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소문난 잔치 '무신사 테라스'... 먹을 것도 입을 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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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소문난 잔치 '무신사 테라스'... 먹을 것도 입을 것도 없었다
  • 박금재 기자
  • 승인 2019.09.10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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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 테라스, '최초 오프라인 패션 문화 편집 복합 공간' 타이틀 오픈
'라운지', '키친', '샵', '파크' 4개 공간으로 조성된 복합 문화 공간
"실패한 실험" 첫인상... 복합문화공간 컨셉트 이해하기 어려운 구성
무신사 테라스 중앙에 위치한 '라운지'. 오른쪽 LED 모니터와 왼쪽 박스 형태의 미디어아트 상영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사진=녹색경제신문]

무신사 테라스는 '실패한 첫 실험' 그 자체였다.

온라인 패션 스토어 무신사는 지난 7일 '최초의 오프라인 패션 문화 편집 복합 공간'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무신사 테라스'를 정식 오픈했다.

무신사 테라스는 오픈 전부터 많은 고객의 기대를 모았다. 매출 1000억원 대를 기록하는 온라인 패션 스토어가 오프라인 매장을 처음으로 오픈한다는 사실은 기존 무신사 고객과 많은 스트릿 의류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무신사는 정식 오픈 전인 6일 기자들을 초청해 무신사 테라스를 공개하기도 했다. 무신사 테라스를 놓고 무신사는 '라운지', '키친', '샵', '파크' 4개 공간으로 조성된 복합 문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기자는 정식 오픈을 조금 넘긴 9일에 무신사 테라스를 방문했다. 오픈일과 기자간담회에서는 일상적인 무신사 테라스와 다른 모습이 연출될 수 있다는 생각에 방문일을 며칠 미뤘다. 수 년 전부터 무신사에서 의류 구매를 즐겨왔기 때문에, 기자를 떠나 '단골'의 마음으로 무신사 테라스가 위치한 홍대 애경타워로 발걸음을 옮겼다.

무신사 테라스가 첫 번째로 전해준 경험은 '불편함'이었다.

애경타워 17층에 자리잡고 있는 무신사 테라스에 방문하기 위해서는 다소 긴 시간이 소요됐다. 먼저 쇼핑몰 안에 있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쇼핑몰 5층까지 이동한 뒤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야만 17층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애경타워 5층에 위치한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무신사 테라스에 입장할 수 있다. [사진=녹색경제신문]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17층에서 내려서야 무신사 테라스에 입장할 수 있었다. 많은 고객들로 인해 매장 내부가 붐빌 것을 예상했으나 매장은 필자의 방문을 위해 비워두기라도 한 듯 조용했다. 직원들과 다섯 명 남짓의 고객들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무엇을 해야할 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매장 정중앙에 위치한 '라운지'에서는 큰 LED화면이 무신사를 홍보하는 정체불명의 영상만을 반복 재생하고 있었다. LED화면 앞에 이용객들의 편의를 위해 의자가 많이 배치돼 있었지만 의자에 앉아 영상을 시청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고객은 찾아볼 수 없었다. 

라운지의 LED화면 왼쪽에서는 방 형태로 조성된 또 다른 미디어아트 전시공간이 존재했다. 하지만 그 공간에서 재생되고 있던 영상 역시 'musinsa terrace'라는 단어를 입체적으로 반복해 보여주기만 할 뿐 그 의도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온라인 대표 패션 스토어인 무신사의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아이러니하게 옷 한 벌도 한눈에 찾기 어려웠다.      

매장 가장 왼쪽에 위치한 '샵'에서 의류를 판매하고 있었지만 '샵'을 가로막은 거대한 규모의 '키친' 때문에 무신사 테라스가 조성해놓은 의류 컬렉션을 매장 입구에서는 발견할 수 없었다.

무신사 테라스의 '키친' 전경사진. 아직 음식 메뉴는 판매하지 않고 커피메뉴만을 시범운영하고 있다. [사진=녹색경제신문]

당초 '키친'은 전문 바리스타와 쉐프가 제안하는 '캐쥬얼 다이닝' 공간으로 기획됐다. 하지만 실제로 키친에서는 커피머신 외에 음식을 만드는 쉐프의 모습이나 음식을 즐기는 고객은 없었다. 두세명의 고객들만이 키친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어 무신사 테라스가 의도했던 '캐쥬얼 다이닝'과 실제 키친 사이에서는 큰 괴리감이 느껴졌다. 

오프라인 패션스토어의 중심이 돼야 할 '샵'은 매장의 가장 왼쪽 구석에서 빈약한 컬렉션만을 선보이고 있었다. 선뜻 이해하기 힘든 구성이었다. 보라색과 오렌지색의 티셔츠를 중심으로 간소하게 진열된 의류 제품들 가운데엔 'LP판'도 진열돼 있었다. 

'복합 문화 공간'을 지향하기 위해 음악 부문을 갖추려 노력한 것은 이해가 됐지만 진열된 LP들에서는 그 컬렉션의 방대함도, 희귀함도 느껴지지 않았다. 

무신사 테라스 '샵' 사진. 한정판 의류 컬렉션과 함께 LP판이 진열돼 있다. [사진=녹색경제신문]

매장 내부의 음향 시스템 또한 일반적인 의류 매장과 차이가 없었다. 힙합과 알앤비를 중심으로 잘 짜여진 플레이리스트가 재생되고 있었지만 우퍼 스피커 등 전문 음향장비가 부재해 질 높은 음악감상을 원하는 이용객들의 수준을 맞추기엔 한참 부족했다.   

무신사의 오프라인 의류 매장이라고 믿기에는 한참 조촐한 '샵'의 콘셉트를 이해하기 위해 매장 직원에게 진열된 의류 컬렉션에 대한 설명을 요청했다. 

매장 직원은 "스트릿 의류의 트렌드 컬러인 '퍼플'과 '오렌지'를 반영해 두 색을 중심으로 구성했고 현재 진열된 의류 제품들은 온라인 무신사에서는 판매하지 않는 한정판 제품들이 대부분"이라며 "무신사 대표가 직접 골라 진열한 제품들도 있다"고 말했다.

매장 직원의 설명으로도 쉽게 해소되지 않은 실망감을 안고 '파크' 존으로 향했다. '파크'는 이용객이 도심 전망을 보면서 휴식을 취하도록 조성된 공간이다. 꽃과 같은 식물들이 심어져 있고 통유리로 된 난간이 있어 전망을 보기엔 좋았지만 홍대입구역 주변은 특별한 감상을 불러 일으키기엔 번잡해 파크의 존재 의의를 무색하게 했다. 재빨리 파크를 한 바퀴 걷고 매장 내부로 다시 돌아왔다.

'파크' 존 사진. 홍대입구역 주위 전망을 즐길 수 있다. [사진=녹색경제신문]
'파크' 존 사진. 홍대입구역 주위 전망을 즐길 수 있다. [사진=녹색경제신문]

매장 오른쪽엔 에코백을 고객의 취향에 따라 주문제작할 수 있는 공간과 제작을 마친 상품을 박스에 넣어갈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박스에도 직접 테이프와 스티커를 선택해 붙일 수 있었지만 오프라인 매장에서 박스에 상품을 담아가는 번거로운 과정을 얼마나 많은 고객이 선택할지에 대해선 의문이 들었다.

결과적으로 무신사 테라스는 개선해야 할 지점이 많은 공간으로 남았다. 무신사가 가진 방대한 의류 컬렉션도 살펴볼 수 없었고, '복합 문화 공간'으로 해석하기에도 미흡한 부분이 많았다. 

무신사 테라스에 필요한 것은 '선택과 집중'으로 보인다. 고작 한 층의 공간으로는 무신사가 의도한 '문화 편집 복합 공간'을 실현하기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의류 매장인 '샵'을 대폭 확장하거나 문화 ·예술적 면모를 부각시키기 위해 관련 콘텐츠를 강화하는 방법으로 현재의 애매한 포지션에서 벗어나야 한다.  

에코백을 커스텀 제작하고 무신사 테라스에서 구매한 제품을 커스텀 박스에 담아갈 수 있도록 구성했다. [사진=녹색경제신문]
위 공간에서는 에코백을 커스텀 제작하고 무신사 테라스에서 구매한 제품을 커스텀 박스에 담아갈 수 있도록 조성됐다. [사진=녹색경제신문]

개인적 소감에서 벗어나 다른 이용객의 의견을 듣고 싶어 엘리베이터 앞에서 무신사 테라스 방문을 마친 한 일행에게 소감을 물었다. 공교롭게도 그 일행은 '견학'의 일환으로 무신사 테라스를 둘러본 한 홍익대학교 교수와 학생들이었다.

방문을 마친 홍익대학교 건축 관련학과 모 교수는 "도대체 무슨 콘셉트로 이 공간을 구성한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도리어 필자에게 무신사 테라스를 놓고 일시적으로만 운영하는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상시적으로 운영되는 매장이라고 알고 있다"고 답하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무신사 테라스 방문을 마치고 나서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애경타워 5층으로 내려오니 '스파오'와 '어라운드더코너' 매장이 바로 눈길을 끌었다.

애경타워 5층에 위치한 '스파오'와 '어라운드더코너' 전경사진. [사진=녹색경제신문]
애경타워 5층에 위치한 '스파오'와 '어라운드더코너' 전경사진. [사진=녹색경제신문]

두 매장은 무신사가 오프라인 채널에서 경쟁해야 할 상대들이지만, 초라한 의류 컬렉션을 갖춘 무신사 테라스와 달리 스파오와 어라운드더코너는 열띤 프로모션과 함께 수많은 제품들로 고객을 맞이하고 있어 비교가 어려웠다. 

무신사 테라스는 오픈 전부터 '소문난 잔치'였다. 영상, 음악, 패션, 식음료가 어우러진다면 '잔치'보다 어울리는 단어가 없을 정도다. 하지만 실상은 먹을 것도, 입을 것도 없는 애매한 포지션의 복합 문화 '지향' 공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무신사가 실패한 '첫 실험'을 교훈삼고 경쟁력을 갖춘 오프라인 편집숍으로 거듭나 '온라인 단골'들을 오프라인에서도 사로잡길 기대해본다.   

박금재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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