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 화재 ‘배터리 이상’ 결론… 삼성SDI·LG화학 “인과관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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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 화재 ‘배터리 이상’ 결론… 삼성SDI·LG화학 “인과관계 없다”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0.02.0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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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 화재사고 2차 조사단, 화재 5건 중 4건 ‘배터리 이상’ 발표
배터리 제조사 삼성SDI·LG화학 “인과관계 없다” 강력 반발
지난해 9월 24일 강원 평창군 미탄면 평안리 풍력발전소 발전실에서 불이 나 불길이 치솟고 있다. [사진=강원소방본부]
지난해 9월 24일 강원 평창군 미탄면 평안리 풍력발전소 발전실에서 불이 나 불길이 치솟고 있다. [사진=강원소방본부]

지난해 8월 이후 발생한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5건 가운데 4건이 ‘배터리 이상’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번 결과에 대해 배터리 제조사인 삼성SDI와 LG화학이 ‘배터리는 화재와 인과 관계가 없다’는 자료를 내고 적극 해명에 나섰다. 조사단 발표를 놓고 ‘진실공방’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ESS 화재사고 2차 조사단은 6일 지난해 8월 이후 발생한 5건의 ESS 화재사고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단은 종합적 조사·분석을 근거로 충남 예산, 강원 평차, 경북 군위, 경남 김해 화재 원인이 ‘배터리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경남 하동은 노출된 가압 충전부에 외부 이물이 접촉해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조사단은 지난 조사위 결과와 사고 사업장의 운영기록 등을 분석했다. 이와 함께 현장조사, 배터리 해체·분석, 유사 ESS현장 검측, 입체 단층 촬영(3D X-ray CT) 검사와 검증시험 등 광범위한 조사를 실시했다.

◆2차 조사단, 경남 하동 뺀 4곳 화재 ‘배터리 이상’이 원인

조사단은 화재 시 배터리 소실로 직접적 원인을 규명할 수 없는 경우 사고 사업장과 동일시기 동일모델 등으로 설치된 유사 사업장을 분석했다. 조사내용을 토대로 관련 기업의 분석내용도 참고했다. 조사단은 기업의 소명 의견에 대해서도 충분히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강원 평창과 경남 김해는 삼성 SDI 배터리가 사용됐고, 나머지 3곳에서는 LG화학 배터리가 사용됐다.

ESS 화재사고 현장별 주요 조사 내용. [자료=산업부]
ESS 화재사고 현장별 주요 조사 내용. [자료=산업부]

각 화재 현장별 조사결과를 살펴보면 충남 예산 사이트는 운영기록을 통해 배터리가 발화지점인 것으로 분석됐다. 조사단은 현장에서 수거한 배터리에서 내부발화 시 나타나는 용융 흔적을 확인했다.

사고 사업장과 동일모델, 동일시기에 설치된 인접 ESS 사업장에서 유사한 운영기록을 보인 배터리를 수거해 해체·분석한 결과, 일부 파편이 양극판에 점착돼 있는 것도 확인했다. 배터리 분리막에서 리튬-석출물이 형성된 모습도 나타났다.

강원 평창에서는 운영기록을 통해 배터리가 발화지점으로 분석됐다. 과거 운영기록에서 충전 시 상한 전압과 방전 시 하한전압의 범위를 넘는 충·방전 현상이 발견됐다. 이 경우에 배터리 보호 기능도 동작하지 않았던 점이 확인됐다.

조사단은 사고 사업장과 동일모델, 동일시기에 설치된 유사 ESS 사업장에서 유사한 운영기록을 보인 배터리를 수거해 해체·분석해보니 양극판 내부손상이 확인되고, 분리막에서 구리성분이 검출됐다고 전했다.

경북 군위는 CCTV와 운영기록을 통해 배터리가 발화지점으로 분석됐다. 현장조사에서 수거한 배터리에서 내부 발화시 나타나는 용융 흔적도 확인했다. 사고 사업장에서 전소되지 않고 남은 배터리 중 유사한 운영기록을 보인 배터리를 해체·분석한 결과 음극활물질 돌기 형성을 확인했다.

ESS 화재사고 2차 조사단의 조사방법과 분석. [사진=산업부]
ESS 화재사고 2차 조사단의 조사방법과 분석. [사진=산업부]

경남 하동은 2열로 구성된 ESS 설비 중 한쪽에서 급격한 절연성능 저하가 먼저 발생했다. 이후에 다른 쪽의 절연성능도 서서히 저하된 게 확인됐다. 조사단은 다만, 배터리 이상으로 지목할 수 있는 운영기록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화재를 유발할 수 있는 환경 영향 가능성도 현장조사 결과 낮은 것으로 판단했다.

경남 김해에서는 배터리에서 연기가 발생(CCTV영상)하고 시스템 운영기록(EMS)을 통해 배터리가 발화지점임을 확인했다. 그동안의 운영기록을 분석한 결과 6개월 동안 화재가 발생한 지점의 배터리들간에 전압 편차가 커지는 경향도 확인했다.

사고 사업장과 동일모델, 동일시기에 설치된 유사 ESS 사업장에서 유사한 운영기록을 보인 배터리를 수거해 해체·분석한 결과 양극판 접힘현상이 발견됐다. 분리막과 음극판에 갈변·황색반점이 확인돼 이를 정밀 분석한 결과 구리와 나트륨 성분 등도 검출됐다.

조사단 측은 “발화지점 배터리가 소실돼 원인분석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종합적 조사·분석을 근거로 결과를 도출했다”며 “유사 또는 동일사업장에서 발화지점과 유사한 방전 뒤 저전압, 큰 전압 편차를 보인 배터리 등을 종합 분석해 배터리 이상이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삼성SDI·LG화학 설명 자료 내고 즉각 반발

삼성SDI는 2차 조사단 조사 결과에 맞춰 배터리와 ESS 화재 사이에 인과 관계가 없다는 설명 자료를 내놨다. 조사단 결과가 자체 분석과 큰 차이가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먼저, 삼성SDI는 조사단이 발표한 배터리는 화재 현장이 아닌 다른 현장의 배터리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조사단이 평창·김해 사이트에 설치된 배터리와 유사한 시기에 제조된 배터리가 적용된 다른 사이트의 데이터·제품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인천 영흥, 경남 합천에 설치된 제품을 전달해 이 제품이 발표 내용에 포함됐다는 게 삼성SDI 측 주장이다.

삼성SDI 측은 “조사단이 분석한 내용은 화재가 발생한 사이트가 아닌 동일한 시기에 제조돼 다른 현장에 설치·운영 중인 배터리를 분석해 나온 결과”라며 “조사 결과가 맞다면 동일한 배터리가 적용된 유사 사이트에서도 화재가 발생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조사단이 경남 김해 사이트에서의 원인으로 지목한 큰 전압편차는 배터리의 화재 발생 조건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충전율이 낮은 상태의 데이터로 에너지가 없는 상태에서의 차이이므로 화재가 발생할 수 없다는 게 삼성SDI 측 설명이다.

삼성SDI는 강원 평창에서 배터리 보호장치도 정상 동작했다고 주장했다. 조사단이 제시한 운영 데이터는 화재 발생 3개월 전의 것으로 조사단이 잘못 해석했다고 추정했다. 근거로는 조사단이 제출한 자료 내용 가운데 UV(UnderVoltage) 알람 발생이 ‘랙탈락’이 동작돼 보호 기능이 정상 작동됐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LG화학도 이날 설명 자료를 내고 “배터리가 ESS 화재의 직접적 원인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발표했다.

그 이유로 먼저, 지난 4개월 동안 실제 사이트를 운영하며 가혹한 환경에서 실시한 자체 실증실험에서 화재가 재현되지 않았다는 점을 꼽았다. 조사단에서 발견한 양극 파편, 리튬 석출물, 음극 활물질 돌기, 용융 흔적 등은 일반적 현상이라고도 했다. 자체 실험으로 화재의 직접적 원인이 아니라는 점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는 충남 예산에서 발견된 용융은 고체가 열을 받아 액체로 녹는 현상으로 배터리 외 다른 부분에서 화재가 발생해도 배터리로 전이돼 배터리 내 용융 흔적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파편이 양극판에 점착된 점에 대해서는 저전압을 유발할 수는 있어도 LG화학의 SRS분리막을 관통해 발화로 이어질 위험성은 없다고 전했다. 자체 실험으로 리튬 석출물 형성이 배터리 내부발화로 이어지지 않는 점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편, 2차 조사단은 지난해 10월 17일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1차 조사위)’ 위원 일부, 국회와 기업추천 인사 등 관련 전문가로 구성됐다. 지난 조사위에 참여해 경험이 있는 전기안전공사와 산업기술시험원이 조사단 활동을 지원해 현장조사와 자료 분석을 실무 담당하는 18명의 지원인력이 투입됐다.

서창완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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