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코로나19에 적막한 인천공항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풍경"..."중국어도 한국어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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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코로나19에 적막한 인천공항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풍경"..."중국어도 한국어도 사라졌다"
  • 정두용 기자
  • 승인 2020.02.26 0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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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여파로 발길 끊긴 인천국제공항..."여기 근무하고 처음"
- 출국 절차, 생각보다 안까다로워...확산 '빈틈' 우려

카이로로 향하는 길. 인천국제공항은 한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 모든 사람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말이 실감났다.

늘 북적거리던 본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한산함을 넘어 적막까지 느껴졌다. 세계 어딜 가나 귀에 꽂히는 ‘중국어’ 역시 들리지 않았고, 우리나라 말도 귀를 기울여야 겨우 들을 수 있었다.

25일 출국장에서 만난 면세점 직원은 “5년 넘게 이곳에서 일했는데, 지금처럼 한산했던 적은 처음”이라며 “중국인의 수가 눈에 띄게 줄었고, 해외로 향하는 한국인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줄을 지어 들어가야만 했던 면세점은 고요했다. 길게는 20분이 넘게 기다려서 구매해야 했던 ‘담배 줄’ 역시 보이지 않았다.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인천공항 풍경인 셈이다.

25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이 코로나19의 여파로 한적한 모습이다. 출국장 내에 있는 면세점 직원은 "5년 넘게 일하며 이렇게 사람이 없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정두용 기자]
25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이 코로나19의 여파로 한적한 모습이다. 출국장 내에 있는 면세점 직원은 "5년 넘게 일하며 지금처럼 한산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정두용 기자]
25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이 코로나19의 여파로 한적한 모습이다. 출국장 내에 있는 면세점 직원은 "5년 넘게 일하며 이렇게 사람이 없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정두용 기자]
25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이 코로나19의 여파로 한적한 모습이다. 출국장 내에 있는 면세점 직원은 "5년 넘게 일하며 지금처럼 한산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정두용 기자]

공항에 입점한 식당들도 이에 따라 고심이 깊어졌다. 출입국인파가 준 만큼, 가게엔 파리만 날리고 있는 상황. 공항 내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 아무개(가명) 씨는 “개인 건강이 우려되지만, 그렇다고 가게 문을 닫을 순 없지 않느냐. 생계가 달려있다”며 “우려를 안고 출근해도 머릿속은 복잡하다. 손님이 없어도 너무 없다”고 토로했다.

7개국. 외교부가 발표한 ‘한국인 입국금지’ 국가의 현재 숫자다. 나우루, 키리바시, 홍콩, 바레인, 요르단, 이스라엘, 모리셔스 등 한국인을 코로나19를 이유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있다. 입국절차를 강화한 국가는 중국(베이징, 산둥성, 칭다오 등), 대만, 마카오, 베트남, 싱가포르, 태국, 영국, 카타르, 우간다 등 총 17개국이다. 이 국가들은 검역을 강화하거나 격리 조치를 시행하고 나섰다.

무려 24개국에서 한국인 입국을 꺼린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셈이다. 여기에 삼성ㆍ현대ㆍLGㆍSK 등 대부분의 대기업에서 ‘출장 금지’ 혹은 ‘출장 자제’를 내렸다. 출입국장이 한산한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 모른다.

여기에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교류의 ‘허브’인 공항이 감염의 ‘허브’로 인식되기 시작한 점도 ‘한산함’에 주요 원인이 됐다.

그래서였을까. 한적한 공항 풍경이었지만, 마주친 거의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끼고 있었다. 국내 직원은 물론, 아직 코로나19가 확산되지 않은 국가 승무원 모두 마스크를 필수적으로 착용했다.

25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이 코로나19의 여파로 출입국자의 발길이 끊겼다. 출국장 내에 있는 면세점 직원은 "5년 넘게 일하며 지금처럼 한산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손님이 없는 출국장 내부 면세점 모습. [정두용 기자]
25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이 코로나19의 여파로 출입국자의 발길이 끊겼다. 출국장 내에 있는 면세점 직원은 "5년 넘게 일하며 지금처럼 한산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손님이 없는 출국장 내부 면세점 모습. [정두용 기자]

그러나 인천공항 출국 과정에서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한 ‘절차의 불편함’은 크게 느끼지 못했다.

기자는 터키항공을 이용, 이스탄불을 거쳐 이집트 카이로에 도착하는 경로를 밟았다. 인천에서 이스탄불로 출국하는 과정에 코로나19와 관련된 절차는 단 두 번. 이마저도 복잡하지 않았다.

수화물을 부칠 때, 직원이 “최근 중국을 방문한 적 있는가”를 물어왔다. 탑승 수속 중 열화상 카메라를 통과했다. 이 두 과정이 출국 절차 중 있었던 코로나19와 관련된 사안이다. 복잡한 검증을 받거나, 까다로운 응답이 있을 거라고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이 시국에 이래도 될까’란 생각마저 들었다. 산업, 유통, 금융 등 국가 전반에서 코로나19에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과 다소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도 가지게 했다.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대한항공 객실 승무원이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노선 운항 뒤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이날 알려졌다. 직접 겪어본 인천공항에서의 출국 시스템엔 빈틈이 많았다. 과도한 절차로 불필요한 위축을 만들 필요는 없다. 그러나 전염병 확산의 시발점으로 꼽히는 공항 시스템에 구멍이 나는 것은 더더욱 안 될 일이다.

25일 인천에서 터키 이스탄불행 출국 과정 중 열화상 카메라가 설치된 곳에서 여권을 확인하는 모습. [정두용 기자]
25일 인천에서 터키 이스탄불행 출국 과정 중 열화상 카메라가 설치된 곳에서 여권을 확인하는 모습. [정두용 기자]

 

정두용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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