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갈등' LG화학-SK이노, 제2의 삼성-LG?... "다툼은 경쟁의 산물, '경쟁 시너지' 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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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갈등' LG화학-SK이노, 제2의 삼성-LG?... "다툼은 경쟁의 산물, '경쟁 시너지' 내야"
  • 양도웅 기자
  • 승인 2019.09.10 0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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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과 SK이노, '인력 유출' '기술 침해' 등으로 서로 미국서 제소
국내 배터리업계 '주춤'하며 중국업체 반사이익 누리는 것 아니냐 '우려'
하지만 "갈등은 경쟁의 산물"이라며 걱정만 할 건 아니라는 지적도
삼성·LG의 'TV대전' 빗대, "끝까지 안 가면 '경쟁 시너지'낼 것" 전망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서로 미국서 제소한 가운데, 두 기업이 세계 가전 시장에서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는 삼성전자와 LG전자처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두 기업 간 갈등으로 국내 배터리 산업이 '주춤'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잇따라 제기되는 상황에서 주목할 만한 발언이다.  

9일 배터리업계 따르면, LG화학은 지난 4월29일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로 미국 ITC와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 제소했다.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인력들을 영입하면서, 사실상 LG화학의 핵심 배터리 기술들도 요구했다는 이유에서다. 

ITC는 LG화학의 제소가 있은 지 한 달이 지난 5월29일 '만장일치'로 조사개시를 결정했다. 

이에 SK이노베이션도 지난 9월3일 LG화학을 ITC와 연방법원에, LG화학의 셀로 모듈과 팩을 만드는 LG전자를 연방법원에 '특허 침해'로 제소했다. 

외려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기술을 침해했다는 이유에서다. 한 지식재산권 전문가는 "(LG화학의) 공격에 대한 방어로 특허 침해를 들고 나온 격"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두 배터리업체 간의 '특허 침해' 공방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이번엔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과 LG전자를 미국서 제소했다. [자료 연합뉴스]
SK이노베이션도 LG화학(LG전자 포함)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에 맞제소하면서, 배터리 기술을 두고 두 업체 간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자료 연합뉴스]

◆ 4개월 넘게 갈등 지속·악화되자, 시장·배터리업계 동요... 중국업체들이 반사이익?

약 4개월 넘게 두 기업 간 갈등이 해소되기는커녕 악화되자 시장과 업계 관계자들은 동요하고 있다. 

지난 4월30일 36만1000원이었던 LG화학 주가는 9월6일 현재 32만8500원으로 떨어졌다. SK이노베이션 주가도 같은 기간 18만2500원에서 16만4500원으로 떨어졌다. 

양사 모두 글로벌 완성차업체들과 대형 계약을 따내면서 누적 수주량을 늘려가고 있을 뿐 아니라, 올해 글로벌 점유율에서 LG화학은 5위인 삼성SDI와 격차를 벌려나가고, SK이노베이션은 처음으로 톱10에 진입하는 등의 성과를 이어가고 있지만, 주가는 연일 하락세를 보인 것이다. 

반면, 국내 배터리업계 빅3 가운데 나머지 한 곳인 삼성SDI 주가는 같은 기간에 23만6500원에서 24만4000원으로 소폭 상승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양사에 배터리 소재를 납품하는 한 업체의 관계자는 "전방기업들이 갈등을 빚으면서 불확실성이 증대되면 후방기업들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다"며 "답답한 노릇"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갈등으로 중국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누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업체인 CATL과 BYD(비야디) 등은 자국의 넓은 내수시장을 통해 경쟁력을 빠르게 발전시킨 곳으로, 현재 일본의 파나소닉과 함께 세계 배터리시장 톱3를 이루고 있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양사가 ITC와 연방법원에서 소송을 진행하는 동안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5000억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과연 소송까지 가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에서 갈등과 다툼은 경쟁의 산물이고, '경쟁과 다툼은' 업체들이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의 갈등 국면에서 제기됐다. 위는 삼성전자가 지난 2017년 LG전자의 OLED(올레드) 디스플레이를 비판(비방)하는 영상 중 한 장면. [자료 연합뉴스]

◆ "갈등은 경쟁의 산물"... LG화학-SK이노, 세계 TV시장 1·2위 다투는 삼성전자와 LG전자처럼?

반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갈등을 '시장과 소비자' 관점에서 바라보는 의견도 있다. 

한 재계관계자는 "양쪽이 소송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힌 바 없기 때문에 조심스럽다"면서도 "기업 간 경쟁을 하다 보면 갈등과 법적인 분쟁 등은 자연스럽다"고 운을 뗐다. 

이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의 갈등도 기본적으로 경쟁의 산물"이라며 "불공정하게 경쟁하면 처벌하는 게 당연하지만, 기업 간 경쟁은 서로를 발전시킬 뿐 아니라 소비자들에게도 더 나은 상품이 돌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밝혔다. 

그는 '경쟁=갈등'을 말한 셈으로, 그는 "오히려 주의해야 할 건 (불공정한) 기업 간 화해"라며 "짬짜미(담합) 등을 통해 시장에서 벌어지는 불공정한 행위는 시장 내 경쟁을 약화시켜 산업 경쟁력도 떨어지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다른 재계관계자도 "기업 간 경쟁에서 이같은 다툼은 충분히 벌어질 수 있다"며 "한 쪽이 극심한 피해를 입는다면 우려해야겠지만, 상대보다 앞서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걸 부정적으로만 볼 건 아니다"고 말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LG전자와 삼성전자가 TV 시장 등에서 벌이는 상대에 대한 비방(비판) 등도 경쟁의 일환"이라며 "두 기업이 '사활'을 걸고 경쟁하면서 두 업체는 세계 TV시장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게 되지 않았냐"고 밝혔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의 갈등이 공정한 경쟁을 위한 '선(룰)'을 만드는 쪽으로 매듭지어질 경우, 오히려 두 업체가 'WIN-WIN' 하는 경쟁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주장인 셈이다. 

지난 7일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9'에서 박형세 LG전자 부사장은 삼성전자의 8K TV를 가리켜 "8K가 아닌 4K" "삼성전자의 8K TV는 해상도가 국제 기준에 한참 못 미친다" 등의 맹공을 퍼부었고, 삼성전자도 "1등을 헐뜯는 행위"라고 불쾌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2017년엔 역으로 삼성전자가 LG전자의 올레드(OLED) 디스플레이 패널의 기술적 결함을 주장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게재한 적도 있다. 그땐 LG전자가 직접적인 대응을 피하면서 불쾌감만 표시했다. 

LG전자와 삼성전자는 이처럼 서로를 비방에 가까운 비난을 하면서도, 세계 TV 시장에서 양사 합산 점유율은 '2015년 41.7%→2016년 41.6%→2017년 41.1%→ 2018년 45.4%'를 보이고 있다.  

한편,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최근 LG와 SK그룹의 고위 관계자를 잇따라 만나 "소송으로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지만 양사 소송이 국내 배터리산업에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며 "양사 모두 물밑협상 퇴로는 열어두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LG화학은 지난 3일 공개적으로 '최고경영자 간의 대화'를 통한 해결을 언급하기도 했다. 

양도웅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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