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은 ‘내 몫’, 위기는 ‘국민 몫’①] 두산중공업…진짜 자구안은 '탈석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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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은 ‘내 몫’, 위기는 ‘국민 몫’①] 두산중공업…진짜 자구안은 '탈석탄'
  • 김의철 전문기자
  • 승인 2020.04.14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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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중공업 매출 70% 차지하는 좌초자산
-좌초자산 '석탄화력발전' 고집하다 어려워진 두산중공업...경영은 내가· 손실은 국민이
두산중공업이 제작한 발전용 터빈. [사진=두산중공업]

좌초자산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에너지 전환시대에 미래를 읽지 못해 좌초하는 기업과 자산이 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면서 석탄 등 화석연료를 고집하는 기업은 점점 설 땅을 잃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 현황을 읽지 못한 탓이다. 우리나라의 포스코, 두산중공업, 한전을 비롯한 발전 5사의 좌초재산이 앞으로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스란히 국민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경영은 ‘내 몫’이라고 하면서도 위기 때는 ‘국민 몫’으로 돌리면서 정부 지원을 은근히 바란다. 세 번에 걸쳐 에너지전환시대 좌초재산과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13일 두산그룹이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재무구조 개선 계획(자구안)을 제출했다. 이날 제출한 자구안에는 (주)두산 계열사부터 두산중공업 자회사 매각을 포함해 오너가 사재 출연, 유상증자, 두산중공업과 인프라코어·밥캣 분리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앞서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지난 달 27일 코로나19(COVID-19) 사태의 여파로 경영위기로 재무유동성 악화에 빠진 두산중공업에 1조원을 긴급 수혈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좌초자산 고집하다 어려움에 처한 두산중공업...경영은 내가, 손실은 국민이=두산그룹은 "뼈를 깎는 자세로 재무구조 개선 계획을 마련했다"며 "매각 또는 유동화 가능한 모든 자산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채권단은 현 자구안이 `초안` 성격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두산 측이 제출한 자구안에는 실질적인 매각 타임라인 등 구체적 사안이 다 담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채권단은 이르면 이번주 안에 제출된 자구안을 놓고 두산 측과 협의를 개시한다. 협의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다 열어놓고 협상을 시작하는 것이다.

결국 자구안의 핵심은 두산솔루스 등 `알짜` 계열사를 팔아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다. 유상증자 등을 통해 매각 대금을 두산중공업 자본 확충에 활용하는 구조다.

두산건설이나 화공기자재 제작 업체 두산메카텍 등 두산중공업 자회사를 매각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두산솔루스에 대해서도 채권단은 시장에서 수용 가능한 가격에 신속하게 매각하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두산 측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두산솔루스를 자체 평가액보다 낮은 수준에 매각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이유로 매각 성사 직전 단계까지 간 것으로 알려졌던 스카이레이크의 두산솔루스 인수도 매각가격에 대한 이견으로 무산됐다. 

두산솔루스까지 매각이 어렵다면 두산그룹은 우량 계열사인 두산밥캣과 두산인프라코어를 팔아야 할 수도 있다. 

채권단은 두산그룹이 제출한 자구안과 이르면 이달 말 나올 실사 결과를 함께 검토한 후 두산중공업의 구조조정 방향을 결정한다. 추가 자금 지원부터 법정구조조정 절차까지 가능한 모든 방법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같은 재무적 구조조정은 문제의 핵심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채권은행들의 관점에서는 채권회수가 중요할 지 모르지만, 결국 긴급수혈이 이뤄진 배경은 두산중공업을 살려야 한다는 명제가 있어서다. 

두산중공업에 근무하는 6000여명의 임직원들과 그의 가족들과, 국가 기간산업인 전력산업에서의 핵심적인 역할 등이 고려된 조치다. 

앞서 두산그룹은 전체 임원의 급여를 30%~50%까지 반납하기로 한 바 있다. 일부 부정적인 여론을 달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런 것이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해법이 될 수는 없다. 

◆탈원전·탈석탄 정책으로 두산중공업이 어려워졌다?=일각에서는 현 정부의 탈원전정책으로 인해 경영위기가 초래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의 신한울 3.4호 사업이 재개되면 두산중공업이 최소 2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게 된다는 논리다. 더 나아가 정부의 탈석탄·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10조원에 달하는 미래수익을 날렸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2월 19일과 지난달 30일 거듭 두산중공업이 세계 발전시장의 침체와 재생 에너지 중심 세계 전력시장투자 등 대외여건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어 왔다는 입장을 밝혔다. 

산업부는 2017년 10월 에너지전환정책 이후 한국수력원자력이 두산중공업에 지급한 금액이 과거 대비 변화가 없다며 두산중공업 및 관련 협력사 등 원전기업들의 어려움을 지원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한수원은 2013년 6355억원, 2014년 7440억원, 2015년 7871억원, 2018년 7636억원 2019년 8922억원을 지급했다고 밝혀 산업부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두산중공업의 주가와 신용도 변화 추이. 2016년 이후 주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신용도도 떨어지고 있다. [자료=한국신용정보/기후솔루션]
두산중공업의 주가와 신용도 변화 추이. 2016년 이후 주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신용도도 떨어지고 있다. [자료=한국신용정보/기후솔루션]

한편, 이와 관련해서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은 “국내외 환경단체들이 한국 정부의 두산중공업 1조 금융 지원을 우려한다는 서한을 지난 8일 기재부 등 정부와 한국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에 전달했다”며 “한국 정부의 두산중공업 자금 수혈이 석탄화력발전사업에 사용될 것"에 대한 우려를 밝혔다. 

◆에너지시장 변화에 적응해야 살아남아...석탄화력발전은 '좌초자산'=국내외 환경단체들은 두산중공업의 위기가 에너지 시장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결과라고 말한다. 

이들은 “2010년부터 2019년까지 두산중공업의 신용도는 A+에서 BBB로 하락했고, 7만8000원이었던 주가는 5000원 선으로 하락했다”며 “이는 모두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일어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환경단체들은 “두산중공업은 매출의 70~80%를 석탄화력발전 장비 사업에서 얻어왔다”면서 “지난 10년간 (세계적으로) 석탄화력발전사업에 대한 투자는 80%가량 줄어드는 등 석탄화력발전의 경제성이 떨어지는데도 화석연료 사업에 포트폴리오를 집중해온 기업에게 긴급구제를 제공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15개 환경단체는 두산중공업에 지원한 1조원이 석탄발전사업에 사용될 것 이라면서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은 두산중공업이 석탄화력발전 사업을 정리한다는 전제 아래에서만 금융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 정부가 적절하고 구체적인 회생 계획 없이 두산중공업에게 긴급구제를 제공한다면 이는 돌이킬 수 없는 사양 산업에 국민의 귀중한 세금을 낭비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제의 핵심은 '좌초자산'인 석탄화력발전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데서 찾아야 한다. 지난 해 말 기준으로 두산중공업 매출의 70%가 석탄화력발전 사업과 관련됐다. 

국제에너지 기구가 분석한 국가별 석탄 투자 동향. 검은색은 중국, 회색은 동남아시아, 주황색은 인도, 파란색은 나머지 국가들. 2006년 부터 2016년까지 10년 동안 급격하게 줄고 있으며 특히, 중국, 동남아시아, 인도를 제외한 국가들에서의 감소폭은 현저한 모습. [자료=국제에너지기구/기후솔루션]

전세계적으로 석탄에 대한 투자는 현저히 줄고 있다. 중국, 동남아시아, 인도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에서 2006년에서 2010년 평균 80기가와트(GW)에 이르던 석탄 투자는 2016년 20GW 이하로 줄었다. 4분의 1이하로 줄어든 셈이다. 그리고 이같은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산업부에서는 지난달 30일 세계 석탄화력 최종투자 결정에 대한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자료를 인용해, 2013년 76GW, 2015년 88GW에서 2017년 32GW, 2018SUS 23GW로 급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18년 세계 전력투자 비중이 신재생(313$b, 40%), 계통(288$b, 37%), 화력(127$b, 16%), 원전(47$b, 6%) 순으로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짙은색은 석탄, 청록색은 가스와 석유에 대한 투자금액을 나타낸다. 2016년에서 2018년 기간 동안 한국은 5조원에 이르는 투자금액을 나타내고 있다. [자료=미국 지구의 친구들/기후솔루션]

또한, 미국 환경단체인 지구의 친구들에 따르면 일본, 한국, 중국, 캐나다는 화석 연료에 대한 투자의 79%를 차지하는 4대 기후악당국가로 지목했다. 이중에서 캐나다는 석탄에 대한 투자는 하지 않는다. OECD국가가 아닌 중국을 제외하면 해외석탄에 공적자금을 투자하는 OECD국가는 한국과 일본 뿐이라고 지적한다. 

◇석탄 에너지의 가장 근원적인 문제는 온실가스와 기후변화...인도네시아 자바 9,10호기 건설은 모두를 패자로 만들어

2GW 짜리 석탄화력발전소 하나를 25년 가동하면 스페인의 1년치 배출량과 맞먹는 탄소를 배출한다. [자료=기후솔루션]

한국전력공사에서 수주한 인도네시아 자바 9,10호기와 같은 2GW자리 석탄화력발전소 하나를 25년 가동하면, 스페인에서 1년 동안 배출하는 양의 탄소를 배출한다. 여기에 들어가는 발전설비는 두산중공업이 생산할 예정이다. 지난 2월28일 김종갑 한전 대표는 거듭되는 반대와 지적에도 불구하고 차질없이 자바 9,10호기를 진행하겠다고 국내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석탄화력발전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은 온실가스를 너무 많이 배출한다는 것과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주범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 미세먼지 발생의 30% 이상을 석탄화력발전이 차지한다. 

이와 관련해 KDI(한국개발연구원)은 예비타당성 검토 과정에서 두산중공업이 저가 수주했다며 1500억원의 적자를 예상한 바 있다. 한전도 102억원의 적자가 날 것이라고 판단했다. 누구도 승자가 없는 셈이다.

◆CTI, 한국의 좌초자산 위험 '130조원' 세계최고...2024년 되면 태양광 발전이 석탄화력 발전보다 더 싸져=이같은 문제를 일찍부터 제기해 온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변호사)는 "두산중공업이 에너지시장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좌초자산인 석탄화력발전을 고집하다 위기를 맞았다"며 "두산중공업의 이렇게 된 데에는 석탄과 원자력에 유리한 전력규제, 수출신용과 긴급수혈 등 막대한 공적자금을 제공한 금융기관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해 3월 세계적인 금융전문가들로 구성된 카본 트래커 이니셔티브(CTI)는 좌초자산과 저탄소경제에 대한 보고서에서 이같은 문제를 정확히 지적한 바 있다. 

CTI가 분석한 대한민국의 좌초자산 위험도. [자료=CTI/기후솔루션]

CTI는 25쪽의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석탄화력발전으로 인한 좌초자산 리스크가 세계에서 가장 높고 그 금액은 1060억 달러(약 130조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또한 지금처럼 석탄화력발전을 고집하다가는 저탄소 기술경쟁에서 뒤쳐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CTI에 따르면 태양광이나 풍력같은 재생에너지의 발전비용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어 2024년이 되면 신규 태양광 발전 비용이 신규 석탄화력 발전비용보다 저렴하게 된다. 석탄화력발전은 더 이상 값싼 에너지가 아닌 셈이다. 

따라서,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신규투자를 중단하고 최적화된 비용으로 석탄화력발전을 퇴출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주장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이나 한전이나 산업부나 국책은행들 모두 이 문제에 대해서 알고 있다는 점도 취재 과정에서 확인됐다. 탈석탄·탈원전·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대해 모두 입을 모아 얘기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석탄화력발전 퇴출 프로그램은 보이지 않는다.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신규투자를 중단할 기미도 없다. 

◆다른 나라 전력업체들은 에너지시장 변화에 필사적으로 적응하는 중=산업부 등에 따르면, 독일의 대표적인 전력업체 지멘스는 2011년 사실상 원자력 발전사업을 포기했다. 2017년에는 6900명 감원계획을 발표했는데, 절반 이상의 인원이 화력발전부문 종사자였다.

그러면서 풍력·태양광·가스터빈 등 친환경 재생에너지 분야로 전환을 추진하는 중이다.

미국의 글로벌 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은 2017년 화석연료 중심의 전력 사업부 1만2000명 감원을 발표하고 재생 에너지 사업분야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의 웨스팅하우스 전력회사(WEC)와 일본의 히타치 등 주요 원자력발전 기업들도 원전사업 추진이 난항을 겪으면서 어려움을 겪는 중이다. 

WEC는 부실이 늘면서 일본 도시바에 2006년 인수됐다. 

인수기업 도시바는 새로 인수한 원전사업에서 약 7조원의 손실을 보면서 미국 법원에 2017년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가 캐나다 사모펀드 브록필드에 이듬해 팔렸다.

일본의 히타치도 2012년 영국 호라이즌사에 인수된 뒤, 영국 정부와 사업비 출자 교섭이 난항을 겪으며 신규 원전 프로젝트(WYLFA NEWYDD, OLDBURY)를 중단했다. 이로 인해 2019년 약 3조원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했다.

앞으로는 원전보수와 폐로 사업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 주력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의철 전문기자  def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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