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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클라우드 시장에 IT강국 코리아는 없다...네이버의 ‘각’있는 반격이 반가운 이유다윗은 골리앗을 이길 수 있을까?

'데이터 주권'

한 달쯤 전이다. 저 단어가 머릿속에 들어와 떠나지 않는다. IT강국 코리아의 참패를 진단하던 시기였다. 클라우드란 거대한 흐름에 국내 굴지 ICT기업들은 철저하게 외면받는 참혹한 풍경을 봤다.

어디서든 데이터를 내려받는 기술. 고개만 들면 보이는 구름 빗댄 혁신. 데이터주권은 구름의 그것처럼 내게 항상 산재하는 걱정거리가 됐다.

233조8308억원.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가트너가 추산한 올해 세계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 규모다. 약 35%를 아마존의 계열사인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점유하고 있다. 2위는 마이크로소프트(15%)다. 구글과 IBM이 각각 7%로 뒤따른다.

한국기업은 없다.

국내 기업은 이제야 뒤처지면 안 된다는 위기감을 느낀 모양이다. 부랴부랴 속도 낸다. LG는 5년 내 IT시스템을 클라우드로 90% 이상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계열사 LG CNS에는 클라우드 전환과 운영 지원이라는 역할만 맡겼다. 서버는 아마존·구글·MS를 사용한다.

삼성 SDS, KT, LG유플러스, SK C&C 등 국내 대표적 ICT 기업도 해외 기업과 경쟁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협력을 강화하는 추세다.

200조 규모의 클라우드 시장에서 IT강국 코리아는 졌다. 그것도 철저하게. 객관적이고 정확한 성적표를 인지해야 한다.

대한민국 데이터주권은 어디로 갔을까. 그런데 “싸고, 빠른 서비스를 선택해 이용하는 게 뭣이 문제냐”고 지적하는 사람이 적잖다.

없다. 문제다. 

다만, 그 서비스의 출처는 세밀하게 톺아봐야 한다. 현재 국내 기업이 사용하는 클라우드의 70%는 외산기업 기반이라고 업계는 추정한다. 이마저도 “보수적인 수치”라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흐름에 따라 삼성ㆍLGㆍ현대ㆍ이통3사 등 대부분의 기업이 외산업체의 클라우드 서버에 데이터를 모두 옮겼다고 가정해보자. 실제로 높은 가능성이 있는 가까운 미래다. 거기엔 우리의 개인정보도 있을 터다. 기업의 기밀도 당연히 포함이다.

그런데 시장의 논리에 따라, 혹은 국제 정세에 따라 외산업체 모두 서버를 갑자기 철수하겠단다. 물론 가능성은 낮다. 그렇다고 위기감을 고취하기 위한 목적의 말은 아니다. 다만, 묻고 싶은 것은 그때도 “뭣이 문제냐”고 할 수 있겠는가. 

이쯤 되면 이런 시선이 되레 살천스럽기까지 하다. 말머리를 데이터주권이라고 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5G가 열린 이 시점에 데이터는 국가 경쟁력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강원도 춘천에 있는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모습. 네이버는 경기도 용인에 이보다 6배 큰 제2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네이버 제공>

네이버 “데이터주권 지키는 게 우리 사명”...늦은 반격이라도 좋다

2016년 AWS는 클라우드의 가장 핵심인 리전(복수의 데이터 센터)을 국내에 설치했다. IBM(2016년), 마이크로소프트(2017년), 오러클(올해 하반기 예정)도 ‘강자 없고, 성장가능성이 높은’ 국내에 들어왔다. 그렇게 국내 시장은 잠식되기 시작했다.

지난 11일엔 구글이 내년 초 서울에서 데이터센터 가동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한국은 IT에 기반을 둔 기업이 유독 많고, 클라우드 경쟁 기업이 없다. 그들에게 좋은 먹거리인 셈이다.

한국은 그렇게 외산업체의 클라우드 각축장이 되어가는 듯했다. 구글의 발표가 일주일이 지났을 무렵까지도 이런 분위기는 업계에 기정사실로 여겨졌다.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가 돌연 국내 클라우드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네이버의 클라우드 전문 자회사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의 박원기 대표는 춘천 데이터센터 '각(閣)'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울분을 토하듯 강한 말들을 쏟아낸 것.

“대한민국의 데이터 주권을 지키겠다.”

“글로벌 사업자들만의 각축장이 되도록 놔둘 수 없다.”

“클라우드 시장을 지키는 게 우리의 소명이다.”

“고객들과 365일 24시간 소통할 수 있는 토종 사업자라는 점을 앞세워 민감 정보를 다루는 공공·금융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부터 지키겠다.”

네이버의 클라우드 자회사인 네이버 비지니스 플랫폼의 박원기 대표가 지난 18일 강원도 춘천에 있는 데이터센터 ‘각’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공공·금융 클라우드 시장에서 글로벌 사업자들에 맞서 데이터 주권을 지키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네이버 제공>

네이버는 비장했다. 기자는 조금 거창하게 표현하자면, 다윗의 모습이 겹쳐 보이기도 했다. 다윗이 손에 단단한 돌멩이를 쥐었듯, 네이버는 친환경 데이터센터 ‘각’을 보유했다.

국내 기업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최근 모 대기업이 AWS 등 해외 클라우드를 전면 도입한 것에 대해 "자존심도 없나. 어쩌면 그럴 수 있나"라며 "국내 대기업이 '어떻게 하면 글로벌 업체의 플랫폼을 잘 쓸 수 있는가'에 먼저 손대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이런 말을 듣고 있자니 문득 클라우드 시장의 드라이브가 왜 이렇게 늦었나, 원망도 생겼다. 무주공산과 다름없는 국내 클라우드 시장의 수문장이 되어줄 순 없었을까.

‘각’ 데이터센터는 국내에 AWS가 첫 데이터센터를 설립한 시기보다 무려 3년이나 앞서 만들어졌기에 더욱 그랬다.

네이버 관계자는 “초창기 ‘각’은 클라우드를 염두하고 지어진 것이 아닌 다량의 데이터를 보관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것”이라며 “네이버가 클라우스 시장을 본격적으로 준비한 것은 3~4년 전부터다”고 설명했다.

정두용 기자.

늦었다. AWS는 2006년에 처음 상업용 클라우드를 선보였다. 그들이 제시한 개념은 13년이 지난 지금 ‘트랜드’가 됐고, 네이버는 안타깝게도 ‘페스트 팔로워’도 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의 반격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반길 일이다. 이제라도 경쟁력을 키운다면, 외산업체의 대안이 될 여지는 충분하다.

박 대표가 “함께 글로벌 기업에 맞서 싸웠으면 한다”는 목소리가 하릴없이 퍼지는 메아리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정두용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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