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신임 여신금융협회장의 숙제...당국과 협상력 보여 '낙하산 논란' 스스로 지워야
상태바
김주현 신임 여신금융협회장의 숙제...당국과 협상력 보여 '낙하산 논란' 스스로 지워야
  • 이석호 기자
  • 승인 2019.06.18 05: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간 출신 전임 협회장...이번 업계의 선택은 '힘 있는 관 출신'
더 미룰 수 없는 업계 현안 산적...당국과 협상력 없으면 출신 의미 없어
김주현 신임 여신금융협회장

신임 여신금융협회장에 김주현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18일 공식 선임된다.

이번 신임 회장 선출 과정은 정치적 입김이 약할 것이란 예상하에 여신업계 곳곳에서 다수의 민·관 출신 출마 후보들이 하마평에 올라 시작부터 물밑 경쟁 열기가 뜨거웠다. 지난달 30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위원장 원기찬, 이하 회추위)에서는 김주현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 임유 전 여신금융협회 상무, 정수진 전 하나카드 사장 등 3인이 최종 면접후보자로 선정됐다.

지난 7일 회추위는 제 12대 여신금융협회장에 김주현 전 예보 사장을 최종 후보자로 총회에 단독 추천했다. 김 후보자는 18일 열릴 임시총회 의결을 거쳐 여신금융협회 상근회장에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지난 15일 임기를 마친 김덕수 전 회장은 KB국민카드 사장을 역임했던 역대 첫 민간 출신이다. 3년 만에 관 출신 인사가 협회장에 취임했다.

▲민간 출신 전임 협회장...이번 업계의 선택은 '힘 있는 관 출신'

최악의 업황에서 산적한 업계 현안을 풀어내야 할 '관 출신' 수장으로서 김주현 신임 회장의 행보에 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이 첫 민간 출신 협회 수장으로서 금융당국과 이해관계 조율을 못해 역량에 한계를 드러냈다는 아쉬운 평가를 받고 있기에 더욱 이목이 쏠린다.

김 신임 회장이 단독 후보자로 선출되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역대 가장 많은 후보자가 난립하면서 혼탁한 양상도 보였다. 노조에서는 업계를 대변하지 못하고, 협회를 금융당국의 통제수단으로 만들 위험이 있는 무조건식 낙하산 인사에 반대한다는 공식 의견까지 냈다. 

하지만 업계 수장들은 힘 있는 관 출신을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어느 때보다도 업계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강력한 드라이브에 능수능란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기력한 민간 출신 인사보다 안간힘이라도 써볼 수 있는 관료 출신이 낫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김 신임 회장은 전형적인 관료 출신 인사다. 1958년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워싱턴대에서 MBA 학위를 받았다. 행시 25회 출신으로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동기다. 금융위원회 증선위 상임위원, 금융위 사무처장, 예금보험공사 사장을 지냈고, 최근에는 우리금융그룹 산하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더 미룰 수 없는 업계 현안 산적...당국과 협상력 없으면 출신 의미 없어

당장 직면한 문제들이 산적한 현실에서 금융당국과 협상이 필요한 현안에 더 이상 시기를 늦출 수 없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정책, 가계대출총량규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도입 등 금융당국의 규제에 업계에서 볼멘소리가 나온지 오래다. 경기 침체로 성장이 둔화되는 가운데 한정된 국내 시장을 두고 업체간 제살깎기 경쟁도 더욱 치열해졌다.

특히, 금융당국이 지난 4월 발표한 '카드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 및 고비용 영업구조 개선 방안'에는 업계가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던 핵심 요구사항이 사실상 제대로 관철된 게 없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금융 소비자 보호'라는 금융당국의 명분이 지속적이고 강력한 규제로 이어지면서 산업 자체를 급속하게 위축시키고 있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터져나온다. 

이미 카드업계는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직격탄을 맞아 올해 수수료수익이 8천억 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카드사의 과도한 경쟁을 막는다는 이유로 2012년부터 레버리지비율을 6배로 묶어놓고 있어 타 금융업종과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업계 목소리도 꾸준히 나왔지만 당국은 묵묵부답이다. 부가서비스 의무유지 기간 단축 요구도 외면 받고 있다.

금융당국의 입장은 변함 없다. 방향은 틀림이 없다는 것. 카드업계의 고비용 마케팅 구조는 바로잡아야 할 '적폐'라는 취지다. 지난해 카드사 마케팅비용만 6조 7천억 원에 달한다. 2015년부터 매년 10% 이상 증가해 왔고, 2017년과 지난해에는 카드수수료 수익의 절반 이상이 부가서비스, 무이자할부 같은 마케팅비용으로 지출됐다는 분석도 금융당국의 행보에 힘을 실어준다.

금융당국은 카드사 체질 개선을 위한 당근도 충분히 주고 있다는 입장이다. 카드사 레버리지 산정 시 총자산에서 빅데이터 자산과 중금리 대출을 제외시켜 신사업 진출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했고, 카드사 수익구조 다변화를 위해 본인신용정보관리업과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업을 겸영할 수 있게 했다. 또 렌탈업무 취급기준을 합리화하고, 휴면카드 자동해지 제도를 개선했다.

여신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카드사의 고비용 영업구조 개선에 대한 방향과 취지에는 다들 공감하는 분위기"라면서도 "방향도 맞고 취지도 중요하지만 결국 문제는 속도다. 김 신임 회장이 업계의 입장을 충분히 대변하지 못하고, 당국과 속도 조절에 실패한다면 업계가 기대한 관 출신으로서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신임 회장이 과연 취임과 동시에 당면 현안뿐만 아니라 업계와 금융당국의 해묵은 갈등을 슬기롭게 풀어낼 수 있을지 어려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이석호 기자  financial@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