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➀] 이집트 여행 가이드 “코로나19로 한국인 투어객 150명에서 5명으로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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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➀] 이집트 여행 가이드 “코로나19로 한국인 투어객 150명에서 5명으로 줄어”
  • 룩소르=정두용 기자
  • 승인 2020.03.0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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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뿐 아니라 세계 여행객 발길 끊겨...코로나19 여파”
- “한국은 ‘이유 없이’ 좋은 나라...1년에 한 번은 방문하고파”
- “이집트 룩소르는 한국의 경주 같은 곳...세계 유적지 35% 보유”

“코로나19로 이집트 투어 발길이 완전히 끊겼죠. 2월까지만 하더라도 150명을 받았는데, 3월에는 5명 정도만 예정돼 있습니다. 이 마저도 언제 취소될지 몰라요. 하루빨리 코로나19가 해결됐으면 합니다.”

모하메드(한국이름 지성ㆍ30세)씨는 녹색경제신문과 최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지성씨는 이집트 룩소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한국인 전문 여행 가이드다.

이집트 관광대학교를 졸업하고, 총 2년간 한국에서 공부했을 만큼 양국에 대한 이해가 깊다. 이집트 여행을 생각하는 한국인이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현지 전문가’인 셈이다.

지성씨는 이집트 룩소르에서 진행한 인터뷰 내내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보여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스케줄표엔 투어 일정이 빽빽했다. 그러나 3월 일정은 ‘텅텅’ 비어있었다.

“걱정이죠. 여행 성수기에 쉬게 됐으니까요. 코로나19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게 가장 불안합니다.”

모하메드(한국이름 지성ㆍ30세)씨가 최근 이집트 룩소르에서 녹색경제신문과 인터뷰 중에 스마트폰에 정리된 투어 일정을 설명하는 모습. 지성씨는 룩소르를 중심으로 한국인 전문 가이드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코로나19로 한국인뿐 아니라 세계 관광객의 발길이 끊겼다"고 말했다. [정두용 기자]
모하메드(한국이름 지성ㆍ30세)씨가 최근 이집트 룩소르에서 녹색경제신문과 인터뷰 중에 스마트폰에 정리된 투어 일정을 설명하는 모습. 지성씨는 룩소르를 중심으로 한국인 전문 가이드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코로나19로 한국인뿐 아니라 세계 관광객의 발길이 끊겼다"고 말했다. [정두용 기자]

이집트의 무더운 날씨를 피할 수 있는 9월부터 3월까지는 여행 성수기에 해당한다. 지성씨는 이 기간 “많을 땐 한 달에 한국인 관광객 200명 정도 만났다”고도 했다. 그러나 2월 말부터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해지고, 여행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되자 지금은 한국뿐 아니라 이집트를 찾는 세계 여행객들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그가 한국인 전문 가이드를 업으로 삼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아버지의 권유’였다. 지성씨의 아버지는 룩소르 신전 관리인을 거쳐, 지금은 룩소르 박물관 관장을 맡고 있다. 덕분에 룩소르 신전은 어린 시절 그의 놀이터였고, 고대 이집트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두게 됐다고 한다.

“한국어를 하는 현지 가이드가 없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아버지 추천으로 관광대학교에 입학했어요. 아버지의 권유로 시작했지만, 이내 한국에 빠져들었죠. 코이카(KOICAㆍ한국국제협력단) 장학생으로 2008년에 4개월간 아주대학교에서 공부했을 때 봤던 한국의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집트와 달리 질서정연한 사람들부터 깨끗한 길거리까지. 사소한 것도 모두 놀라웠어요.”

모하메드(한국이름 지성ㆍ30세)씨가 최근 이집트 룩소르에서 녹색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지성씨는 룩소르를 중심으로 한국인 전문 가이드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코로나19로 한국인뿐 아니라 세계 관광객의 발길이 끊겼다"고 말했다. [정두용 기자]
모하메드(한국이름 지성ㆍ30세)씨가 최근 이집트 룩소르에서 녹색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지성씨는 룩소르를 중심으로 한국인 전문 가이드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코로나19로 한국인뿐 아니라 세계 관광객의 발길이 끊겼다"고 말했다. [정두용 기자]

지성씨의 주 활동 지역인 룩소르는 이집트 중왕국과 신왕국 시대 수도(B.C 2040~B.C 1070년)였다. 그 때문에 많은 유적지가 남아있어 세계적 ‘관광 명소’로 꼽힌다. 지성씨는 이 지역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이기도 하다. 그는 룩소르를 “한국의 경주 같은 곳”이라고 표현했다.

“경주에 많은 유적지가 남아 있는 것처럼, 룩소르엔 진짜 고대 이집트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볼거리가 있습니다. 카이로에 있는 피라미드와 스핑크스가 대표적이긴 하지만, 이보다 놀라운 유산들이 룩소르에 있죠. 세계 문화유산 중 70%가 이집트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중 절반이 룩소르에 있는 것만 보더라도 그렇죠.”

그는 룩소르에 방문한다면 수많은 유적지 중에서도 왕가의 계곡ㆍ멤논 거상ㆍ카르낙 신전과 룩소르 신전은 ‘꼭’ 둘러봐야 할 곳이라고 추천했다. 그중에서도 하셉수트 장제전은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구조”라서 필수 방문지로 꼽았다.

하셉수트 장제전 전경. 석회암 절벽 아래에 3개의 단으로 지어진 장제전은 남장 여왕 하트셉수트와 그녀의 시아버지 투트모세 1세의 부활을 기원하며 기원전 15세기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원은 산 너머 왕들의 계곡에 있는 그녀의 무덤과 일직선상에 있다. 이 사원은 완벽한 좌우대칭으로 유명하다. 이는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을 약 1000년이나 앞선다. [정두용 기자]
하셉수트 장제전 전경. 석회암 절벽 아래에 3개의 단으로 지어진 장제전은 남장 여왕 하트셉수트와 그녀의 시아버지 투트모세 1세의 부활을 기원하며 기원전 15세기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원은 산 너머 왕들의 계곡에 있는 그녀의 무덤과 일직선상에 있다. 이 사원은 완벽한 좌우대칭으로 유명하다. 이는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을 약 1000년이나 앞선다. [정두용 기자]

지성씨는 대학을 졸업 후, 한국어를 더 잘하고 싶은 욕심에 다시 한국을 찾았다고 한다. 가이드를 더욱 잘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었지만, 단순히 한국이 좋았기 때문에 결정한 선택이다. 2017년 12월부터 홍익대학교와 부천대학교에서 1년6개월간 한국어를 공부했다. 한국은 이제 그에게 “1년에 한 번은 꼭 다시 가고 싶은 나라”가 됐다고 했다.

“좋아하는 것에 때로는 이유가 없기도 하잖아요. 제게 한국은 그런 곳입니다. 2008년, 당시 18살에 경험했던 한국이 좋아 건설업을 통해 타국에서 벌었던 돈으로 한국을 다시 찾았어요. 덕분에 지금은 나름 한국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게 됐죠. 가끔 신촌에서 먹었던 ‘매운 어묵’ 맛이 그립기도 합니다.(웃음)”

▶<[인터뷰②] 이집션 여행 가이드 “일부다처제, 가장 큰 문화차이...‘사기꾼’ 인식 안타까워”>에서 계속.

룩소르=정두용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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