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전쟁 '갑론을박'...지재권 전문가 "LG화학 인력 급구 의구심" vs SK이노 "경력직 수시 채용 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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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전쟁 '갑론을박'...지재권 전문가 "LG화학 인력 급구 의구심" vs SK이노 "경력직 수시 채용 일환"
  • 양도웅 기자
  • 승인 2019.09.10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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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이 경력직으로 LG화학 직원들 채용한 배경을 두고 '설전'
지재권 전문가, "동종업계 전문가 채용 시 대개 1~2년 유예기간 둬"
SK이노베이션, "바로 투입하지 않을 거면 왜 경력직을 채용하냐" 반박
온라인서도 의견 쏟아져... 'SK이노베이션이 기술 빼갔다' 공감 많아  

배터리 사업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영업비밀 및 특허 침해를 놓고 공방을 거듭하는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의 경력직 채용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0일 녹색경제신문과 통화한 한 지식재산권 전문가는 "보통 동종업계에 있는 타사에서 전문가를 데려갈 때는 1~2년 정도 유예기간을 두는데, SK이노베이션은 그렇게 하지 않은 것 같다"며 "SK이노베이션이 '다소 급했던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에서 온 경력직 직원들을 바로 (사업에) 투입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고 밝혔다.  

LG화학이 지난 4월 SK이노베이션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등에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한다고 밝혔을 때, 당시 업계서는 작년 11월 SK이노베션이 수주한 폭스바겐 배터리 사업이 갈등의 '트리거(Trigger)'라는 말이 오가기도 했다. 

실제 LG화학은 미국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하면서, 소장에 "폭스바겐의 미국 전기차 사업 (수주전에서) SK이노베이션의 승리(win)가 LG화학의 사업을 제약하고 있다. 이에 따른 손실은 10억 달러(1조1910억원)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언급했다. 

배터리 사업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영업비밀 침해·특허 침해'를 놓고 공방을 거듭하고 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의 폭스바겐 배터리 사업 수주가, LG화학 출신의 100여명의 배터리 사업 핵심 인력과 그들에게 얻어낸(빼낸) 배터리 기술 등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으로 판단한다.

또, 작년 3월까지만 해도 SK이노베이션의 기술력은 폭스바겐 배터리 수주전에 참여할 수 정도가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앞서 지적재산권 전문가가 "경력직 직원들을 바로 투입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던 것 아닌가"하고 언급한 것도, LG화학의 이같은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SK이노베이션이 폭스바겐의 초대형 배터리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다소 급하게' 선두업체의 인력들을 영입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현재 SK이노베이션은 폭스바겐의 전기차 배터리 북미 물량을 수주한 데 이어, 폭스바겐과 전기차 배터리 합작회사 설립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LG화학 오창공장에서 임직원들이 전기차 배터리를 점검하는 모습. [사진=LG화학]
LG화학 오창공장에서 임직원들이 전기차 배터리를 점검하는 모습. [사진=LG화학]

◆ SK이노베이션 관계자, "기업 채용 프로세스와 전혀 맞지 않는 주장"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기업의 채용 프로세스와 전혀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잘라 말했다. 

관계자는 "경력직 직원을 수시로 채용하는 이유는 (당연히) 특정 직무가 채용 시기에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경력직 직원을 채용해놓고 해당 직무를 맡기지 않고 다른 일을 시키면 경력직 직원을 뽑을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전기차 수요가 확대되고 덩달아 배터리 수요도 늘면서 국내 배터리 인력이 부족해 경력직 시장이 활발한 건 오래된 사실"이라며 "LG화학 배터리 인력들이 중국 배터리 업체·완성차 업체 등으로도 가고 있다"고 밝혔다. 

LG화학의 배터리 인력들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 1위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도 인기가 많다. 경쟁사들에 비해 LG화학은 30여년간 기술력을 축적하며 경쟁력을 키워 왔기 때문이다. LG화학이 '특허수'로 SK이노베이션이 제기한 특허침해에 대한 반박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로 LG화학의 부족한 인력 관리 능력이 드러났다고 지적한다. 특히, LG화학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는 SK이노베이션과의 '연봉 차이'를 들며 이직하는 직원들을 이해하는 분위기다.

◆ 4개월 넘게 갈등 지속되자, 누리꾼들도 관심 'UP'... SK이노베이션이 '기술 빼갔다'고 대부분 비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의 갈등이 4개월 넘게 지속되자 업계 안팎에서 관심이 높아지는 모양새다. 

특히, 전 세계서 가장 '핫'한 산업이자 한국이 세계 수위를 다투는 분야인 전기차 배터리에서 벌어진 일이라, 온라인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연구원이 전기차용 배터리 셀을 들어보이고 있다<br>
SK이노베이션 연구원이 전기차용 배터리 셀을 들어보이고 있다. 

네이버 아이디 hang*****는 "급여를 적게 주면 기술을 빼가도 된다는 논리는 어디서 기인하는 거냐"며 "그럼 (많은 돈을 주고 국내 인력을 데려가는) 중국이 기술 빼가는 것도 문제 없겠네"라고 밝혔다. 

지난 4개월간 꾸준히 제기된 'LG화학의 낮은 처우로 핵심 인력들이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한 게 근본적인 문제'라는 주장에 대해 지적한 셈이다.

또, 네이버 아이디 duen*****는 "누가 봐도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이 특허를 침해한 게 뻔한데 적반하장식으로 나오고 있다"며 "세상에 청출어람도 있지만, 그것도 뜯어보면 원본이 없는 복사본은 없다"고 말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기술을 불법으로 빼갔다는 걸 기정 사실화하고 비판하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네이버 아이디 gabe****도 "LG가 뚝심 있게 배터리 산업 키워온 것 아무도 부정 못한다"며 "실컷 고급인력 키워놨는데 사람 다 빼가면 앞으로 누가 기술개발합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LG화학은 10일 오전 최근 여러 매체가 보도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다투면서 중국·유럽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류의 내용을 반박하는 입장문을 냈다. 

LG화학은 "폭스바겐이 스웨덴 배터리업체인 노스볼트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건, 'EU 주도의 배터리 내재화'를 위한 오랜 활동의 일환"이라며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의 소송 때문에 폭스바겐이 노스볼트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폭스바겐뿐 아니라 글로벌 전기차 1위업체인 테슬라도 파나소닉 배터리만 쓰던 데서 벗어나 배터리 공급처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양도웅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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