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이집트 여행 가이드 “일부다처제, 가장 큰 문화 차이...‘사기꾼’ 인식 안타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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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이집트 여행 가이드 “일부다처제, 가장 큰 문화 차이...‘사기꾼’ 인식 안타까워”
  • 룩소르=정두용 기자
  • 승인 2020.03.0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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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과 이집트의 가장 큰 문화차이는 결혼제도...한 남자가 4명의 여자와 결혼할 수 있어”
..."평등하게 대우해야...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도 10명 중 1명 정도만 일부다처를 선택"
- “관광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한국인을 ‘돈’으로 보는 것은 사실”
- “모든 이집트 국민이 ‘사기꾼’이라는 편견은 아쉬워”

▶ <[인터뷰➀] 이집트 여행 가이드 “코로나19로 한국인 투어객 150명에서 5명으로 줄어”>에 이어지는 기사입니다.

“이집트에서 나고 자랐지만, 요즘은 한국인을 더 많이 만난다”는 이집트 현지 가이드는 한국과 이집트의 가장 큰 문화차이로 ‘결혼제도’를 꼽았다.

모하메드(한국이름 지성ㆍ30세)씨는 이집트 룩소르에서 최근 <녹색경제신문>과 만나 “합법적으로 한 명의 남자가 4명의 여자와 결혼할 수 있다는 점이 한국과 가장 큰 차이라고 생각한다”며 “이집트에서도 많은 여자와 결혼한 경우는 흔치 않다. 경제적 문제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성씨는 이집트 룩소르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한국인 전문 여행 가이드다. '지성투어'란 이름으로 한국인 관광객을 모집하고 있다.

그는 이집트 관광대학교를 졸업하고, 총 2년간 한국에서 공부했을 만큼 양국에 대한 이해가 깊다. 이집트 여행을 생각하는 한국인이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현지 전문가’인 셈이다.

지성씨는 이집트에서의 일부다처제 생활에 대해 “부인마다 다른 집을 구해 살림을 각각 차려야 하고, 평등하게 대우해야한다. 옷을 산다면, 같은 가격의 옷을 모든 부인에게 선물해야 하는 식”이라며 “시간도 똑같이 보내야 한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도 10명 중 1명 정도만 일부다처를 선택하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일부다처제의 역사적 배경은 7세기에 아라비아 반도에서 이슬람이 발흥하고 나서 정복 전쟁 때 수많은 무슬림 남성들이 사망하면서 과부들과 고아들이 급증했다.

당시 가장을 잃은 과부들과 고아들은 돌봐줄 사람들도 없고 경제적인 능력도 없었기 때문에 가장의 죽음은 가족의 죽음으로 이어졌다.

사도 무함마드는 고심 끝에 '일부다처제'를 시행함으로서 당시 이러한 과부들과 고아들을 구제하기 위한 '사회 구휼책'의 방식으로 일부다처제를 시행했다고 알려진다. 현대에 와서는 부자들이 일부다처제를 누린다는 비판도 나온다.[편집자 주]

모하메드(한국이름 지성ㆍ30세)씨가 이집트 왕가의 계곡에 위치한 람세스9세 무덤 앞에서 설명하고 있는 모습. 그는 녹색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인들이 이집트 국민을 모두 ‘사기꾼’이라고 생각하는 점이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두용 기자]
모하메드(한국이름 지성ㆍ30세)씨가 이집트 왕가의 계곡에 위치한 람세스9세 무덤 앞에서 설명하고 있는 모습. 그는 녹색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인들이 이집트 국민을 모두 ‘사기꾼’이라고 생각하는 점이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두용 기자]

이집트는 이슬람국가다. 이슬람권 국가들은 이혼을 허용하면서도, 예언자 모하마드가 이혼을 '할랄(종교적으로 허용된 것) 중에 알라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라고 언급한 탓에 이혼보다 다처를 받아들이는 편이다.

이집트는 일부다처를 비롯해 4촌 간 결혼도 법적으로 가능하다.

지성씨는 한국 문화 중에선 ‘술을 많이 마시는 점’이 이집트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이집트에선 종교적으로 술을 금지하는 분위기라 친구들과 물담배를 피우거나 차를 마시며 시간을 보낸다”며 “한국에선 술을 많이 마시고, 노래방 가는 놀이문화가 색달랐다”고 설명했다.

지성씨는 관광대학을 졸업 후인 2011년부터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가이드로 활동했다. 한국에서 공부한 기간과 이집트의 정치적 상황으로 가이드 일을 할 수 없을 기간을 제외하곤 투어객을 받아왔다.

지성씨는 숱한 한국인 투어객을 만나면서 “이집트 국민이 모두 ‘사기꾼’이라는 인식이 가장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당장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에 올라오는 글만 봐도 그렇죠. 한국에선 이집트 국민 대부분이 ‘사기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삐끼(호객꾼)가 과도하게 바가지를 씌우기 때문에 이런 인식이 일면 이해도 되지만, 모두가 그렇진 않거든요.”

지성씨는 “이집트의 인구는 1억명이 넘는다”며 “이 중 10~15% 정도가 관광업에 종사한다. 많은 수치이지만, 80%는 외국인과 만날 기회조차 없다”고 말했다.

이 사람들까지 모두 ‘사기꾼’이라는 인식은 과도하다는 설명이다.

그에게 관광업에 종사하는 이집션(이집트 사람)들이 일반적인 한국인에 대한 인식을 묻자 “보통 외국인을 ‘돈’으로 보는 게 사실”이라고 답했다.

그렇지만 한국인에 대한 ‘로망’을 가진 이들도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수도인 카이로에 한국인을 ‘미친 듯이’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들에겐 일종에 ‘한국을 향한 꿈’ 같은 게 있죠. 한국 드라마나 K-pop(K팝)을 접한 이들 중 한국인과 결혼을 희망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모하메드(한국이름 지성ㆍ30세)씨가 최근 이집트 룩소르에서 녹색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지성씨는 룩소르를 중심으로 한국인 전문 가이드로 활동하고 있다. [정두용 기자]
모하메드(한국이름 지성ㆍ30세)씨가 최근 이집트 룩소르에서 녹색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지성씨는 룩소르를 중심으로 한국인 전문 가이드로 활동하고 있다. [정두용 기자]

지성씨는 한국인을 ‘일을 매우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한국인의 부지런함이 국가가 빠른 시간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인지 한국은 정말 살긴 좋지만, 먹고살긴 힘들다는 느낌도 함께 받았습니다. 공공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고 치안도 높지만 직업을 구해 돈을 벌긴 어려운 나라 같아요.”

그가 한국을 이같이 바라보는 배경엔 이집트의 업무 환경도 한몫했다. 이집트는 평일 반나절만 일하고, 일주일 중 금요일 하루만 휴일을 갖는다.

“출근 시간은 한국과 비슷하게 오전 8시이지만, 퇴근은 보통 오후 1시에 하죠. 이집트에선 퇴근 후 일반적으로 낮잠을 잡니다. 그 뒤엔 개인 여가를 보내요. 한국과 비슷한 업무시간을 갖는 직장은 은행 정도밖에 없습니다.”

그는 “이제 한국이 ‘이유 없이’ 좋다”면서도 “지금은 한국에 갈 길이 막혀서 아쉽다”고 말했다. 2018년까지만 하더라도 이집트인은 한국에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었다.

한국 법무부는 ‘사전비자’를 받아야만 이집트인의 입국이 가능하도록 2018년 10월 정책을 변경했다. 난민 신청, 불법체류 등을 목적으로 한국을 찾는 이집트인이 많이 증가한 것이 원인이다. 사전비자 발급 절차가 매우 까다로워 지금은 이집트인의 국내 입국이 사실상 거의 막혀있는 상황이다.

지성씨는 “한국 정부의 조처를 이해한다”면서도 “한국 방문 이력이 있는 이집트인들은 조금 더 너그럽게 길을 열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성씨에게 추후 계획을 묻자 “한국인에게 더욱 이집트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고 답했다.

“지금 이집트에서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여행 가이드는 5명 정도 있어요. 이들과 함께 여행사를 차리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투어객을 모집하는 것보다 함께 시스템을 만들면, 더욱 이집트를 밀도 있게 경험시켜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돈을 많이 벌면 한국으로 가서 살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웃음)”

모하메드(한국이름 지성ㆍ30세)씨가 이집트 룩소르 하셉수트 장제전 내부에 세겨진 벽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이 장제전은 석회암 절벽 아래에 3개의 단으로 지어졌다. 남장 여왕 하셉수트와 그녀의 시아버지 투트모세 1세의 부활을 기원하며 기원전 15세기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정두용 기자]
모하메드(한국이름 지성ㆍ30세)씨가 이집트 룩소르 하셉수트 장제전에 세겨진 벽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이 장제전은 석회암 절벽 아래에 3개의 단으로 지어졌다. 남장 여왕 하셉수트와 그녀의 시아버지 투트모세 1세의 부활을 기원하며 기원전 15세기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정두용 기자]

 

룩소르=정두용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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