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서 빛나는 '토요타'의 경이로운 '밀당 능력'... "절대로 적을 만들어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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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서 빛나는 '토요타'의 경이로운 '밀당 능력'... "절대로 적을 만들어선 안돼!"
  • 양도웅 기자
  • 승인 2019.05.26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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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분노 사지 않기 위해 미국 투자 계획 먼저 밝혀... 그러면서도 중국에 투자
미국의 심기 건드리지 않기 위해 '상하이 모터쇼' 기자회견 취소도

미·중 무역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일본 완성차 1위 업체인 토요타의 '밀당 능력'이 흥미롭다.

최근 로이터통신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토요타가 중국 투자 계획보다 미국 투자 계획을 먼저 밝힌 이유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분노(wrath)를 사지 않기 위해서'였다. 

로이터통신이 확보한 토요타 내부 회의록에는 토요타가 미국과 중국이 '으르렁'대는 상황에서 양쪽에 조심스런 대응을 하기 위해 얼마나 애쓰는지가 잘 드러나 있다.

토요다(Toyoda) 아키오 토요타(Toyota) CEO는 3월19일자 회의에서 "토요타가 전 세계에서 활약하려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섬세한 균형(a fine balance)'을 잘 잡아야 한다"면서 "절대로 적을 만들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또, 4월19일자 회의에선 익명의 고위급 임원이 "(토요타가) 중국 시장에 집중하기 위한 중요한 움직임(을 가져 가야 한다)"고 밝혔다.

토요다 아키오 토요타 CEO. 미·중 무역전쟁서 토요다 CEO과 토요타의 '밀당 능력'이 흥미롭다.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사지 않기 위해, 중국 시장 확대 전략을 본격 펼치기 전 미국에 대한 신규 투자 계획을 '필수적으로' 발표해야 한다고 밀어붙이는가 하면, 중국 관료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중국 대학과 스타트업에 기술 공유를 하는 데도 거리낌 없다. 이같은 행동의 제1목적은 '기업의 생존과 성장'이지 않을까.

토요타는 현재 중국 시장서 폴크스바겐과 GM에 크게 뒤쳐져 있다. 이에 중국 시장에 대한 획기적인 전략이 필요한 상황. 작년 시장점유율도 5.3%에 불과했고, 폴크스바겐과 GM 판매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반면, 미국 시장점유율은 14%에 이른다.

시장점유율만 놓고 보면, 토요타는 상대적으로 미국보다 중국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 카드'를 꺼내들고, 중국에 대한 압박을 동맹국들에게 요구하면서 토요타는 공개적으로 중국 시장 확대 전략을 말하기가 난감해졌다.

여기서, 토요타는 어떻게 했을까?

◆ 토요타의 미국 구애 전략: "중국 시장 확대 전략 세우려면, 미국 투자 계획 '먼저' 밝혀야 해!" "미국 사랑한다"

이 과정서 토요타는 대미 투자 계획을 먼저 발표해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누그러뜨리기로 결정했다.  

3월19일자 회의록을 보면, 토요다 CEO는 7억4900만 달러(약 8898억원) 규모의 새로운 대미 투자 계획을 밝히는 게 중국 시장 확대 노력을 하기 전 '필수 단계'였다고 설명한다. 

토요타는 3월14일 4900만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밝히며, 이번 신규 투자 계획으로 2017년부터 토요타는 미국에 총 130억 달러(약 15조4400억원) 규모의 투자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토요타의 이같은 투자액은 미국 투자를 밝힌 어떤 자동차업체보다 큰 규모. 

또, 토요다 CEO는 발표 다음 날, 워싱턴 경제클럽 앞에서 "미국을 사랑한다(I love Ameria)"며 '구애'까지 펼쳤다. 이게 다 중국 투자로 미국의 미움을 사, 미국이 일본차에 관세 25%를 부과할 것이 두려워서였다. 즉, 회사의 이익 때문이었다.

토요다 CEO는 이 자리서 "우리가 왜 안보 위협이라고 불리는지 이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아프다(it pains my heart)"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사지 않기 위한 행동도 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어떤 말로 상처받으면 '섭섭하다'는 뉘앙스의 발언도 토요타는 서슴지 않고 한다.

토요타의 '구애' 전략이 일정 정도 성공했는지, 1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 여부를 6개월 뒤에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과정서 "유럽·일본사 자동차가 미국 안보에 위협"이라는 코멘트도 잊지 않았다.

이 같은 결과에 토요타는 어떻게 반응했을까? 앞서 토요타가 미국을 바짝 끌어당겼다면, 이번엔 섭섭함을 토로하며 "우리의 투자는 환영받지 못했다"고 미국을 살짝 밀어냈다.

◆ 미국에 구애 펼치지만... 중국으로 중심축 '조용히' 옮겨

미국의 관세 부과를 피하기 위해 '신규 투자'와 '애교' 등을 동원하면서도, 토요타는 글로벌 전략의 중심축을 조용히 중국으로 옮겼다. 

그도 그럴 게, 미국 자동차 시장이 연간 1700만대 규모라면 중국 자동차 시장은 2800만대 규모이기 때문이다. 전기차 시장 규모도 중국이 압도적으로 1위다. 토요타는 중국에서 실적이 좋지 않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토요타 협력사의 한 관계자는 "토요타는 중국 시장서 향후 5-6년 동안 매년 10%씩 판매량을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토요타는 이미 중국 톈진공장과 광저우공장에 각각 연간 12만대를 추가 생산할 수 있도록 설비 증설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혀 왔다(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았다). 

토요타 관계자는 "중국 내 유통망을 확대하고 있으며, 중국 지도자들의 호의를 얻기 위해 기술 공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토요타는 중국 베이징자동차와 칭화대, 스타트업에 기술 공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토요타(오른쪽)가 지난 4월 칭화대와 수소차 및 전기차 개발을 위한 합동연구소를 설립하는 데 합의했다. 중국 정부가 바라는 행동을 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그러면서도 잘못된 발언으로 미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까 우려해, 세계 최대 모터쇼인 '상하이 모터쇼'에선 기자회견을 취소하기도 했다.

이같은 전략이 효과가 있었는지, 토요타의 투자 계획은 미국에서보다 중국에서 두 팔 벌려 환영받는 상황. 

하지만 중국의 '호의'에 토요타는 경거망동하지 않는다. 4월23일 회의록을 보면, 토요다 CEO는 "우리가 현재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지만, 이를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되며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중국의 기분에 맞춰주는 와중에도 미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기 위한 행동도 놓치지 않았다. 가령 지난 '2019 상하이 모터쇼'에서 기자회견을 취소한 게 그렇다. 

한 업계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기자회견 취소 이유로 "미국의 수입 쿼터 제한 문제나 관세 인상 등에 대해 언론과 말할 때 신중해야 한다는 토요다 CEO의 경고 때문"이라고 말했다. 

토요타의 미국과 중국, 글로벌 빅2의 마음을 얻기 위한 구애와 밀당이 우리의 기업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충분히 있지 않을까.  

양도웅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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