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1조7000억 군용트럭사업 '깜깜이 선정' …"석연치 않다"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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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1조7000억 군용트럭사업 '깜깜이 선정' …"석연치 않다" 의혹
  • 김의철 전문기자
  • 승인 2019.11.1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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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깜깜이 선정에 석연치 않다는 관계자들...일부 언론은 문제제기 나서
- 육군, 지금이라도 선정과정 투명하게 공개해야

지난 8일 육군의 2.5톤과 5톤 트럭을 대체하는 중형표준차량사업에 기아자동차가 선정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논란이 있다.

이번 사업을 두고 기아자동차와 한화디펜스 두 업체가 경쟁을 펼쳤는데 선정 과정이 투명하지 않았다는 논란이 있는 것.

가장 대표적인 의문점은 이른바 '깜깜이' 선정이다.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어가는 국방 대형 프로젝트인데 반해 선정 과정 자체가 공개되지 않고 '밀실형'으로 이뤄졌다.

육군과 같은 정부기관인 방위산업청의 한 관계자도 "이렇게 큰 사업을 육군이 왜 이런 식으로 처리하는 지 이해가 어렵다"고 말했다.

60명까지 탑승 가능한 '육공 트럭'. 군용 트럭의 노후화가 심각해 신형으로 교체사업을 진행중이다. [사진=연합뉴스]

13일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중형표준차량 및 방탄킷 차량통합 개발용역 사업’에 대한 전자 개찰을 통해 기아차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중형표준차량사업은 올해부터 2023년까지 5년 동안 176억9000만 원을 들여 육군의 신형 중형표준차량과 방탄차량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중형표준차량 개발이 완료되면 2024년부터 2041년에 걸쳐 1조7000억 원을 투입한다. 약 1만5000여대를 양산해 육군이 전력화될 예정이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 개발과 양산을 같이 하게 되는데 실제로 1조7000억 원의 사업을 수주하는 셈이다. 

지난 9월 26일까지 사업제안서를 마감하면서 그동안 우리나라 군용차량을 40여년 독점해 온 기아차가 참가했다. 여기에 방위산업의 대표 기업중 하나인 한화디펜스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기아차는 40여년 동안 군용트럭을 독점생산한 풍부한 경험을 앞세웠고, 한화디펜스는 군용장갑차량을 생산하면서 쌓인 방위산업 분야의 노하우로 도전하는 양상이었다. 

기아차는 2008년 중형표준차량 콘셉트 차량 제작을 시작으로 자체 연구 개발을 지속적으로 진행해왔다. 현대 자동차의 파비스 모델을 기반으로 개발한 기아차 중형표준차량은 지난 10월 열린 2019 서울 국제항공우주 방위산업 전시회(ADEX, 아덱스)에서 방탄차량과 함께 공개된 바 있다.

기아자동차의 2.5톤 군용 트럭 시험모습.[사진=기아자동차]

한화디펜스는 무기체계에 장점을 가진 노하우를 살려 ‘무기체계로서의 차량’이라는 경쟁력을 앞세웠다. 타타대우의 상용차량을 기반으로 2.5톤과 5톤 차량에 각각 다른 엔진을 사용해 고마력 고토크를 실현해 도전했다. 특히 일부 방탄차량의 경우에는 장갑차 등을 생산하면서 쌓인 강점이 있다고 자신하기도 했다. 

한화디펜스의 중형트럭 개발 모형.[사진=한화디펜스]

육군 전력지원체계사업단은 기아차와 한화디펜스 등이 제출한 개발 제안서를 평가해 지난 10월 17일 협상 대상 업체를 선정하고  발표할 계획이었다. 블라인드 방식 평가로 진행하기로 했던 당초 규칙을 어기고 기아차에서 중형표준차량사업 참여 보도자료를 배포했고 많은 언론들이 이를 보도했다. 이에 대해 한화디펜스에서 이의를 제기해 결과 발표가 11월로 연기된 바 있다.  

우선협상대상자에서 제외된 한화디펜스는 우선 육군에 정보공개청구를 할 예정이라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를 통해 이번 경쟁입찰에서 떨어진 이유를 확인하고 추가 대응을 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또한 이미 방위사업청에서 실시하고 있는 '디브리핑(선정에서 제외된 이유를 들을 수 있도록 한 제도)'이나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여야 공히 추천한 심의 위원들을 단계별로 거쳐 의결하고 모든 결과는 언론을 통해 공개)' 등을 통해 탈락과 관련한 이유를 투명하게 알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번 사업의 제안서 평가 결과는 지난 8일 최종 확정됐다. 미세한 점수 차로 기아자동차가 제안서 평가에서 1순위 업체로 선정됐고 한화는 2순위 업체가 됐다. 육군본부가 제안서 평가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에 최종 순위 결정 이유는 육군본부만 알고 있다. 

기술점수는 기아자동차 75.53, 한화디펜스 74.62로 기아자동차가 0.91 높았다. 가격 점수는 두 회사 모두 17.00으로 같았다. 결국 기술점수 0.91점 차이가 승패를 가른 셈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군입찰에서 기술점수가 0.5점이상 차이나는 것은 큰 차이"라고 말했다. 

육군은 이와 관련된 보도자료를 배포하지 않았다. 무려 1조7000억 원의 나랏돈을 쓰는 사업정보를 언론을 통해 투명하게 알리는 것은 나랏돈 쓰는 기관의 책무이기도 하다.  육군은 "개발 실패 가능성도 감안해야 하고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이라며 발표하지 않는 배경을 설명했다.  

정작 중요한 것은 기아차가 공정경쟁의 룰을 어기고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에  대해 감점처리가 이뤄졌는지, 세부 기술평가 항목별 점수를 왜 공개하지 않는지에 대한 의구심이다.  한 관계자는 "여러 의혹에 대해 육군본부가 투명하게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면 '석연치 않은 결정'이라는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의철 전문기자  def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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