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석탄재 처리국 '한국', 이번엔 오명 씻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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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석탄재 처리국 '한국', 이번엔 오명 씻을까
  • 서창완 기자
  • 승인 2019.08.16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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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폐기물 수입량 석탄재 127만톤으로 가장 많아
국내 석탄재 매립 비용 싸 발전사가 안 판다는 지적도
환경부 “활용 방안만 잘 찾는다면 국내 석탄재로 대체 가능”
환경운동가인 최병성 목사가 2008년 동해화력발전소에 쌓여 있는 석탄재를 촬영한 모습. [사진=최병성 목사]
환경운동가인 최병성 목사가 2008년 동해화력발전소에 쌓여 있는 석탄재를 촬영한 모습. [사진=최병성 목사]

정부가 일본에서 수입되는 석탄재에 이어 폐배터리, 폐타이어, 폐플라스틱에 대한 방사능·중금속 검사를 강화한다. 일본 경제 보복에 대한 대응으로 풀이되는 이번 조처의 핵심 품목은 석탄재다. 지난해 재활용 폐기물 수입량 254만톤 가운데 127만톤(50%)로 가장 많다. 일본의 아픈 측면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방사능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계기로 그동안 민간에서 제기돼 온 일본 방사능 폐기물 처리국이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환경부가 지난 8일 발표한 일본 석탄재 수입 환경안전 기준 강화 방안을 보면 1년 400건의 수입 석탄재 통관 절차를 앞으로 전수조사한다. 이전까지는 분기에 1번 검사하는 게 전부였다. 수입 폐기물의 방사능 등에 대한 국민 우려를 고려했다는 게 환경부의 공식 입장이다.

화력 발전을 하고 남는 폐기물인 석탄재는 시멘트 업계에는 제품을 만드는 원료다. 이전에는 점토재를 이용해 시멘트를 만들었는데, 1톤당 1만 원 정도로 석탄재를 이용하는 것보다 더 비싸다. 현재 일본은 석탄재를 우리나라에 보내면서 1톤당 5만 원을 한국 시멘트 업계에 지불하고 있다. 일본 내에서 석탄재를 매립하려면 1톤당 20만 원이 들기 때문에 우리나라로 보내는 게 더 이득인 셈이다. 

국내 석탄재와 수입 석탄재 사용량. [자료=한국시멘트협회]
국내 석탄재와 수입 석탄재 사용량. [자료=한국시멘트협회]

한국시멘트협회 자료를 보면 지난해 일본 석탄재는 127만톤, 국내 석탄재는 186만톤 가량이 시멘트를 만드는 데 사용됐다. 이런 이유로 시멘트 업계에서는 당장 석탄재 수급 부족을 우려하고 있다.

시멘트협회 관계자는 “환경부가 수입 통관 기준을 강화해 일본 석탄재를 검사하는 기간이 길어지면 생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150만톤 가량의 국내 석탄재는 매립하는 상황에서 일본 석탄재를 수입해 쓰고 있다고 비판한다. 실제 지난해 기준 국내 5대 화력발전소에서 나온 석탄재 940만 가운데 160만톤 정도가 성토재와 매립 용도로 쓰였다. 반면 시멘트 업계가 국내 석탄재를 마음껏 쓸 수 없는 환경이라는 지적도 있다. 국내 시멘트 업계는 지난해 5대 발전소에서 94만톤의 석탄재밖에 얻지 못했다. 나머지 93만톤은 민자 화력발전소에서 나왔다. 

이는 국내 발전사가 차라리 매립을 택해서다. 이유는 비용에 있다. 발전사가 석탄재를 시멘트 업계에 넘기려면 1톤당 3만원을 줘야 하는데, 자가 매립지에 매립하려면 환경 부담금 1만원만 지불하면 된다. 매립 비용이 20만 원이나 들어 5만원을 주고 한국에 석탄재를 보내는 일본과 정반대 상황인 셈이다. 매립지가 없거나 부족한 민자 화력발전소 등이 10만원에 달하는 타 매립지 비용이 무서워 석탄재를 넘겼다는 게 시멘트협회 측 설명이다.

시멘트협회 관계자는 “우리 입장에서는 운송비만 청구하는 거라서 얼마의 돈을 받든 시멘트 공장에 도착하는 기준에서 보면 일본산이든 국내산이든 무상이다. 일본에서 오는 건 하역 비용 등이 추가돼 액수가 더 큰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발전사들이 석탄재를 자체 매립하면 비용이 1만 원밖에 되지 않아 시멘트 회사에 주기보다는 매립을 택하기 때문에 일본에서 석탄재를 들여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멘트 업계 불만에 대해 환경부는 이번 조치가 일본 석탄재 수입 ‘금지’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한 검사 조치를 강화한 것일 뿐 이로 인해 시멘트 업계가 보는 피해는 크지 않을 거라는 설명이다. 국내 석탄재로 일본 석탄재를 대체할 수 있다는 계산도 하고 있다. 

이채은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장은 “현재 석탄 비산재 상당량이 발생 시기와 시멘트 사용 시기가 달라 매립되고 있는데, 이런 면에서 활용 방안을 찾는다면 물량 자체로는 일본 수입 석탄재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애초에 일본 석탄재가 없더라도 시멘트 업계가 입을 타격이 크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석탄재 수입 문제를 연구해 온 환경운동가 최병성 목사는 “32평 아파트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시멘트 값을 계산해 본 결과 150만원에 불과했다. 과거 시멘트 업계에서 인정한 내용”이라며 “이 가운데 일본 석탄재를 뺀다고 해서 얼마나 차이가 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실제 일본 석탄재를 사용하고 있는 주요 시멘트 업계는 쌍용양회공업, 삼표시멘트, 한라시멘트, 한일시멘트 정도다. 성신양회나 아세아시멘트 등에서는 일본 석탄재를 아예 사용하지 않는다.

서창완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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