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경제전쟁] '금융보복' 우려 총수들 일본행 ...금융당국 "문제 없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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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경제전쟁] '금융보복' 우려 총수들 일본행 ...금융당국 "문제 없을 것"
  • 황동현 기자
  • 승인 2019.07.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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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보복 우려 대기업 총수들 일본행 대형은행들 방문
- 일본계 저금리 자금이탈시 금융비용 급등 비상

아베 정권의 경제 보복이 향후 금융산업으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일각에서는 일본발 금융위기 우려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당장 일본이 한국에 대해 금융 부문에서 보복 조치에 나선 것은 아니나 일본계 자금의 규모가 만만치 않은 만큼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실질적 영향이 제한적이라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오히려 최근 두 달 새 국내에 진출한 일본계 은행의 대출 규모가 증가했다며 서둘러 금융위기론 확산을 진정시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1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일본계 은행 국내지점의 총여신 규모는 5월 말 기준으로 24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3월 말(21조9000억원)보다 2조8000억원 늘었다.  

일본계 은행 여신 규모는 지난해 초부터 올 3월까지 줄어들다가 이후 증가세로 돌아서 예년 수준을 회복했다. 과거 일본계 은행의 국내 여신 규모는 2017년 말 24조5000억원, 2017년 말 26조원이었다. 

김정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금융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영업 중인 일본계 은행 4곳 중 3곳이 최근 두 달 동안 여신규모를 확대했다. 이중 미즈호 은행은 5월 말 기준 여신 규모가 11조7000억원으로 전체 16개국 38개 외국계 은행 중 가장 많았다.  

국가별로 보면 일본계 은행은 중국(33.6%·32조9000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국내 여신규모가 크다. 

또, 6월말 기준 일본 투자자들이 보유 중인 국내 상장증권은 2억9600만주로 금액으로 따지면 13조원에 달한다.

김의원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일본의 단기대출 만기 연장 거부로 위기가 악화된 경험을 고려할 때 금융 보복 가능성은 열려 있다"면서 "금융위가 이에 대비한 가상 시나리오를 설정한 대응 메뉴얼을 준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에 대해 금융 부분에서 일본의 보복 조치 가능성과 그 영향은 현재로서는 예단하기 어려우나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금융서비스의 경우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크지 않고 쉽게 대체 가능한 서비스 특성을 감안할 때 일본이 보복해도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발표한 자료에서도 그 근거로 국내은행의 외화유동성 지표와 외환보유액 현황을 제시했다.

국내은행의 외화유동성비율(LCR)이 5월 기준으로 일반은행은 110.7%, 특수은행은 97.7%로 규제비율(80%)을 웃돈다는 설명이다. 외화LCR(Liquidity Coverage Ratio)는 향후 30일간 순외화유출 대비 고유동성 외화자산의 비율로 금융회사의 외환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다.

또,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5월 기준 4020억 달러로 2008년 9월 금융위기 당시 2397억 달러보다 1623억 달러 많다는 통계도 인용했다. 

지난 5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2008년(금융위기) 상황과 비교해보면 그때 우리 금융기관이 어디에서도 돈을 빌리기 어려웠는데 지금은 거시경제가 안정돼있고 금융기관 신인도도 높아져서 일본이 돈을 안 빌려준다 해도 얼마든지 다른 데서 빌릴 수 있다”며 일본의 경제보복이 금융위기로 번질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위원장의 논리는 국가적인 위기관리의 관점이고 개별기업과 산업의 입장에선 일본계 은행의 막강한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 규제에 따라 국내 기업들이 경영 위기를 겪을 수 있고, 이 경우 대출을 해준 은행들을 중심으로 부실 채권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또, 지난 15일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일본으로부터 국내 은행과 기업, 한국에 진출한 일본계 기업들이 차입한 부채(대외금융부채)는 2018년 말 기준 832억9990만달러(약 98조3022억원)에 이른다.

직접투자가 495억6540만달러로 가장 많고 증권투자 205억7690만달러, 파생금융상품 13억8170만달러 순이었다. 기타투자도 117조7590만달러다.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에 대한 압박카드로 금융을 활용할 경우 그 충격이 상당할 것이란 관측이다. 일본계 자금은 국내에 약 100조 원이 들어와 있어 일본이 자금 회수에 들어갈 경우 금융시장 혼란은 물론 기업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즉각적인 회수에 들어가기는 어렵지만 당장 일본은행들이 국내외 한국계기업에 대한 대출심사를 더욱 까다롭게 한다면 기업체에 부담은 즉각적으로 파급된다. 

한도가 줄거나 연장이 거절되면 이른바 흑자도산도 가능한 상황에 놓이게 되고 금융비용은 수직상승하게 된다. 또 해외 프로젝트 수주에 대한 일본 금융기관의 지급보증 거부, 일본 기업과의 컨소시엄 제한 등도 가능하다.  

특히, 저금리의 일본자금을 유치하지 못할 경우 기업은 곧바로 금융비용 상승으로 직결된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긴급히 일본을 찾아 금융계 인사들과 만난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일본의 금융보복 우려에 대기업 총수가 선제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2일까지 일본에 머물면서 일본 3대은행 관계자들을 차례로 만난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지난 5일 일본으로 출국해 열흘이 넘는 일본 출장 기간 노무라증권과 미즈호은행, 스미토모은행 등 롯데와 거래하는 현지 금융권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 현지 기류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금융보복카드는 쉽게 쓸 수 있는 방안은 아니지만, 혹시 모를 리스크를 사전차단하기 위해 그룹 총수들이 선제적으로 일본 금융기관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며, "롯데는 한국보다 금리가 낮은 일본 금융권을 통해 상당한 규모의 차입금과 투자를 유치하고 있어 만약 일본 정부가 한국 금융규제에 나설 경우 타격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우리 금융당국은 일본 금융보복에 대한 영향을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학계에서도 금융보복에 대한 위험성을 조심스럽게 지적하고 나섰다.

지난 10 일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국가미래연구원에 ‘도쿄발 금융 쓰나미 가능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그는 기고문에서 외자 이탈에 따른 환율 우려을 지적했다.

그는 “지난 5월 한 달 동안 원화 환율이 5%나 급등하면서 외국인 국내 주식투자에서는 23억 달러가 빠져나갔다”며 “이런 위태한 상황에서 일본계 자금의 유출은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올 수가 있다”고 지적했다.

 

 

황동현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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