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부동산 금융 옥죄고 모험자본으로 물꼬 돌릴 것"...시장은 “글쎄...”
상태바
금융당국, "부동산 금융 옥죄고 모험자본으로 물꼬 돌릴 것"...시장은 “글쎄...”
  • 이석호 기자
  • 승인 2019.12.24 03: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금융위, ‘혁신기업’에 자금 조달 환경 조성...부동산 돈줄 막는다고 모험자본 활성화될까
금융위원회는 23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서 이인호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장(서울대 교수) 주재로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금융발전심의회 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전체회의를 개최했다. [사진=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는 23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서 이인호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장(서울대 교수) 주재로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금융발전심의회 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전체회의를 개최했다. [사진=금융위원회]

 

정부가 지난 19일 발표한 ‘2020 경제정책방향’에서 금융위원회 핵심과제로 혁신·벤처 분야에 모험자본 공급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내세운 반면에 부동산 분야에서는 강도 높은 금융 규제를 진행하고 있어 내년 금융 산업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위원회(위원장 은성수)는 지난 23일 금융발전심의회를 개최하고 ‘2020년 금융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날 회의에는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금융발전심의회 위원들과 금융위 옴부즈만 위원장, 금융연구원·보험연구원·자본시장연구원 등 금융 관련 연구원장들이 참석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은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지난주 문재인 정부 경제팀이 ‘경제정책방향’에서 강조했듯 ‘경제상황 돌파’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경제상황을 돌파하고 미래성장잠재력 제고를 위해 금융 부문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어서 “내년에는 기술력·미래성장성 있는 혁신기업이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는 금융 환경을 만들기 위해 ‘혁신금융’을 화두로 삼고자 한다”고 전했다.

이날 금융위는 경기반등과 성장잠재력 제고를 위해 ‘2020년 경제정책방향 금융부문 주요과제’를 발표하고, 경제상황 돌파를 위한 금융지원 강화와 포용금융 기반 확충, 확고한 금융시장 안정 유지를 주요과제로 내놨다.

특히, 자본시장을 통한 모험자본 활성화를 위해 벤처·중소기업 투자 시 NCR(순자본비율) 자본규제 완화 등을 통해 초대형 IB 등 증권사의 기업금융 역량을 강화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기업금융 업무 관련 신용공여의 경우 영업용순자본에서 전액 차감하지 않고 최대 32%의 위험값만 적용할 예정이다.

또한 중소‧벤처기업 주식에 대해서는 주식 집중위험액 가산 부담을 경감시키고, PEF 전체자산 중 유한책임투자자(LP) 출자분은 제외하고 위험액을 산정하는 등 지원책을 펼칠 계획이다.

은 위원장은 “위험을 공유하는 모험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자본시장 혁신을 적극 추진한다”고 정부 계획을 설명하며 혁신기업 자금 조달에 정책적 역점을 둘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16일 역대 가장 강력한 주택시장 규제 정책으로 손꼽히는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데 이어 23일부터는 DSR, LTV, 실수요 요건 등 강화된 금융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날 은 위원장은 “그간 금융권 자금이 주담대 위주의 가계대출에 과도하게 집중돼 왔다”며 “금융산업의 건전한 발전은 물론 우리 경제의 혁신성장을 위해서 자금흐름의 물꼬를 돌려야 하는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금융위 발표를 통해서도 확고한 금융시장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주택담보대출과 갭 투자 방지를 위한 전세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내년 1월부터 은행권에 신예대율 규제를 적용하면서 가계대출 유인을 축소해 나갈 것을 강조했다.

 

자료=자본시장연구원
자료=자본시장연구원

 

▲금융위, ‘혁신기업에 자금 조달 환경 조성...부동산 돈줄 막는다고 모험자본 활성화될까

이 같은 정부 정책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금융업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해 투기수요를 억제하고 실수요자 중심으로 주택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정부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정부 규제가 역대 최고 정점에 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이번 조치 이전부터 주택 구매에 레버리지 활용이 어려웠던 서민들에게는 ‘사다리 걷어차기’가 이미 진행돼온 상황이어서 피부에 와닿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금융으로의 유동성 유입을 막아서 모험자본으로 물꼬를 돌린다는 발상도 맞아떨어질지 의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 간 자본시장에서 부동산 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신용평가사들을 중심으로 연이어 부동산 PF 익스포져에 대한 우려가 나왔지만 저금리 기조로 풍부해진 시중 유동성이 뒷받침하고 있는 데다 대형 금융사를 중심으로 리스크 관리 역량이 예전보다 향상돼 부실이 악화되진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서 “부동산 금융을 막는다고 해서 시중 유동성이 아직 안정적인 생태계가 조성되지 않은 모험자본으로 흘러갈 유인도 마땅하지 않아 보인다”며 “오히려 저금리·저성장 장기화에 이어 부동산 경기까지 침체되면서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내놨다.

SK증권 신얼 연구원은 “은행 대출의 급감은 은행채 발행 유인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는 채권 공급의 감소로 채권 가격 상승을 야기 가능하다”고 예상해 금리 하락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또한 “역사상 최저수준의 기준금리는 유동성 공급을 하고 있는 반면 금융위기 이후 통화승수는 하락세”라며 “대출 대비 예금의 증가세가 가팔라지는 현상을 가속화된다. 갈 곳 잃은 시중 유동성이 예금에 예치되는 상황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이석호 기자  financial@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