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비자도 시민이다...."타다 논란 핵심은 택시 서비스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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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소비자도 시민이다...."타다 논란 핵심은 택시 서비스 문제"
  • 양도웅 기자
  • 승인 2019.06.19 0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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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와 정부는 시민들이 불편한 택시 서비스 계속 받길 바라나
타다처럼 개선된 운송 서비스의 확대 없으면, 불편한 서비스 감내하는 건 시민=소비자의 몫
타다 출시 6개월 만에 회원은 50만명을 넘어섰고 운행차량도 1000대를 넘어섰다. 그만큼 시민=소비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택시업계는 '불법이다, 퇴출하라'고 요구하고 있고 서울시와 정부도 공공연히 지지하는 모양새다.

지난 6월 초 1박2일간 강릉 여행을 다녀왔다. 차를 따로 렌트하지 않고, 강릉 시내를 택시로 돌아다녔다.

이틀간 총 10번 택시를 탔다. 단 한 번도 불쾌하지 않았다. 차는 깨끗했고, 그 흔한 담배 냄새도 없었다. 기사님은 "어서오세요" 외에 불필요한 말을 건네지 않았다.

서울에선 받아본 적 없는 택시 서비스에 함께 여행온 친구와 고개를 갸웃거리기 일쑤였다. '관광지라서 그런가'라는 의문도 들었다. 

하지만 서울도 만만치 않은 관광도시다. 택시를 이용하는 사람도, 돌아다니는 택시 수도 압도적으로 강릉보다 많다. 이유가 되지 못한다.

물론, 강릉에서 운이 좋게(?) 10번 모두 '나이쓰'한 택시를 잡아탄 것일 수 있다. 그러나 타다 같은 차량공유·호출서비스와 경쟁을 벌여야 할 (서울)택시가 나아가야 할 길을 강릉서 경험한 택시들이 보여준 것인지 모른다. 

◆ 타다엔 면박 주면서, 불편한 서비스 일삼는 택시업계엔 아무 말 못해... 서울시와 정부는 시민들이 불편한 서비스 계속 받길 바라나

강릉 택시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서울에선 타다가 제공한다. 탑승하기까지 택시보다 시간이 좀 걸리지만, 모든 면에서 택시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압도한다.

문은 자동으로 열리고, 기사님은 "안전벨트 착용해주세요" 외에 불필요한 말을 하지 않는다. 시끄러운 라디오 소리나 네비게이션 소리가 아닌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목적지까지 가는 데 옆사람과 편안히 대화할 수 있다. 가격도 택시보다 크게 비싸지 않다.

타다가 서비스 시작 6개월 만에 50만명 넘는 회원을 모집하고 1000대 넘는 차량을 운행하게 된 건, 이처럼 질 높은 서비스를 바란 소비자들의 니즈를 정확히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별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다.

어떤 이는 타다를 타면서 자신이 더 나은 택시 서비스를 요구할 수 있는 '소비자(고객)'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고 말한다. 그만큼 기존 택시 서비스가 공급자 중심의 '일방적 서비스'였다는 말이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 서울시와 정부는 타다가 몰고온 새로운 운송 서비스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는 곧 새로운 운송 서비스를 지지하는 소비자=시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걸 방증한다. 늘 시민(국민)의 마음을 헤아리겠다고 밝히는 이들의 아이러니한 모습이다.

그러나 서울시와 정부는 사람들이 '왜' 타다에 열광하는지 관심이 없다. 사람들이 심각하게 느끼는 기존 택시 서비스에 대한 개선 요구나 계획도 밝힌 바 없다. 

최근 서울시는 3개월 넘게 타다와 새로운 서비스(타다 프리미엄) 출시에 대해 협의해왔으면서, 타다가 이와 관련한 보도자료를 내며 다소 오류가 담긴 내용을 싣자, 일일이 반박하는 해명자료를 내며 "언론플레이한다"고 면박을 줬다. 

또, 타다 사업모델에 대한 법률자문을 외부 법무법인에 의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6개월 넘게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는 서비스에 대해 불법 여부를 판단해 제재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5월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타다를 향해 "무례하고 이기적"이라고 쏘아붙였다. "혁신사업으로 피해를 보는 분들에게 최소한의 존중과 예의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도 말했다. 

만일, 2007년 아이폰이 나왔을 때, 미국 금융기관장이 스티브 잡스를 향해 "피해를 보는 기존 피처폰 업체들에게 최소한의 존중과 예의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면 과연 어떤 반응이 일었겠는가. 

◆ 서울시와 정부는 '시민=소비자'라는 걸 모르나

시민(국민)이 자신의 세금을 가져가는 시와 정부에 매번 더 나은 행정 서비스를 요구하는 것과 소비자들이 돈을 지불하며 기업에 항상 더 나은 서비스를 요구하는 건 지극히 합리적이고 정상적인 주문이다. 

그리고 소비자와 시민은 개념적으론 구분할 수 있을지 몰라도 실상 구별하기란 불가능하다. 더 나은 행정 서비스를 요구하는 이가 더 나은 기업 서비스를 요구하는 이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서울시와 정부는 더 나은 서비스를 바라는 소비자의 요구에 귀를 닫고 있다. 이는 곧 시민의 요구에 귀를 닫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누구보다 시민과 소통한다는 이들이 '소비자=시민'의 요구에 관심이 없는 셈이다.

약속시간에 늦을까 택시를 잡는 사람도, 좀 더 돈을 내더라도 목적지까지 편하게 가고 싶은 사람도 서울시와 정부가 그리도 겁낸다는 '표를 가진 시민'이다. 

타다처럼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더 확장하지 못한다면, 적지 않은 돈을 내면서 불편한 서비스를 계속 감내해야 하는 건, 바로 시민이다. 

양도웅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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