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정욱 “후쿠시마 오염수·수산물 검사 자료 공개 요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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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정욱 “후쿠시마 오염수·수산물 검사 자료 공개 요구해야”
  • 서창완 기자
  • 승인 2019.08.30 1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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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마쓰야마대 경제학부 교수
“도쿄올림픽 보이콧 등 주장은 오히려 반감”
“공동 조사·방사능 수치 자료 요구 등 전략은 일본 내에서도 호응할 것”
장정욱 마쓰야마대 경제학부 교수가 29일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서창완 기자]
장정욱 마쓰야마대 경제학부 교수가 29일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서창완 기자]

내년 7월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일본 정부의 무리한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을 선수단 음식으로 제공하겠다는 등 이해하기 힘든 결정이 나오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적 비판에 직면했다. 도쿄올림픽을 보이콧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일본에서 재직 중인 장정욱 마쓰야마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이 후쿠시마 농·수산물 섭취 검사 문제 등 일본 시민들도 호응해 주는 방향으로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 시민사회에서도 수긍하거나 오히려 호응해 줄 방법들도 충분히 많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책 출간을 논의하러 잠시 한국에 온 장 교수를 지난 29일 서울 교대역 근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한·일 수출 규제 등 민감한 문제와 관련해서 말을 아낀 그는 한국이 일본에 농수산물 검사의 명확한 자료 공개, 후쿠시마 지역 내 강의 방사능 농도치 공개, 오염수 검사의 투명성 요구 등 실질적 타격이 될 수 있는 요구를 말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장 교수는 최근 일본이 115만톤 가까이 되는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검토하고 있다는 그린피스 보고서 내용을 감수한 인물이다. 경제학 전공인 그의 연구 주제는 ‘원자력 손해 배상제도의 경제적 분석’이다. 연구 주제로 시작했다가 재처리 문제 등 원자력 관련 전반적 지식을 30년 가까이 공부했다. 2016년에는 재처리와 관련한 책도 발간했을 만큼 원자력 분야 전문가로 손꼽힌다.

◆다음은 장정욱 교수와 일문일답

-일본에서는 제염 작업 등을 해서 후쿠시마가 안전해졌다고 한다. 후쿠시마 원전과 90㎞ 떨어진 아즈마 구장에서 야구 개막전도 계획하고 있다. 이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가 한국 내에서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일본은 70% 가까이 되는 지역이 산림이다. 산에 있는 캠핑 장소라든지, 버섯을 키우는 곳이라든지 자주 가는 장소만 제염했을 뿐 나머지는 손도 못 댔다. 부분적으로 캠핑 장소나 버섯 키우는 장소를 제염하겠다는 식으로 예산을 확보하고 있다.

주택가의 제염을 보면 공간선량분포를 따졌을 때 후쿠시마 시내 야구장 근처에 바람이 안 불 때는 1~2밀리시버트(mSv) 이하다. 바람이 불게 되면 올라가는 데 2mSv 이하로 아주 미묘한 수치라고 볼 수 있다.

해당되는 야구장에서는 개막식을 비롯해 개막날 예선 등 하루만 야구 경기를 하게 된다. 나머지 경기는 요코하마 경기장에서 한다. 구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방사선량은 바람이 아예 안 불었을 때를 따졌을 때 한국도 높은 곳이 있다. 굳이 한국에서 시비를 걸기 어렵다는 말이다. 해당 지역 주변에서 살고 있는 20만 명 가까운 주민들은 이런 얘기를 들으면 기분이 나쁠 수도 있다.”

-도쿄올림픽 보이콧 등 한국 내 일부 주장이 잘못됐다는 것인가.

“일본 시민들도 호응하고 인정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후쿠시마산 수산물 방사능 검사 문제를 직접적으로 공격할 수 있다. 보이콧을 하자는 방식으로는 일본인들의 감정을 나쁘게 해 오히려 반발을 살 수 있다. 가뜩이나 한·일 관계가 안 좋은 상황에서 일본 시민들도 호응할 수 있는 쪽으로 전략을 세우는 게 좋다.

내부 피폭은 단 1mSv라도 몸에 들어오면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기 때문에 일본 사람들도 관심을 가질 수 있다. 후쿠시마 원전 근처 반경 5㎞ 바닷가 등을 기준으로 잡아 여러 국가가 공동 조사선을 띄워 농도를 조사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방법도 있다.

이뿐 아니라 도쿄전력만 할 수 있는 부지 내 방사능 측정을 함께하자고 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걸 검사하자고 하면 누가 봐도 합리적 문제 제기가 된다. 도쿄전력이 방사능 검사를 독점하는 거나 다름없기 때문에 주민들도 반대하지 않는다.

도쿄 아래쪽에 도쿄만이라는 곳이 있다.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면 후쿠시마 지역에서 내려온다. 연결돼 있는데다 근처에 산도 오염돼 있어 그런 물이 방사능 수치가 높다. 이런 강물의 방사능 데이터 나온 걸 공개하라고 하는 방법도 있다. 이곳에서 생선도 많이 잡히니까 해당 수치 자료를 공개하라고 할 수 있다. 지역 주민들도 공개하라는 데 지지를 보낼 거다.

이뿐 아니다. 니가타에서 내려오는 강도 후쿠시마로부터 흘러온다. 사고났을 때 측정도 했다. 해당 측정 자료도 공개가 안 돼 있으면 내놓으라고 할 수도 있다. 일본 사람들도 관심을 가지고 호응해 줄 것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를 묻고 싶다. 동해까지 해류를 타고 올 것을 염려하는 지적이 얼마 전 숀 버니 그린피스 수석 원자력 전문가로부터 있었다.

후쿠시마 제1 원전 부지에 오염수를 담아둔 대형 물탱크가 늘어져 있다. 처분하지 못한 오염수가 급격히 늘며 현재 부지에는 오염수 100만 톤(t)이 물탱크에 담긴 채 보관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후쿠시마 제1 원전 부지에 오염수를 담아둔 대형 물탱크가 늘어져 있다. 처분하지 못한 오염수가 급격히 늘며 현재 부지에는 오염수 100만 톤(t)이 물탱크에 담긴 채 보관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일단 일본 내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문제를 지난해 8월부터 공청회를 하는 등 논의를 시작했다. 도쿄전력에도 압력을 넣고, 일본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도 방출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권고를 했다. 그런데 이 사이에 최종적으로 정화했다는 물 자체도 오염도가 높았다. 게다가 워낙 양이 많아 도쿄에서 있던 공청회에서도 다 반대를 했다. 그러다 보니 일본 정부도 공개적 논의까지는 못 했는데 숀 버니가 일단 해당 문제를 터뜨렸다.

동해까지 오염수가 영향을 미쳤다는 문제는 쉽게 검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해류를 돌아 오랫동안 시간이 흐른 뒤 오는 만큼 정확히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로부터 얼마만큼의 영향을 끼쳤는지 그 양은 아무도 측정할 수 없다. 바닷물 자체의 농도는 평균적인 것이고, 우선 정확한 인과관계를 증며하기 힘들다.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한다는 건 문제가 있는 일이지만, 동해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논거로 제시하기는 힘들다고 본다.”

-후쿠시마 오염수 어떻게 관리하는 것이 좋은지.

“지붕은 있지만 위쪽 공간에 틈이 살짝 있는 석유탱크 같은 지상 탱크를 만드는 데 3년, 누출 검사에 1년해서 4년 정도 걸린다. 개당 10만 킬로리터 정도 들어간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물이 쌓여 흘러 들어가면 방사능 오염수가 좀 더 늘어나게 된다. 지하에 탱크를 건설하려면 5년, 검사에 1년 걸린다. 빗물은 들어가지 않지만, 누출하게 되면 대량이 되고 지하라 검사도 안 된다.

바다 위에 탱크를 띄우는 방식은 수심이 27m정도 돼야 하는데 후쿠시마는 4~5m 정도다. 불가능하다.

후쿠시마가 땅이 없다고들 하지만 사실 사고가 안 났다면 후쿠시마 2원전에 7, 8호기를 지으려고 했던 땅이 있다. 이곳까지 파이프라인을 이용해 방사능 오염수를 보내는 방법이 있다. 이 땅이 아니라면 중간 저장시설이 있는데 그걸 사서 보관할 수 있다.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를 123년 보관해야 한다고 하는데 현재로서는 방법이 없다. 핵연료를 없애지 않는 한 어떻게 할 도리가 없는데, 핵연료가 어디 있는지도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다. 끝이 없는 일이다.”

-일본의 원전 정책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체르노빌이 아직도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으로 남아 있는데 후쿠시마 피해 규모는 훨씬 더 크다. 지금처럼 대처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후쿠시마 자체는 오염된 지역이다. 특히 원전이 있는 지역. 후쿠시마의 제 1원전의 1호기부터 6호기는 다 폐로가 확정 됐다. 11킬로미터 떨어진 제2원전 지역의 1~4호기도 폐로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이 지역을 신재생, 부품 소재를 키우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투자를 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부흥하겠다고 하는데, 젊은 사람들은 자꾸 빠져나가고 있다. 과연 지속가능성이 있을까 싶다. 폐로가 모두 끝나 그 작업을 하던 노동자도 줄어들었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죄송한 말이지만, 이 지역들은 소멸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후쿠시마는 2011년 3월 11일 내려진 긴급사태 명령이 아직도 해제되지 않은 땅이다. 이런 나라가 방사능 문제를 조절할 수 있다는 거짓말까지 하면서 올림픽하는 것 자체가 기본적으로 잘못된 일이다.”

서창완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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