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오 칼럼] 교묘한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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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오 칼럼] 교묘한 바이러스
  • 정종오 환경과학부장
  • 승인 2020.03.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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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과 통계, 과학으로 이겨낼 수 있다
3월 16일 기준으로 확진자 5000명 이상 국가 6개국의 치명률. 우리나라가 가장 낮다.
3월 16일 기준으로 확진자 5000명 이상 국가 6개국의 치명률. 우리나라가 가장 낮다.

신종 감염병은 말 그대로 ‘신종’이라 처음엔 그 정체를 알 수 없다. 소리 없이 퍼진다. 몇 사람이 감염됐다고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갑자기 퍼지고 원인을 알 수 없는 이들이 계속 감염된다. 이들이 병원을 찾으면서 시작된다. 수많은 사람이 감염된 뒤에야 그 정체를 드러내기 일쑤다. 이때부터 인류는 싸움을 시작한다. 코로나19(COVID-19)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그 시작과 과정, 결론에 주목해야 한다. 임상과 통계, 과학이란 무기로 이길 수 있다.

코로나19를 이길 수 있는 첫 번째 무기는 임상이다.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 감염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증상이 뚜렷한 이도 있고 가벼운 사람도 많다. 나이가 많을수록 위험하고 연령대가 낮을수록 치명률은 떨어졌다. 그렇지 않은 예도 있다. 이미 특정 질환이 있는 이들에게는 치명적이다. 기저 질환이 없는 사람에게는 감기 수준에 그친 사례도 있다.

치료하지 않아도 저절로 낫는 사람이 있다. 갑자기 악화해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교묘한 바이러스’라고 표현할 만하다. ‘교묘한 바이러스’인 코로나19와 싸움에서 이기려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알아야 한다.

그 학습의 시작은 확진자를 통해서다. 나이별로, 기저 질환별로, 중증도별 등 여러 사례로 세부항목을 만들어 관찰해야 한다. 임상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구체적으로 분석해 보면 알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지금까지 16만 명에 달하는 감염자가 발생했다. 세계 각국 의료진들은 이들에 대한 임상을 매일매일 기록하고 있다. 이 자료가 모두 취합되고 전문가 분석을 통하면 ‘코로나19’에 대한 임상이 파악될 것이다.

두 번째 무기는 통계이다. 우리나라 코로나19 치명률은 매우 낮다. 3월 16일 세계보건기구(WHO)의 상황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치명률은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감염자가 5000명이 넘는 나라는 현재 6개국이다. 중국은 8만1077명 확진에 사망자가 3218명이다. 치명률이 3.96%에 달했다.

이어 이탈리아(확진자 2만4747명, 사망자 1809명)는 7.30% 치명률을 기록했다. 뒤를 이어 이란(확진자 1만4991명, 사망자 853명) 5.69%, 스페인(확진자 7753명, 사망자 288명) 3.71%, 프랑스(확진자 5380명, 사망자 127명) 2.36% 치명률을 보였다. 반면 우리나라는 확진자 8236명, 사망자 75명으로 치명률이 0.91%에 머물렀다. 이는 3월 16일 현재 WHO가 집계한 전 세계 확진자 16만7511명, 사망자 6606명으로 평균 치명률 3.94%보다도 훨씬 낮다.

우리나라 치명률이 낮은 배경을 두고 세계 주요 언론들이 그 원인을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는 3월 17일 자에 “한국의 코로나19 성공 이야기는 어떻게 미국이 초기에 실패했는지를 분명히 알려주고 있다(South Korea’s coronavirus success story underscores how the U.S. initially failed)”고 보도했다.

LA타임스는 3월 14일에 “미국보다 훨씬 앞서 있는 한국의 빠른 코로나19 테스트는 생명을 구할 수 있다(South Korea’s rapid coronavirus testing, far ahead of the U.S., could be saving lives)”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3월 16일 보도를 통해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공격적 코로나19 테스트 프로그램을 안착시킨 방법(How South Korea Put Into Place the World’s Most Aggressive Coronavirus Test Program)”을 소개했다.

이들 기사의 공통점은 한국이 신속 진단과 빠른 확진자 발견으로 치명률이 세계 평균을 훨씬 밑도는 결과를 얻었다고 평가했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가 코로나19 방역과 대처에 100% 완벽했을까. 부족했던 부분이 없지 않다.

상황이 갑자기 악화돼 사망하고 제때 치료받지 못해 사망한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자료=질병관리본부]
상황이 갑자기 악화돼 사망하고 제때 치료받지 못해 사망한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자료=질병관리본부]

이 또한 통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내놓은 3월 17일 0시 통계를 보자. 사망자 현황 통계에서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사망 장소에 대한 통계이다. 사망자 75명 중 58명은 입원실에서, 15명은 응급실에서, 5명은 자택에서 숨진 것으로 나온다. 이는 무엇을 말해주는 것일까. 응급실에서 사망한 15명은 갑자기 상태가 나빠져 사망했음을 의미한다. 자택에서 숨진 사례는 병상이 부족해 입원 대기 중에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두 경우 모두 쉽게 말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경우이다. 질병관리본부와 의료 전문가들이 여러 차례 만나 코로나19에 대해 경증과 중증 구분에 대해 논의를 했다. 그 기준을 쉽게 결론 내지 못하는 사이,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병상이 부족한 사태가 벌어지면서 사망한 사례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하나 연령별 치명률 통계에서도 알려주는 게 많다. 우리나라 나이별 치명률을 보면 60대 1.37%, 70대 5.27%, 80대 이상 9.26%에 달한다. 50대 이하는 1%에도 미치지 않는다. 즉 60대 이상에서 치명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이들 연령대가 고위험군이고 이들에 대한 적극적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치료를 집중해야 하는 곳이 어딘지를 파악할 수 있다.

우리나라 연령별 치명률, 60대 이상에서 치명률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자료=질병관리본부]
우리나라 연령별 치명률, 60대 이상에서 치명률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자료=질병관리본부]

전문가들이 “이젠 사망자를 줄이는 게 관건”이라고 말하는 이면에는 이 같은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통계를 통해 파악된 문제점은 신속하게 파악해 해결책을 빠르게 찾아야 한다. 안타까운 죽음이 더는 없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와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무기는 과학이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관련 전문가와 기관이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은 과학적 영역으로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임상과 통계를 통해서 지금 당장 코로나19 전쟁에서 무엇이 문제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면 과학적 영역인 치료제와 백신은 코로나19를 원천봉쇄하는 시스템으로 작용할 것이다. 코로나19는 ‘신종 감염병’이다. 과학과 통계, 임상으로 충분히 이길 수 있다. 물론 전 세계 각국 국민 협조와 협력, 배려 또한 큰 힘이 될 것이다.

21세기 생명을 위협하는 무서운 존재 중 하나는 ‘바이러스’이다. ‘바이러스’는 소리 없이 찾아오고, 조용히 전파되면서, 교묘하게 움직인다. ‘신종 바이러스’는 보다 더 교묘하게 침투한다는 게 특징이다. 통계는 ‘있는 그대로’, 임상은 ‘보다 구체적으로’, 과학은 ‘더 빠르게’ 움직인다면 교묘한 바이러스라 하더라도 끝내 종식될 것이다.

정종오 환경과학부장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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