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도 반도체 '착시'..."뜯어보니 '四面楚歌' 위기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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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도 반도체 '착시'..."뜯어보니 '四面楚歌' 위기 상황"
  • 백성요 기자
  • 승인 2018.01.31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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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insight]이건회 회장·이재용 부회장 부재 속 반도체 제외한 성과 불투명, 재벌개혁 압박에도 결단 어려워

"어쩌면 1위를 달성한 지금이 위기의 시작점일지도 모른다"

권오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이 지난해 11월 1일 열린 창립 48주년 기념 행사에서 한 말이다. 3년째 와병중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구속 수감중인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 속에 권오현 당시 부회장은 삼성전자가 반도체 초호황에 힘입어 매 분기 최고 실적을 쓰고 있는 중에 이같이 말했다. 

반도체를 제외한 전자 부문 실적이 상승세라 보기 힘들고, 정부의 재벌개혁 압박이 강화되고 있는 시점에 총수 부재 상황은 그룹 차원의 큰 결단을 내리기도 어렵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31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지난해 실적은 매출 239조5800억원, 영업이익 53조6500억원으로 사상 최대다. 최초로 영업이익 50조원 시대를 열었다. 

그럼에도 권 회장의 경고처럼 삼성전자의 주요 경영진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영업이익의 3분의 2 가량이 반도체에서만 발생했다. 작년 4분기 영업이익 15조1500억원 중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만 10조9000억원에 달한다. 

현재 3년째 투병중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앞)과 구속 수감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뒤)

프리미엄TV, 스마트폰, 가전 등 반도체 외 사업 '경고음'

2500달러 이상 프리미엄 TV 시장에서는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일본의 소니에 내줬다. 소니는 한때 TV사업 매각설까지 나왔으나 OLED 전략을 통해 부활에 성공했다. OLED 패널 시장을 이끌어 온 LG전자도 프리미엄 TV 부분의 영업이익률이 10%에 육박할 만큼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소니도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을 사용한다. 

스마트폰을 담당하고 있는 IM사업부문의 기류도 심상치 않다. IM사업부문은 삼성전자가 매 분기 실적 갱신을 하는 와중에 2분기(3, 4분기) 연속 실적이 감소했다. 삼성전자 IM부문은 지난 4분기 영업이익 2조42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분기 4조6000억원을 기록한 후 3분기 3조2900억원에 이어 2분기 연속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불과 6개월 전에 비해 영업이익이 반토막 난 셈이다. 하반기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갤럭시노트8의 출시 이후에도 실적이 감소한 것이 충격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지난해 4분기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이 19.1%로 삼성전자(19.2%)를 제치고 1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올해 삼성의 스마트폰 점유율이 지난해보다 1.4% 줄어 2011년 이후 처음으로 20%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을 내놨다. 

인도 시장에서는 샤오미에 밀려 점유율 1위 자리에서 밀려났고, 빅 마켓인 중국과 일본에서의 점유율은 5%를 넘지 못한다. 중국산 중저가 스마트폰의 글로벌 공습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가전(CE)부문 실적 역시 전 분기 대비 감소했다. 지난 4분기 가전 영업이익은 510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올해는 빌트인 가전, 시스템 에어컨 등 B2B 사업을 더욱 강화하고 온라인 판매를 포함한 유통 다변화를 통해 실적 성장을 추진해, 미래 성장 동력을 지속 확보해 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디스플레이 패널 사업은 영업이익 1조4100억원으로 실적 개선을 이뤘다. LCD 부문의 부진에도 아이폰X(텐)용 소형 OLED 패널을 독점 공급한 것이 실적 개선의 요인이다. 그러나 애플은 부품 공급업체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고, 독보적 대형 OLED 패널 제조사인 LG디스플레이와 투자 및 협력하는 것으로 알려져 추가 고객사 확보가 필요하다. 

지배구조 개선과 국내 적폐청산도 부담, 주주친화 정책으로 대응

삼성전자는 정치권과 여론의 강력한 재벌개혁 목소리에도 지주회사 전환 계획이 없다고 밝혔었다. 롯데그룹, 효성그룹 등 국내 대기업들이 문재인 정부 이후 강화된 재벌개혁 정책에 대응해 지주회사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 행보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구속된 상황에서 지주회사 전환 및 그룹 전체에 영향을 미칠 전략 수립 등의 중대 결정이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는 계열사의 독립경영과 주주친화 정책 강화를 발표했다.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에 대한 승마지원 의혹 및 정경유착의 창구라는 비판을 받아온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고, 수요 사장단 회의도 없앴다. 그러면서 배당을 확대하고,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진행하며 지주회사로 당장 전환할 의사가 없음을 강조했다.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은 재벌 그룹들이 지주회사로 전환할 때 주로 활용하는 '인적분할의 마법'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인적분할의 마법' 혹은 '자사주의 마법'이란 회사를 인적분할 할 때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의 의결권이 부활해 재벌 총수 일가가 비용을 들이지 않고 지분을 2배 가량 확대해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밖에도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전량인 404만주(2.11% 지난해 12월20일 종가 기준 5276억원 상당)를 매각해야 한다고 전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하며 삼성SDI가 가지게 된 삼성물산 주식이 새로운 순환출자 고리라는 해석에 따라서다. 

특히 공정위는 이 부회장의 1심 판결이 지난 2015년 있었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청와대의 특혜로 처분 주식수를 줄여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또 삼성그룹 차원에서는 금산분리법에 따른 금융계열사 간 지분 보유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한편, 삼성전자는 오늘(31일) 실적발표와 함께 삼성전자 주식을 50:1 비율로 액면분할 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주가가 대략 250만원 가량이라고 가정하면 5만원에 삼성전자 주식을 살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액면분할을 실시할 경우 더 많은 사람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할 기회를 갖게 되고, 2018년부터 대폭 증대되는 배당 혜택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액면분할이 투자자 저변 확대와 유동성 증대 효과 등 주식 거래 활성화에 기여하고, 이를 통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가치 증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삼성전자의 주주가치 제고 정책은 이재용 부회장이 '비선실세' 최순실 씨와 함께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되며 크게 강화됐다. 

삼성전자는 작년 1월 2016년 4분기 컨퍼런스콜에서  9조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후 소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경유착으로 인한 대통령 탄핵 사태 등으로 재벌개혁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전격적으로 발표한 계획이다. 또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 구속 이후 계열사의 독립경영을 강조하며 지주회사 전환이 없을 것이라 발표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은 계획대로 완료됐다. 지난 2017년 삼성전자는 4회차에 걸쳐 보통주 330만 2000주, 우선주 82만 6000주를 매입해 소각 완료했고,  총 9조2000억원이 집행됐다.

주주친화 정책의 하나로 배당도 크게 늘렸다. 2017년 배당의 경우, 삼성전자는 당초 2016년 대비 20% 상향된 4조8000억원 규모를 계획하고 있었으나, 2018~2020년 주주환원 정책과 마찬가지로 적극적인 배당 시행을 위해 2017년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의 50%인 5조8000억원원 전액을 배당으로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2016년 연간 배당금액인 4조원 대비 약 46% 증가한 수치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이사회는 보통주 21,500원, 우선주 21,550원의 주당 기말 배당을 결의했다.

 

 

백성요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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