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기획] 밸런스 기획이란? "적절한 보상이 최고의 게임 밸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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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기획] 밸런스 기획이란? "적절한 보상이 최고의 게임 밸런스"
  • 이재덕 게임전문기자
  • 승인 2018.04.24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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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게임즈 게임 밸런싱 담당 김미림 연구원 주제 발표

게임을 만드는 것은 개발자지만 사용하는 것은 유저들이다. 유저들은 끊임없이 게임의 밸런스에 대해 예기한다. 밸런스가 맞지 않다면 유저들은 문제 제기를 하고 고쳐지지 않으면 떠나 버린다. 미련을 둘 이유가 없다. 그만큼 게임의 밸런스는 게임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적지만 비중이 큰 분야다.

그래서 밸런스 전문 기획자도 존재한다. 실제 게임 밸런스 전문 기획자는 게임 기획자 직군들 중 인원이 가장 적고, 많은 역량을 요구하기 때문에 힘든 직업으로 꼽힌다. 하지만 급여나 대우가 좋아 게임 밸런스 기획자를 희망하는 취업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24일 넥슨 NDC 1층 발표장에는 오버히트를 만든 게임사인 넷게임즈에서 게임의 밸런싱 업무를 맡고 있는 김미림 연구원이 '밸런스 기획'을 주제로 세션을 진행했다. 첫날 첫 발표인 만큼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참관객이 자리했다. 김미림 연구원은 2010년부터 KOG에서, 2015년부터 넷마블몬스터에서, 현재는 넷게임즈 신작 프로젝트에서 밸런스 업무를 맡고 있다.

 

◆ 좋은 밸런스란 어떤 좋은 기준을 세우는 것

밸런스는 수치 밸런스와 레벨 밸런스로 나뉜다. 이번 발표는 수치 밸런스에 초점이 맞춰졌다. 밸런스는 '균형'을 뜻하는 단어이고,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것을 말한다. 게임에는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한다. 던전 클리어 보상으로 어떤 아이템을 선택할 지, 연애시뮬레이션에서는 어떤 대답을 해야 할 지와 같은 다양한 선택지에 대한 균형을 맞추는 것이 김 연구원이 얘기하는 '밸런스'다.

 

김 연구원은 보상이 다른 두 개의 던전을 예로 들었다. A던전이 플레이시간 10분에 보상 30만 골드, B던전이 20분에 보상 3만 골드라면 유저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유저들은 B던전을 두고 '왜해?'라는 질문을 던진다. A던전보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보상이 적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B던전의 보상을 ‘랜덤 장비상자 2개’로 바꾼다면? 이것은 밸런스 구성에 있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김 연구원은 밸런스 기획의 과정을 밸런스 기준을 선정하고, 데이터를 입력하고, 결과를 확인하여 피드백을 반영하는 3가지 단계로 정의했다.

최종 장비를 얻는데 100일이 걸리고, 30일이 지나면 영웅등급 장비를 얻게 하는 등의 내용이 밸런스의 기준이다. 기준을 세웠다면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한 예로, 영웅등급 장비는 오랜 시간에 걸쳐 얻도록 하고, 그 동안 다른 콘텐츠를 즐기도록 했다는 것이 이유가 될 수 있다.

기준을 세우는 데는 효용도 중요하다. 그 중에는 보상을 겹치지 않게 하는 것도 있다. 앞서 B던전의 보상을 ‘랜덤 장비 상자 2개’로 바꾼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A던전은 하루에 한 번만 플레이할 수 있다면 유저들은 B던전을 플레이한다. 또 A던전은 플레이타임이 60분에 보상 50만 골드를 주고, B던전은 플레이타임 20분에 10만 골드를 준다면 유저들은 자신에게 맞는 던전을 플레이하게 된다. 이것이 효용성이 반영된 ‘기준’이다.

 

◆ 수치로, 그림으로, 플레이로 좋은 기획을 검증하라!

밸런스의 기준을 세웠다면 시뮬레이션 과정에 들어간다. 시뮬레이션을 위해서는 기준의 수치화가 필요하다. 만약 아이템의 강화 기획을 한다면 단계에 따른 성공 확률을 표로 만들어 정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물론, 그림으로 나타내면 이해가 더 빠르다. 또 모든 것을 수치화할 수는 없기 때문에 직접 게임을 해보는 것이 좋다.

좋은 기획에는 대안이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두세 달 만에 공략할 수 있는 보스를 만들었는데 유저들이 단 3일 만에 공략해 버린다면? 유저들의 불만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럴 때를 대비하여 드랍률을 조절하거나 몬스터를 너프시키는 등의 대안이 동시에 마련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 데이터 입력은 ‘자동’으로 편리하게

다음 과정은 데이터를 입력하는 것이다. 캐릭터 6종, 필드 10개, 장비개수 캐릭터당 10개, 몬스터는 필드당 8종이 존재한다면 4,800개의 드랍 데이터가 만들어진다. 다루어야 할 데이터가 많아지면서 나타나는 문제가 입력 실수다. 사소한 데이터가 큰 문제를 일으키는데 김 연구원은 1만 골드를 보상을 지급했는데, 1만 다이아를 지급하는 치명적인 운영자의 실수를 예로 들었다. 또 신규 던전의 클리어보상을 입력 중에 실수로 보상을 하나라도 빠트리면 점검을 해서 수정을 해야 한다.

 

이럴 때 필요한 효과적인 입력방법이 ‘자동’이다. 기준 값만 입력하면 나머지는 자동으로 입력되는 방식인데 엑셀 등의 자동화 프로그램을 통해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사진에서 어려움 모드에서 고급등급의 반지를 획득할 확률은 0.67%다. 그런데 유저들의 불만이 커져 조정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반지 드랍 확률을 조정하면 될까? 그럴 필요가 없다. 자동이기 때문에 반지 드랍 확률의 기준값만 바꾸면 드랍 확률이 자동으로 바뀐다. 물론, 기준 값을 조정한 후에는 의도한 값이 제대로 입력됐는지, 의심하고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 마지막은 결과와 피드백 반영

마지막은 결과확인 및 피드백 반영이다.  ‘3일이 지나면 희귀등급 장비를 받는다’는 기준을 두고 유저들이 ‘너무 늦게 주는 아니냐’는 불만이 높다면 2일로 줄이든가 밸런스 기준을 조절해야 한다. 또 로그데이터에서 확인을 해보니 3일이 아닌 5일째 희귀장비를 얻는다면, 밸런스의 기준과 실제 데이터가 왜 다른지를 파악해서 수정해야 한다.

정리하자면 효용적인 밸런스의 기준을 만들어야 하고, 유저가 겪을 상황을 시뮬레이션하여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또 밸런스 값을 데이터에 따라 자동으로 바뀔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든 다음, 적용하고 유저의 피드백에 따라 조절을 하는 것은 ‘좋은 밸런스 기획’이다.

좋은 기획이란 결국 유저와 개발자가 얼마나 원활한 소통을 하며, 기획자가 유저의 의견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반영하는가에 달렸다. 그리고 적절한 보상이 가장 좋은 밸런스를 만들게 된다.

이재덕 게임전문기자  gamey@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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