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오 칼럼] ‘노답’ W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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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오 칼럼] ‘노답’ WHO
  • 정종오 기자
  • 승인 2020.02.05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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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사무총장 "두려워하거나 당황하지 말라"
WHO 사무총장.[사진=WHO]
WHO 사무총장.[사진=WHO]

“우리에게는 기회의 창이 있다. 지금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해) 99% 사례가 중국에서 발생했다. 다른 나라에서는 176개 사례만 있다. 매우 작은 부분이다. 악화되는 것은 아니다. 확실히 우리에게는 행동할 기회가 있다. 세계 다른 지역의 176명은 매우 작아 당황하거나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We have a window of opportunity. While 99% of cases are in China, in the rest of the world we only have 176 cases. That doesn’t mean that it won’t get worse. But for sure we have a window of opportunity to act. Because 176 in the rest of the world is very small, [there is] no reason to panic or fear.)”

전 세계 보건을 책임지고 있는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4일(현지 시각) 제네바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기술브리핑에서 한 말이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Tedros Adhanom GHEBREYESUS) WHO 사무총장은 이날 “중국이 잘 대처하고 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적 대유행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당황하거나 두려워할 이유 없다’는 WHO 사무총장의 말이 어떤 근거에서 나왔는지 알 수가 없다. 전 세계적으로 5일 오전 9시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는 총 2만4524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본부는 5일 9시 현재 국내에서 18명, 국외에서 2만4506명이 확진됐다고 발표했다.

국외 발생 현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중국 확진자는 2만4324명이었고 사망자는 490명에 달했다. 이어 ▲홍콩 15명(사망 1) ▲대만 11명 ▲마카오 10명 ▲태국 19명 ▲싱가포르 22명 ▲일본 19명 ▲베트남 10명 ▲네팔 1명 ▲말레이시아 10명 ▲캄보디아 1명 ▲스리랑카 1명 ▲아랍에미리트 5명 ▲인도 3명 ▲필리핀 2명(사망 1) 등이었다.

아메리카에서는 ▲미국 11명 ▲캐나다 4명으로 집계됐고 유럽에서는 ▲프랑스 6명 ▲독일 10명 ▲핀란드 1명 ▲이탈리아 2명 ▲영국 2명 ▲러시아 2명 ▲스웨덴 1명 ▲스페인 1명으로 나타났다. 오세아니아는 호주에서 13명이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아프리카와 남미만 제외하면 전 대륙으로 퍼졌다. 이런 상황이라면 남미와 아프리카에서도 확진자가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확산 속도도 빠르다. 특히 중국을 다녀오지 않은 사람을 통해 감염되는 사례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차’ ‘3차’ 감염까지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무증상 병원체보유자가 나라별로 증가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측은 무증상 병원체보유자가 ▲싱가포르 2명 ▲일본 4명 ▲독일 2명 ▲벨기에 1명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WHO가 이런 상황에서 “당황하거나 두려워할 이유 없다”고 말한다면 어느 누가 믿을 수 있을까. 이미 전 세계 많은 나라가 중국과 여행, 교역을 차단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WHO 사무총장은 “중국과 여행, 교역을 중단하는 것을 권고하지 않는다”고 엇박자를 놓았다. 전 세계 각국에 대해서는 최신 데이터 공유가 너무 늦다고 불평을 토로했다. 각국의 대처를 탓하기 전에 전 세계 150개나 되는 WHO 사무실은 뭐 하는 곳인지 묻고 싶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해 WHO가 앞서가는 게 아니라 전 세계 각국이 사전 조처를 하는 모양새다. 이는 거꾸로 이야기한다면 WHO가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중국이 잘하고 있다’ ‘대유행은 아니다’라고만 말하지 말고 전 세계 확산을 막기 위해 WHO가 무엇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WHO의 실기는 여러 차례 확인됐다. 지난달 23일 긴급위원회에서 선포했어야 할 비상사태를 일주일이나 지난 30일 내놓았다. 그 사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이미 전 세계로 퍼진 상황이었다. 사후약방문이었다. 문제는 여기에만 머물지 않는다. 무증상감염자, 2, 3차 감염자가 속출하고 있는데 그 원인에 대해 아무런 설명이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변종을 했는지, 왜 이렇게 전 세계로 퍼지고 있는지에 대해 자세한 설명은 물론 없다. 그런데도 ‘당황하거나 두려워하지 말라’고 주문한다면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WHO의 해법은 한마디로 ‘노답(답이 없다)’이다. 전 세계적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감염되고 죽어가야 정신을 차릴지. 신종 감염병은 해당 병원체 파악이 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둔 과잉대응이 하나의 방법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WHO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대처와 진단, 치료, 백신 개발에 있다. 194개국 회원이 WHO에 네고 있는 지원금이 아깝다.

정종오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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