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과된 '택시발전법'이 '무용지물'인 이유..."구체적 플랜 부재"
상태바
통과된 '택시발전법'이 '무용지물'인 이유..."구체적 플랜 부재"
  • 이효정 기자
  • 승인 2019.08.06 20: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일 적으면 13만원, 많으면 17만원까지 납부...'사납금 폐지' 가능성 있나
법인택시기사, 하루12시간씩 월당 26일 근무..."택시기사에 워라밸은 없다"
택시들이 줄지어 서있다. [사진=연합뉴스캡처]
택시들이 줄지어 서있다. [사진=연합뉴스캡처]

 

지난 2일 국회에서 '택시발전법'이 통과되면서 택시기사의 근로여건을 개선시킬 수 있을 것이러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정작 현장에서는 '회의감'을 내비치는 분위기가 포착돼 주목된다. 

택시기사의 현재 근로 여건이 열악하지만 이를 구조적으로 개선하기는 사실상 어렵고 법인택시의 경우 회사에 매일 납부하는 '사납금' 폐지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택시발전법을 통해 이 부분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지만 현직 택시기사들의 반응은 차갑다. 당장 1년 반이 지난 후 시행돼야함에도 현재 '마스터플랜'이 부재하다는 것이 이들의 논지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 택시발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법안 통과로 ▲주 40시간 이상의 근로시간 보장 ▲사납금폐지 ▲완전월급제로 전환가능한 법적 토대가 마련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택시기사의 근로여건 개선으로 승차거부가 줄어들고 서비스 품질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의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지역 택시는 법인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오는 2021년부터 시행되고, 나머지 지역은 5년 이내에 시행된다.

그러나 택시발전법의 통과를 바라보는 현장의 시선은 곱지 않다. 택시발전법에 대한 논의가 몇년 전부터 나오고 있었고, 사납금을 폐지하고 완전월급제로 바꾸게 될 경우 회사는 기존 수익을 줄이지 않기 위해 다른 방법을 고심해 낼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택시기사들의 노동시간이 현재 주당 40시간을 크게 웃도는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줄이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사납금폐지'가 가지는 의미..."기사 여건 개선 선행돼야"

택시를 운행하고 있는 기사 A씨는 "제도가 바뀌면 돈이 안되는데, 이대로는 불가능하다"라고 단언했다.

이어 "법안이 새로생겼다고 해서 기사들의 급여 및 근로 여건이 확 바뀔거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나온 계획안 조차 없다. 차차 시간을 들여 이렇게 진행하겠다는 '마스터플랜'이 없다는 뜻이다"며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회사 입장에서 들어오던 수입보다 적어진다면 다른 방법을 고안하지 않겠나. 사납금이 폐지된다면 그에 상응하는 다른 제도가 생겨 기사들의 여건은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 A씨에 따르면 법인택시가 하루(12시간) 근무 후 회사에 납부하는 사납금은 평균 13만원(주간기준)에서 17만5000원(혼자 택시 1대를 운영할 경우)선이다. 야간 12시간을 근무하는 경우 통상 15만원 정도를 사납금으로 낸다.

계약조건상 하루 12시간씩 한달에 총 26일을 근무해야 만근으로 인정된다. 한달동안 한 택시기사가 회사측에 내야하는 사납금 총액은 338만원에서 450만원 정도 된다. 만근하는 경우 받게되는 기본금 약 120만원을 제하더라도 한달에 200만원~330만원 정도를 회사에 내게 되는 셈이다.

A씨는 "사납금을 제하고 나면 한달 평균 217만원정도가 택시기사의 수입이 된다(택시비용 오르기 전 기준). 이것을 폐지하고 완전월급제로 바꾼다 하기 전에 기사 여건 개선이 선행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돈받는 방식이 바뀔 뿐 액수도, 여건도 그대로라면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고 말했다.

 

日12시간씩 月 26일 근무해야 '만근'..."편의점 알바보다 열악한 여건"

한편 택시기사의 근무노동강도가 높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최근 워라밸풍조가 이어지면서 '주 40시간', '주 52시간' 등의 얘기가 나오지만 택시기사에겐 해당되지 않는다고 했다.

A씨는 "한달 만근을 해야 기본급(약 120만원)을 온전히 받을 수 있다. 주간/야간 중 택1해 하루 12시간씩 택시를 탄다. 여기에 주 6일 근무, 즉 한달 26일을 뛰어야 만근으로 인정이 된다"면서 "단순계산으로 주당 근무시간이 약 72시간인데, 이것을 별다른 추가책없이 주 40시간으로 보장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변화된 것을 추구한다면 사전에 정밀한 계획이 필요함에도 현재 그런것이 부재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A씨는 "사납금 폐지며 주40시간 보장이며 완전월급제며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닌데, 시행기간이 얼마 남지 않는 현재시점에서 이렇다할 계획을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택시기사의 급여와 근무환경은 편의점 알바보다도 못한 것 같다"면서 "택시기사의 근무여건 개선을 위해 관심이 환기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효정 기자  market@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