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 화재, 충전율 상향이 눈에 띄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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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 화재, 충전율 상향이 눈에 띄는 이유
  • 서창완 기자
  • 승인 2019.09.09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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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동안 24건 발생, 재생에너지 연계형 시설 대부분
충전율 95% 상향한 뒤 또 발생, 안전 담보 없이 수익 추구
지난달 30일 충남 예산군 광시면 한 태양광 ESS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고 있는 모습. [사진=예산소방서]
지난달 30일 충남 예산군 광시면 한 태양광 ESS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고 있는 모습. [사진=예산소방서]

24건, 2017년 8월부터 전국의 에너지저장장치(ESS) 설비에서 발생한 화재 횟수다. 앞서 정부는 2018년 12월~2019년 6월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를 만들어 ESS 화재 사고원인을 조사했다. 당시 23건의 화재를 조사해 나온 결론은 ‘복합 원인’이다. 이에 대해 가장 큰 문제인 ‘충전율(SOC) 상향’을 빼놓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의견은 결과 발표 두 달여 만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힘을 얻었다. 지난달 30일 충남 예산의 한 태양광발전소 연계 ESS 내부에서 발생한 불은 충전율 상향 결정 뒤 발생했다. ESS용 리튬배터리 공급회사인 LG화학이 충전율을 95%로 재상향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화재가 난 것이다.

정부는 지난 6월 조사 결과 발표 당시 “일부 배터리셀에서 제조상 결함은 발견했다”면서도 “결함을 모사한 실증에서 화재가 발생하지는 않았다”고 밝히면서 배터리 회사 봐주기 의혹도 받았다. 배터리셀 의심을 받았던 LG화학은 지난달 화재 뒤인 지난 5일 자사 배터리를 사용하는 ESS 업체에 충전율 70% 제한 공문을 보내면서 충전율을 낮추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정부는 조사 발표에서 ▲배터리 보호시스템 미흡 ▲운영환경관리 미흡 ▲설치 부주의 ▲통합보호·관리체계 미흡을 주된 화재 사고원인으로 보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을 보였다. 배터리셀에 대해서는 제조 결함이 있는 상황에 배터리 충방전 범위가 넓고 만충 상태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면 화재 발생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만 밝혔다.

그럼에도 또 화재가 나면서 배터리에 대한 의심은 풀리지 않고 있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ESS 화재가 발생한 곳의 공통점을 보면 배터리의 충전율 사용 범위를 너무 넓게 쓰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면서 “지금으로서는 70% 정도의 충전율을 유지하는 게 최선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의 ESS 업체 화재가 적은 이유가 충전율의 적절한 관리에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극한 조건까지 ESS를 돌려놓고 화재 발생 원인을 다른 곳에서만 찾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생에너지 연계형 ESS에서 배터리 충전율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문제가 많이 발생하는 이유로는 적절한 규제가 없다는 점을 꼽았다.

박 교수는 “자동차를 시속 200㎞로 한 달 동안 달린다고 생각하면 한 달도 안 돼 차가 다 망가질 것”이라며 “과속은 방지법이 있는데, ESS는 충전율을 제한하는 법이 없는 만큼 사업자한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ESS는 전기요금 할인특례,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등 보급 지원정책에 힘입어 2017년부터 급격히 늘어났다. 지난해 보급한 사업장은 947곳으로 3.6GWh의 배터리를 공급했다. 이는 세계시장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규모다. 총 1490개 ESS 가운데 신재생에너지 연계가 778, 피크저감과 비상발전 등이 712개다.

이 가운데 태양광 연계형 ESS 화재가 모두 15건에 달해 정부가 무리한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구하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말 기준 사업용 태양광발전소 3만4800곳의 ESS 연계 발전소가 2.2%에 불과하다는 점 때문에 태양광의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고 반론했다.

박 교수 역시 “태양광 문제가 아니라 재생에너지 연계형 ESS가 배터리를 너무 극한 조건까지 쓴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는 의견을 보였다.

ESS 화재가 잇따르면서 태양광 업계에서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오는 추세다. 한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ESS 화재가 태양광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배터리와 제도가 미비한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며 “테스트베드를 구축해 가능한 문제점을 찾고, 기술적 보완을 이뤄야 했는데, 그런 점이 부족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태양광의 문제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계통선로 문제도 있어야 하지만, 그런 점은 밝혀진 바 없다”며 “적절한 관리 기준과 사업장 규제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창완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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