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오 칼럼] 곁부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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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오 칼럼] 곁부축
  • 정종오 환경과학부장
  • 승인 2020.03.16 1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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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명이 코로나19 확진자로 파악된 경기도 성남시 은혜의 강 교회에서 수정구청 환경위생과 관계자들이 교회 주변 방역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6명이 코로나19 확진자로 파악된 경기도 성남시 은혜의 강 교회에서 수정구청 환경위생과 관계자들이 교회 주변 방역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마조마하던 일이 마침내 터져 버렸다. 교회에서 집단 감염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16일 경기도 성남시 은혜의 강 교회에서 하루 코로나19(COVID-19) 신규 확진자 46명이 무더기로 나왔다. 이 교회는 지난 1, 8일 교인들이 교회에 모여 예배를 본 것으로 확인됐다.

은혜의 강 교회는 규모가 작아 100여 명의 교인이 밀접 접촉해 예배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은혜의 강 교회뿐 아니다. 경기도청의 자료를 보면 부천 생명수 교회(15명), 수원 생명샘 교회(10명)에서도 확진자가 많이 발생했다. 지금까지 경기도에서 교회를 통해 총 71명의 확진자가 확인된 셈이다.

이런 교회를 두고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감염 초기에 강력한 전파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2m 거리 이내에서 15분 동안 노출되면 감염력이 100%에 가깝다. 이런 상황에서 ‘다닥다닥’ 붙어 1시간 동안 예배를 봤다면 집단 감염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도 교회는 여전히 ‘집회예배’를 고집하고 있다. 경기도청 자료를 보면 지난 15일 주일예배에서 경기도 내 교회 6578곳 중에서 2635곳(39.9%)이 집회예배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10곳 중 4곳이 여전히 함께 모여서 예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회를 통한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서 시민들은 “교회가 신천지와 다를 게 무엇이냐”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우리는 대구지역에서 신천지 교인을 중심으로 집단 감염된 뼈아픈 경험을 하고 있다. 이들은 끼리끼리 비밀스럽게 예배를 보면서 집단 감염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코로나19 감염자는 급증했다. 사회, 경제적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국민은 교회 집회예배를 통한  집단 감염 사례를 두고 신천지 집단 감염과 차이점을 찾지 못하겠다고 한다. 대부분 지자체에서 집단 감염의 우려로 ‘집회예배’를 자제해 줄 것을 교회 측에 촉구했었다. 이는 지자체뿐 아니라 많은 국민의 바람이기도 했다. 이런 자제요청과 국민적 바람을 저버리고 굳이 ‘집회예배’를 강행하면서까지 코로나19 집단 감염의 온상이 돼 버렸다는 것에 대해 교회는 어떤 해명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예배는 성경과 찬송, 기도만 있으면 그 자리가 어디든 예배가 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퍼지고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집회예배’는 잠시 중단하는 게 상식적이다. 이를 두고 ‘믿음이 부족하다’ ‘예배를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반박한다면 그 교회는 신천지와 다를 게 없지 않을까.

교회는 ‘곁부축’을 해야 하는 주체이다. 성경에도 ‘곁부축’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

“네 형제가 가난하게 되어 빈손으로 네 곁에 있거든 너는 그를 도와 거류민이나 동거인처럼 너와 함께 생활하게 하되/너는 그에게 이자를 받지 말고 네 하나님을 경외하여 네 형제로 너와 함께 생활하게 할 것인즉/너는 그에게 이자를 위하여 돈을 꾸어 주지 말고 이익을 위하여 네 양식을 꾸어 주지 말라(레위기 25장 35~37절)”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지면서 마스크를 사재기하는 ‘이자꾼’. 사회 전체에 미칠 영향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교리와 교주의 주문에 따라 행동하면서 집단 감염에 노출된 ‘신천지’. 지금 한국 교회는 ‘이자꾼’ ‘신천지’와 다를 게 무엇인지 국민은 묻고 있다.

여기에 최근 “하나님, 까불지 마라”는 말까지 서슴지 않고 내뱉는 목사, 교회 재산을 마치 자신의 사유재산인 것처럼 자식에게 세습하는 교회. 이런 교회를 보면서 시민들은 더는 교회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보내지 않고 있다.

코로나19는 내가 감염됐다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내가 감염되면서 다른 많은 사람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는 게 더 큰 문제이다. 또 교인이 감염되면 교회는 폐쇄되는 상황에 빠진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질 때까지 온라인예배를 통해 교인과 소통한 뒤 모여도 늦지 않다.

지난 15일 서울 청파교회 김기석 목사는 온라인예배를 통한 설교 이후 부탁하는 말에서 “현재 마스크가 많이 부족한 현실이다. 우리 교인 중에서 마스크에 여유가 있는 분이 있으면 교회로 보내주기를 소망한다”며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교회가 ‘곁부축’할 수 있도록 서로 힘을 보태자”고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한 상황에서 교회가 어려운 이들과 아픈 이들을 ‘곁부축’하지는 못할지언정 자신이 ‘곁부축 당하는’ 꼴이 돼서는 안 되지 않을까. ‘곁부축’이란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볼 때이다.

정종오 환경과학부장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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