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오 칼럼] 과학기술과 정보통신, 평행선이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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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오 칼럼] 과학기술과 정보통신, 평행선이 달린다
  • 정종오 기자
  • 승인 2019.11.08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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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를 타고 떠나는 단풍여행이 그리운 계절이다. 기차는 평행선을 달린다. 나란히 놓여 있는 철길은 만날 길이 없다. 늘 같은 간격으로 나란히 놓여 있을 뿐이다. 평행선 철길이 하나라도 어긋나면 기차는 달리지 못한다. 혹 큰 사고가 날 수 있다. 평행선은 끝내 만나지 못하는데 기차는 이 때문에 안전하고 쾌적한 승객 운송을 할 수 있다. 기차 안전과 승객 편의를 위해 평행선 철길은 오늘도 그리워할 뿐 일정한 거리에서 서로를 나란히 쳐다볼 뿐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부침이 많은 부처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름을 달리했다. 한때는 부총리급 장관일 때도 있었는데 갈수록 그 영역은 줄어들었다. 이명박 정권 때는 교육과학기술부, 박근혜 정권은 미래창조과학부라는 이름을 붙였다. 교육과 과학을 같이 아우르는 것도, 미래창조와 과학을 같이 붙인 것을 두고서 당시 말들이 많았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라는 긴 이름을 얻었다.

정종오 환경과학부장
정종오 환경과학부장

말 그대로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 평행선이 기찻길처럼 아직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데 있다. 과학기술 분야 전문가가 장관으로 임명되면 정보통신 쪽에서 ‘이래서야 우리 정보통신이 제대로 되겠는가’라고 아우성이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정기 인사철이 되면 과학기술과 정보통신 출신 관료들이 알게 모르게 경쟁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내부 분위기가 헝클어지고 낯뜨거운 경우도 발생했다.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이란 평행선에서 기차가 달리기에는 늘 불안하고 조마조마한 길이었다. 서로를 그리워하며 ‘적당하고 안전한 길’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 서로를 시기하고 견제하며 ‘불안하고 초조한 길’만 제시했다. 그럴 바에야 아예 평행선을 떼 내 ‘모노레일’로 가자는 의견도 늘 나왔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달 18일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 정책보좌관에 윤천원 씨가 임명됐다. 서울대 인류학과를 나온 윤 보좌관은 전임 유영민 장관 때 정책보좌관을 지냈던 인물이다. 장관이 바뀌고 재임명됐다. 윤 보좌관은 국회의원 보좌관과 청와대 행정관을 거쳤다. 이어 21일 이강환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이 최 장관 정책보좌관에 추가로 임명됐다. 이 보좌관은 서울대 천문학과 출신이며 국립과천과학관 연구사를 거쳐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을 역임했다.

두 명의 장관 정책보좌관이야 늘 있었던 존재였다. 이번 정책보좌관 인선에서는 조금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윤천원 보좌관은 전임 장관 때도 보좌했고 국회 업무에 정통하다. 정책과 대국회 업무가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정보통신 관련 정책 보좌에도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또 다른 관심은 이강환 정책보좌관에 쏠린다. 이 보좌관은 그동안 국립과천과학관 등에서 시쳇말로 ‘비정규직’은 물론 ‘과학계의 여러 문제점’을 직접 체험했던 인물이다. 이론이 아닌 경험으로 여러 문제점을 파악하고 있는 인물이다. 과학 분야에 대한 최기영 장관의 관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강환 보좌관과 함께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홍성주 박사가 장관 정책자문위원으로 파견된 것도 주목된다. 홍성주 정책자문위원은 STEPI에서 파견형식으로 과기정통부에 합류했다. 홍 박사는 그동안 정부출연연구소뿐 아니라 과기계 전반에 대한 문제와 연구, 해결책을 나름 제시해 온 인물이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최 장관이 여러 사람으로부터 보좌관과 자문위원 추천을 받았고 두 사람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같이 일하자”고 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21세기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은 우리나라 경쟁력을 확보하는 관건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이 분야는 뜨겁지 못하고 차갑게 식어있다. 지금이야 비정규직 문제가 많이 해소됐는데 그동안 이 분야에서 학생연구원, 출연연 비정규직 문제 등이 비일비재했다. 여기에 연구비 부정, 기관장 비리, 부실한 감사, 거버넌스 문제 등 산적한 이슈가 만만치 않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면 우리나라 과학계는 ‘뜨겁게’ 달아오르지 못한다. 그냥그냥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하루살이’에 불과할 뿐이다.

지금도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은 같이 갈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거버넌스가 어떻게 바뀌든 장단점은 분명 존재한다. 지금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라는 기차를 같이 탔다. 서로를 헐뜯고 부정하기보다는 격려하고 그리워하는 ‘안정적 평행선’이 절실한 때이다. 그 평행선에서 연구하고, 개발하고, 밤새우고, 토론하고, 성과 내는 시스템이 중요하다. 이번 보좌관 인선이 그 연장선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국민은 그런 평행선에서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이 끝없이 질주하는 것을 보는 게 소망일 것이다. 과학은 울긋불긋 단풍처럼 불타야 한다.

정종오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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