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경쟁사 추격에 투자 시급한데, 1년 연구개발비가 소송비로 외국에"... SK-LG 특허분쟁비용만 0.5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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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경쟁사 추격에 투자 시급한데, 1년 연구개발비가 소송비로 외국에"... SK-LG 특허분쟁비용만 0.5조원
  • 양도웅 기자
  • 승인 2019.09.15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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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 합쳐 매달 소송비로 미국 로펌 등에 100억원가량 지급
소송기간 3년 고려 시 최소 3600억원 소요... LG화학 한 해 연구개발비 웃돌아
"생산시설과 인력 등에 투자해야 할 때 애먼 곳 쓰는 것" 비판 이어져
2차전지 관계자 "소송, 양사 발전에 전혀 이롭지 않아" 강조
국내 두 배터리업체 간의 '특허 침해' 공방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이번엔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과 LG전자를 미국서 제소했다. [자료 연합뉴스]
미국서 배터리 사업 관련해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이 양사 합쳐 약 100억원을 매달 소송비로 미국 로펌 등에 지급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자료 연합뉴스]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이 배터리 사업서 특허 침해 및 영업비밀 침해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와 연방법원 등에 서로를 제소한 가운데, 업계서는 몇 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소송 비용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배터리 산업이 '초기시장' 단계에 있어 R&D와 마케팅 부문서 기업 간 경쟁이 과열되는 시점에, 불필요한 비용 발생으로 양사가 경쟁에서 뒤쳐지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더군다나 국내 배터리 3사 라이벌인 중국 업체들이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자국 시장서 쌓은 기술력과 노하우로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하는 때에 이 같은 갈등은 양사 모두에게 이로울 게 없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올해 '죽음의 계곡'에서 빠져 나와 본격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배터리 시장도 성장을 거듭할 것으로 판단된다. 기업 간 사활을 건 '시장 선점 경쟁'이 이뤄질 전망이다. [자료 포스코 홈페이지]
전기차 시장이 올해 '죽음의 계곡'에서 빠져 나와 본격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배터리 시장도 성장을 거듭할 것으로 판단된다. 기업 간 사활을 건 '시장 선점 경쟁'이 이뤄질 전망이다. [자료 포스코 홈페이지]

◆ SK이노·LG화학 합쳐 소송비용만 3600억원 육박할 듯... "승소해도 비용 보전 안 돼"

14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은 지난 4월 말부터 본격화한 '배터리 소송전'으로 한 달에 수십억원의 돈을 미국 로펌에 지급하고 있다. 

양사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업계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SK이노베이션이 매달 50억원의 돈을 미국 로펌에 지급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지난 8월 세계 최고 법무법인인 라탐 앤드 왓킨스(Latham&Watkins)로 법률대리인을 바꾼 LG화학도 매달 50억원 이상의 돈을 소송 비용에 투입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양사가 매달 100억원이 넘는 돈을 소송 비용으로 치르는 셈. 

기업 간 영업비밀 침해, 특허 침해 소송 등이 대개 3년가량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 계산으로 양사 합쳐 약 3600억원의 자금이 투자가 절실한 연구개발이나 마케팅이 아닌 곳으로 흘러갈 전망이다.   

또, 소송이 ▲한 곳이 아니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와 연방법원, 델라웨어주법원 등 3곳에서 벌어질 뿐 아니라, ▲소송 내용이 '영업비밀 침해'와 '특허 침해' 등으로 단순하지 않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소송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도 농후하다. 

LG화학 오창공장에서 임직원들이 전기차 배터리를 점검하는 모습. [사진=LG화학]
LG화학 오창공장에서 임직원들이 전기차 배터리 셀을 점검하는 모습.

위 업계 관계자는 "2-3년 지나 소송에서 승자와 패자가 갈리더라도, 이번 소송은 다른 소송과 달리 패자가 승자에게 일체의 변호사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며 "그야말로 엄창난 규모의 돈이 애먼 데 쓰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위 '상처뿐인 영광(승리)'을 거머쥐느 것으로, 업계 안팎에서 "중재가 시급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양사에 배터리 소재를 납품하는 한 소재업체 관계자는 "투자가 더욱 활발히 이뤄져야 하는 때에 전방산업 기업들이 갈등을 빚으면 시장 내 불확실성이 증가해 피해가 확산되는 건 불보듯 뻔하다"며 "타협이 조기에 이뤄지길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 

◆ SK이노베이션·LG화학 전지사업 부문 대규모 투자로 모두 적자... "한 해 연구개발비가 소송 비용으로 소요되는 셈"

현재 배터리 업계는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상황이다.
 
국내 업체의 배터리만 쓰다 중국 업체의 배터리도 함께 쓰기 시작한, 한 전기버스 업체 대표도 "우리도 국내 업체를 쓰고 싶다"며 "하지만 원하는 물량을 제때 공급받기 힘든 상황에서 공급처 다변화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업체들도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배터리 업체들이 앞다퉈 생산시설 건설과 증축, 인력 채용에 속도를 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업체 간 기술 격차가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상위 몇 개 업체에 주문이 몰리는 실정이기도 하다. 

대형 투자가 몇 년째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 모두 배터리 사업 부문에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삼성SDI도 마찬가지). 

작년 LG화학은 배터리 사업서 약 600억원, 삼성SDI는 약 2500억원, SK이노베이션은 약 3175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올해 2분기에도 LG화학은 배터리 사업서 1280억원의 영업손실을 봤고, SK이노베이션도 67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같은 상황서 국내 1위이자 세계 4위인 LG화학의 한 해 연구개발비를 웃도는 돈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소송 비용에 써야 한다는 데 업계 안팎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이유다. 

또 다른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국내서 배터리 사업에 가장 많이 투자하는 LG화학의 한 해 연구개발비가 약 3000억원"이라며 "양쪽이 3년간 이 금액보다 더 많은 돈을 소송에 써야 하는데, 이걸 지속하는 게 합리적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SK이노베이션 연구원이 전기차용 배터리 셀을 들어보이고 있다<br>
SK이노베이션 연구원이 전기차용 배터리 셀을 들어보이고 있다.

◆ 자국 시장서 경쟁력 키운 중국 업체들, 글로벌 진출 본격화

이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을 보유한 중국의 배터리업체들은 자국 시장서 기른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세계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은 라이벌인 한국 업체들의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 지원금을 지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자국 전기차 및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적극 육성해 왔다. 

국내외 배터리 업체들에 소재를 공급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의 기술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실제로 우리에게 가장 최신 소재를 의뢰하는 쪽도 오히려 중국 업체들"이라고 말했다. 

중국 1위이자 세계 1위인 CATL은 독일에 2025년까지 약 2조3600억원을 투자해 배터리 셀 공장을 지을 예정이며, 미국 공장 건설 계획도 검토 중이다. 

중국 2위이자 세계 3위인 BYD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적극 도입하고 있는 전기버스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1~5월 기준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톱10 가운데, 전년동기대비 가장 가파르게 성장한 기업 5곳은 중국이 2곳(CATL·BYD), 한국(LG화학·SK이노베이션)이 2곳, 일본(파나소닉)이 1곳이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성장률 294.4%로 세계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중국과 한국, 일본 간 3파전으로 공고해지는 모양새다. 특히, 중국과 한국 업체들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자료 SNE리서치]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중국과 한국, 일본 간 3파전으로 공고해지는 모양새다. 특히, 중국과 한국 업체들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자료 SNE리서치]

업계 안팎으로 정부가 적극 나서서 타협점을 찾아줘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는 것도, 배터리 시장이 기업을 넘어 국가 간 전쟁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핵심 2차전지 업계의 한 관계자는 "꼭 정부가 아니더라도 누군가에 의해 지속적인 대화의 장이 마련되길 바란다"며 "이제 시딩(Seeding)되는 분야라 투자가 시급한 상황서 소송에 수 천억원을 쓰는 건 양사에 전혀 이롭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LG화학이나 SK|나 억울한 부분을 재판을 통해 가려내고 싶은 게 당연하지만, 각자의 입장만 고집하면서 진정 투자할 곳에 투자하지 못하는 건 양사 발전에 전혀 도움될 게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업계는 현재 추석 연휴 직후 양사의 최고경영진 간의 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고경영진 간 대화는 LG화학이 최근 공개적으로 밝힌 해결책 중 하나다. 

이 같은 분위기서 SK이노베이션이 '양사 간 발전을 위한 접점'을 언급한 게, 향후 있을 최고경영진 간 대화를 긍정적인 분위기로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양도웅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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