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은밀한 '대마' 유혹...이집트 룩소르 나일강변서 만난 호객꾼 "한국인 관심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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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은밀한 '대마' 유혹...이집트 룩소르 나일강변서 만난 호객꾼 "한국인 관심 많아"
  • 정두용 기자
  • 승인 2020.03.05 19:2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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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근하게 접근해 은밀히 '하시시' 권유...위험한 호객꾼
- "동양인 중 한국인의 관심도 높아...그러나 거절도 많다"
- 이집트 국민 10명 1명 마약 상습 복용

“하시시를 원하는가?”

해 질 무렵 이집트 룩소르 나일강변에서 여러 번 들었던 ‘은밀한 권유’다. 하시시(해시시ㆍhashish)는 아라비아어로 대마를 말한다.

이집트 룩소르. 이집트 중왕국과 신왕국 시대 수도(B.C 2040~B.C 1070년)였던 이곳은 많은 유적지가 남아있어 ‘관광 명소’로 꼽힌다.

카르낙·룩소르 사원, 왕가의 계곡, 왕비의 계곡 등 고대 이집트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세계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피라미드로 대표되는 이집트의 고정관념을 깰 수 있는 유적지가 많다. 이 때문에 ‘진짜’ 고대 문명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나일강 상류에 위치한 록소르는 숱한 유적지만큼이나 노을이 유명하다. 도시가 나일강을 기준으로 동안과 서안으로 갈라져, 해 질 무렵 최고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룩소르 동쪽 강변, 해 질 무렵 산책을 나섰다. 그 유명한 나일강 노을을 보기 위해서였다. 5분쯤 걸었을까, 다양한 호객꾼들이 말을 걸어온다. 이집트에서의 호객꾼들은 어디를 가나 만날 수 있어 그리 어색한 경험은 아니다. 나일강을 건너는 배나 주변을 도는 마차를 탈 생각이 있는지부터, 잡화상까지. 룩소르 나일강변을 거니는 동양인은 전부 관광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많은 호객꾼이 달라붙었다.

이집트 룩소르 나일강변 동쪽에서 본 노을 풍경. 다양한 호객꾼들이 관광객을 노리고 영업을 하고 있다. 이들 중에는 '하시시'란 대마를 파는 마약 호객꾼도 있다. [정두용 기자]
이집트 룩소르 나일강변 동쪽에서 본 노을 풍경. 다양한 호객꾼들이 관광객을 노리고 영업을 하고 있다. 이들 중에는 '하시시'란 대마를 파는 마약 호객꾼도 있다. [정두용 기자]

그중 한 20대 남성의 호객행위는 결이 달랐다. 그는 처음부터 ‘목적’을 말하는 호객꾼들과 달리 친숙하게 말을 걸어왔다. 복장 역시 여느 호객꾼들과 달리 잘 차려입은 모습이었다.

“단지 대화를 하고 싶다”고 말문을 연 그는 “어느 나라에서 왔는가, 북한과 남한은 교류가 가능한가, 이집트는 당신에게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다” 등 이집션이 한국인에게 물을 수 있는 평범한 대화를 이어갔다. 기자가 “한국에서 왔다”고 답하자 “이집트와 한국은 친구의 나라가 아닌 형제의 나라다”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영어도 능숙했다. 아랍어 방언의 일종인 ‘이집트 아랍어’를 쓰는 이들과 달리 꾀나 복잡한 의사도 전달이 가능했다. 관광업에 종사하는 이집트 국민이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의 영어를 구사한다면, 그는 이보다 수준이 높았다.

5분쯤 웃음 섞인 대화를 이어가자, 그가 강변에 있는 의자에 앉기를 권했다. 자리에 앉은 후에도 가벼운 농담들이 오갔다. 분위기가 꾀나 친밀해졌기 때문일까, 이내 담배 하나를 꺼내 물더니 “당신도 담배를 피우는가”라고 물었다. 그리곤 그의 ‘은밀한 권유’가 시작됐다.

그는 “이집트에선 색다른 담배를 구할 수 있다”며 “혹시 하시시를 원하는가”라고 제안했다. 내내 밝았던 목소리는 은밀해졌고, 표정 역시 진지해졌다.

기자는 ‘하시시’란 단어를 여기서 처음 들었다. 그러나 상황상 내심 ‘마약’과 관련된 일임을 짐작했다. 그런데도 ‘혹여 이집트에서 흔히 하는 ‘물담배’를 곡해해 들었을까‘란 생각 때문에 곧장 스마트폰으로 ‘하시시’를 검색했다. 네이버 첫 화면에 나오는 설명은 ‘인도대마초’

긴장감이 온몸을 감쌌다. ‘범죄 집단에 노출되는 것은 아닐까’란 생각부터 ‘폭력행위’까지 다양한 상상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어떻게 이 사람을 떼어낼 수 있을까’란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지만, 동시에 ‘기사가 될 것 같다’는 느낌도 함께 들었다.

기자는 복잡한 속마음과 달리 태연한 척 “하시시는 불법이 아닌가”라고 물었고, 그는 “불법이지만 나랑 함께라면 괜찮다”고 답했다.

흥미가 동한 척 대화를 이어갔다. 실제로 흥미가 생기기도 했다. 여기서 ‘흥미’는 하시시 구매에 대한 것이 아닌 ‘취재’에 관련된 욕구였다. 그러나 적어도 그가 본 기자의 태도는 실제로 하시시 구매 의사를 가진 이와 비슷하게 보였을 터다.

“가격은 어떻게 되는가”라고 묻자, 그는 집게손가락(검지)을 내밀며 “이 정도 크기는 500파운드”, 새끼손가락을 펴며 “300파운드”라고 말했다. 500파운드는 약 3만7000원, 300파운드는 2만2000원 정도다.

이집트 직장인 평균 월급이 약 4000파운드(약 30만원)임을 고려하면, 한 개비에 결코 저렴한 가격은 아니다. 그래서인지 관광객을 대상으로 호객을 집중하는 듯 보였다.

기자가 “너무 비싸다”라고 흥정을 하자, 그는 “한국은 형제의 나라고, 당신은 나의 대화를 받아준 친절한 사람”이라며 “특별히 50파운드씩 깎아줄 수도 있다”고도 말했다.

“하시시를 피우면 기분이 좋다. 아주 아주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고, 이집트의 새로운 추억을 만들 수 있다. 원한다면 간단한 술과 음식도 함께 제공해 주겠다. 약간의 추가 요금만 내면 된다. 여기선(동안) 구할 수 없으니 함께 배를 타고 저쪽(서안)으로 가자. 그곳에서 내가 하시시를 구해오겠다. 피우는 것은 배에서 하면 된다. 같이 가자.”

그는 유창한 영어로 기자의 눈을 보며 천천히 말했다. 그의 손은 어느덧 기자의 손목을 쥐고 있었다. 상황이 이쯤 되자, 여기서 그를 돌려보내야겠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이집트 룩소르 나일강변 동쪽에서 찍은 노을 풍경. [정두용 기자]
이집트 룩소르 나일강변 동쪽에서 찍은 노을 풍경. [정두용 기자]

기자는 “한국에선 하시시가 불법이고, 나일강의 노을만으로도 충분히 색다른 경험이다”라고 거절의 의사를 전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중국인, 일본인, 한국인할 것 없이 여기서 하시시를 구매하곤 한다”며 “당신도 문제없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어 기자가 “한국인도 관심을 많이 갖느냐”라고 묻자 “동양인 중 한국인이 가장 흥미를 자주 보이지만, 거절 역시 많다”고 답했다.

그의 입에서 ‘거절’이란 단어가 나왔다. 기자는 이를 기회로 생각해 “나 역시 거절해야겠다, 너무 위험하고 관심도 없다. 그만 가 달라”고 강하게 말했다. 그가 잡은 손도 뿌리쳤다.

약간의 실랑이가 더 이어졌지만, 몇 번 더 강하게 거절하자 그는 다행히 포기하고 다른 관광객을 찾아 떠났다.

그를 어렵사리 보낸 뒤, 기자는 조금 더 강변을 거닐었다. 마음이 싱숭생숭했지만, 아직 ‘노을’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약 30분간 나일강변을 더 거닐었고, 그 짧은 시간 동안 ‘하시시 호객꾼’과 같은 사람을 두 명 더 만났다. 말을 섞지 않고 “괜찮다”만 말하며 발길을 재촉하자, 그들은 여느 호객꾼처럼 “하시시를 구해주겠다”고 말했다. 그 중 한명은 나일강을 오가는 보트의 주인이었다.

이집트 룩소르 나일강을 건너는 보트에서 담은 강변 모습. 사진은 '하시시' 권유가 있던 다음날 찍었다. 강변에 크루즈와 같은 배들이 즐비하다. [정두용 기자]
이집트 룩소르 나일강을 건너는 보트에서 담은 강변 모습. 사진은 호객꾼의 '하시시' 권유가 있던 다음날 찍었다. 강변에 크루즈 같은 배들이 즐비하다. [정두용 기자]

이집트는 빈부격차가 심한 국가 중 하나다. 빈곤층의 극심한 경제난, 그리고 이에 따른 사회적 박탈감은 이들을 ‘마약 중독’으로 이끌었다. 이집트인 10명 중 1명이 상습적으로 마약을 복용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하층민의 4분의3은 ‘하시시’를 피운다고도 한다.

이집트는 이슬람 국가다. 이슬람교에선 음주와 마약을 엄격히 금지한다. 이집트에서도 하시시를 비롯한 대마류 마약을 전면 금지하고 있지만, 실상을 다른 셈이다. 카이로 지역의 담배상인연합회가 정부에 하시시 판매 합법화를 제안하기도 했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이집트 가이드를 하는 A씨는 “전통적인 인식 때문에 대마를 소지해도 처벌받는 경우는 드물다”라며 “현행법은 사실상 무용지물”이라고 설명했다.

하시시는 대마 진액을 건조해 만든다. 그 때문에 대마초보다 환각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선 모두 불법이다.

이집트 룩소르 나일강변 동쪽에서 본 노을 풍경. [정두용 기자]
이집트 룩소르 나일강변 동쪽에서 본 노을 풍경. [정두용 기자]

 

정두용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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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2020-03-05 20:08:52
잘 모르면 그냥 이집트 담배인줄알고 피우는사람도 많겠어요... 조심해야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