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부동산 대책에 갈 곳 잃은 뭉칫돈...증시로 흘러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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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강도 부동산 대책에 갈 곳 잃은 뭉칫돈...증시로 흘러가나
  • 이석호 기자
  • 승인 2019.12.18 0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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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투기세력과 ‘끝장’ 보는 정부...‘주담대’ 등 부동산 금융 타격 불가피
- 저금리·저성장에 풍부해진 시중 유동성...미·중 훈풍 증시 기대감에 자금 쏠리나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밀집 상가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밀집 상가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지난 16일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초강수를 담은 열여덟 번째 부동산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자 금융시장도 술렁이고 있다.

▲부동산 투기세력과 ‘끝장’ 보는 정부...‘주담대’ 등 부동산 금융 타격 불가피

이번 부동산 대책은 문재인 정부 들어 가장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규제 폭탄’으로 대출억제, 세제강화, 시장질서 확립, 공급 확대 등 전방위적으로 압박해 올해 하반기부터 일부 지역에서 나타나는 주택가격 급등 현상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신호로 해석된다.

최근 주로 2030세대가 각종 대출을 끌어들여 이른바 ‘갭 투자’라는 과도한 레버리지 활용을 통해 추격 매수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강남 등 선호 지역에서 국지적인 과열 양상이 빚어지며 부동산 급등세가 이어져왔다.

이번 조치로 부동산업계는 물론 금융시장에서도 현 정부가 부동산 과열을 일으킨 투기세력과 끝장을 보겠다는 각오와 의지를 강하게 표출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이전과는 또 다른 파급력을 보여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정부 대책을 발표한 이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대책 이후에도 시장 불안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내년 상반기에 더 강력한 정부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예고하며 투기세력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이번 대책이 발표되자 다음 날인 지난 17일 주식시장에서는 실적 악화 우려로 은행, 증권 등 금융주들의 주가 전반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는 은행들이 이미 2017년 이후 정부 규제로 가계대출 비중에서 주택 관련 대출을 줄여왔다며 이번 조치로 인한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관측을 대체로 내놨다.

오히려 은행권은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자금대출이 다소 위축되더라도 부동산 과열로 리스크가 커지는 방향보다는 이번 대책을 통해 리스크 축소 요인이 발생할 수 있다며 긍정적인 시각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부동산 가계대출 억제 정책이 향후에도 상당 기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은행업계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수년 간 은행들의 가계대출에서 전세자금대출 비중이 크게 늘어 이번 조치를 통해 2년 이내 전세대출 회수 시 재연장 불가 조건이 적용되면 은행도 다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러스트=연합뉴스
일러스트=연합뉴스

 

▲저금리·저성장에 풍부해진 시중 유동성...미·중 훈풍 증시 기대감에 자금 쏠리나

한편, 증권업계에서는 이보다 앞서 발표된 금융당국의 ‘부동산PF 익스포져 건전성 관리 방안’으로 최근까지 증권사가 주 수익원으로 삼아왔던 부동산PF 채무보증 분야에 강력한 규제가 적용될 것으로 예상돼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커진 바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종합 부동산 대책이 증권사의 부동산PF 영역에 미치는 영향은 타 업권에 비해 극히 제한적일 것으로 풀이되고 있지만 부동산금융 수익 의존도가 높아진 만큼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자 풍부해진 시중 유동성이 지나친 부동산 쏠림 현상을 보이며 잠겨 있다가 이번 조치로 증시 유입이 원활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직 국내 경기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업 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부동산으로 흘러든 유동성이 증시 외에는 마땅히 옮겨갈 곳을 찾기 힘든 실정이다.

장기간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쳤던 미·중 무역 분쟁에서 양국간 1단계 협상이 타결됐다는 소식에 국내 주식시장은 물론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상승하는 등 자본시장이 긍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도 호재다.

올해는 지난 10월까지 일평균거래대금이 10조 원을 하회하며 증시로의 자금 유입이 감소세를 겪었지만 11월부터 조금씩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데다 최근 미국, 일본 등 주요국의 글로벌 증시 상승으로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상품시장도 활기를 되찾는 모습이다.

부동산이 막히면서 방향성을 잃은 뭉칫돈이 사태 추이를 더 파악할 시간이 필요해 당분간은 대기자금 성격인 MMF나 예·적금으로 몰려들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도 있다.

은경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제조업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부동산으로의 자금 흐름은 차단됐고 DLF 이슈로 금융상품 투자도 기피되고 있다”며 “결국 갈 곳 잃은 풍부한 시중 유동성은 은행 예·적금에 잠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석호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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