에 1조 원 규모의 두산중공업 회사채와 신주인수권부 사채만기가 도래해 이번 1조원 대출금은 대부분 이들 사채상환과 운영자금에 사용될 예정이다.

기후솔루션의 김주진 변호사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1조 원을 포함해서 두산중공업에 대한 어떠한 금융지원도 (좌초자산인) 석탄화력사업에 대한 정리를 전제로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은 발전설비분야의 독점기업이다. 공기업이었던 한국중공업이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민영화 결정에다라 2000년 두산에 인수되면서 두산중공업으로 이름을 바꿨다. 

민영화 직전에는 산업은행(43.8%)과 외환은행(15.7%) 등 국책은행과 한국전력공사(40.5%)가 주요 주주였다. 국책은행이 최대주주니 돈걱정 없고, 영업도 모기업에서 알아서 먹여 살리는 구조였던 셈이다. 

민영화 이후에도 산은과 한전은 돈줄과 모기업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산은과 한전이 '좌초자산'인 석탄발전을 고집하는 두산중공업 리스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14일 영국 금융 싱크탱크인 카본 트래커 이니셔티브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저렴한 석탄, 위험한 착각: 한국 전력 시장의 재무적 위험 분석 보고서’에서 세계 석탄화력발전설비 용량의 95%를 차지하는 34개국을 대상으로 전력 시장을 모델링했다.

이에 따라 각국이 파리기후변화협약 목표에 맞게 전력 시장을 운영할 경우 각국 발전회사들이 입을 손해를 분석했는데, 한국은 파리기후협정 목표 이행을 위해서는 2040년까지 모든 석탄발전소를 폐쇄해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보고서는 한국이 현재처럼 석탄발전을 계속하게 될 경우 손실액은 1060억 달러에 달해 세계에서 가장 많을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를 보면 석탄화력은 여전히 한국의 주된 전력원으로 2017년 기준 전체 발전량의 43%를 차지한다. 
 
한국은 경제성이 떨어지는 발전소의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따라서 탄소세와 환경 규제 등으로 석탄발전 비용이 오르게 되면 수익성은 점차 악화될 수 밖에 없다.  
 
맷 그레이 카본 트래커 전력사업 부문 책임 연구원은 “석탄 발전사에 보조금을 지급해주는 현재의 전력 시장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으면, 막대한 금액의 손실은 물론, 전 세계 저탄소 시장의 흐름에서 한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잃고 뒤처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내에서 석탄 발전 산업 쇠락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될 기업은 한전으로, 손실액은 977억(약 120조 원) 달러에 이르며 SK가스는 16억 달러, KDB 산업은행은 14억 달러의 손해를 입을 것으로 전망됐다. 

한편 2024년에는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이 신규 석탄화력발전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 올해 주총에서 그는 지난해 받은 15억 원의 연봉을 또 다시 받게 됐다. [사진=두산중공업/연합뉴스]

 

 

김의철 전문기자  def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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