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도 '파이프라인 확대'서 '검증된 플랫폼 선별'로 전환
[녹색경제신문 = 민보영 기자] "앞으로는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시장을 확보하고 임상 3상 성공률을 높이는 등 사업화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글로벌 재생의료 시장에서 상당한 규모의 연구개발(R&D) 기반을 확보한 한국 재생의료 시장의 핵심 경쟁력은 후기 임상 전환과 제조·규제·급여까지 연결하는 사업화 역량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개별 신약 후보물질 자체의 기술력뿐 아니라 동종(allogeneic)·인체 내(in vivo) 치료제와 벡터 등 플랫폼 기술, AI 기반 제조공정, 글로벌 임상 및 실사용데이터(RWD), 가치기반 급여 근거를 개발 초기부터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박효진 글로벌데이터 이사는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국내외 첨단바이오 연구개발 및 사업화 동향'을 주제로 발표하며 이 같이 밝혔다. 제2회 제약·바이오 사업개발 전략포럼의 첫 순서로 발표를 진행한 박 이사는 한국이 글로벌 신약 및 재생의료 분야에서 상당한 규모의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있다며 초기 단계에 집중된 파이프라인을 임상·허가·사업화 성과로 연결하는 것이 과제라고 강조했다.
박 이사에 따르면 한국의 신약 파이프라인은 글로벌 신약 가운데 8%를 차지한다. 국가별 본사 소재 기업을 기준으로 집계한 수치로, 미국의 약 40%에 이어 높은 수준이다. 특히 한국 파이프라인 가운데 세포·유전자치료제(CGT)가 차지하는 비중은 11%로 집계됐다.
재생의료 파이프라인도 상당한 규모다. 글로벌데이터는 한국 기업들이 보유한 재생의료 관련 개발 자산을 243개로 집계했다. 재생의료 분야 기업은 2023년 76개에서 2025년 138개로 약 8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역시 국내 첨단재생바이오 산업의 기업 기반이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다.
양적 기반 확보...초기 단계 편중된 파이프라인은 과제
파이프라인 임상 단계가 비임상·1상 등 초기 단게에 편중된 점은 한계로 꼽힌다. 글로벌데이터가 분석한 한국 재생의료 파이프라인은 디스커버리와 전임상 단계에 상당수가 집중돼 있다. 발표 자료 기준으로 전체 활성 파이프라인 175개 가운데 디스커버리가 37개, 전임상이 74개로 두 단계에만 111개가 몰려 있다. 임상 1상은 11개, 2상은 29개, 3상은 6개, 상업화 단계는 9개다.
박 이사는 "재생의료는 임상시험을 통과하지 못하고 중단되는 경우가 많으며, 특히 3상에서 병목이 발생한다"며 "특히 재생의료는 환자 모집과 제조 과정이 복잡하고 개발비용도 높아 후기 임상에서 자금 부담과 개발 리스크가 동시에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재생의료 시장에서 연구개발 단계의 기술적 가능성뿐 아니라 제조공정의 재현성, 대량생산 가능성, 장기 안전성, 비용효율성이 사업화 여부를 결정하는 만큼 핵심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이다.세포치료제의 제조 방식 개선도 과제로 남아 있다. 환자의 세포를 채취해 배양·유전자 조작 등의 과정을 거친 뒤 다시 환자에게 투여하는 '자가(autologous) 방식'은 생산과 물류가 복잡해 제조 실패 가능성, 비용 부담 등을 가중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 이사는 "향후에는 이미 제조된 제품을 필요 시 투여할 수 있는 '오프더셸프(off-the-shelf)' 치료제 개발 역량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단순히 후보물질의 효능을 높이는 문제를 넘어 동종(allogeneic) 세포치료, 세포은행, 배양공정, 자동화, 품질관리 등 제조 전반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오프더셸프는 환자마다 세포를 채취·배양해 맞춤 제작하는 방식이 아니라, 미리 대량 생산·보관해 필요할 때 여러 환자에게 바로 투여할 수 있는 치료제를 말한다.
'오프더셸프' 전환으로 제조 경쟁력 확보
한국 정부도 이 같은 산업적 병목을 정책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올해 확정된 제2차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기본계획(2026~2030)은 원천기술 개발부터 임상 전환, 제조 혁신과 사업화까지 전주기 경쟁력 강화를 추진한다. 특히 AI·바이오 빅데이터 활용과 함께 AI·로봇 기반 제조공정 자동화 및 데이터 기반 품질관리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박 이사는 차세대 경쟁 분야로 CAR-T를 포함한 세포치료제, iPSC, AI 기반 CMC 부문을 핵심 축으로 제시하고 ▲후기 임상 진입 가능성 ▲대량생산 및 제조원가 ▲품질관리 ▲장기 안전성 ▲글로벌 규제 대응 ▲보험급여 및 가격 접근성까지 개발 초기부터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생의료는 한 번의 투여로 장기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높은 제조비와 치료비, 제한적인 환자 규모, 장기 안전성 추적이라는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며 "글로벌데이터가 제시한 성공 사례에서도 기술적 성공과 상업적 성공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부연했다.
제약바이오사업개발연구회 주최로 열린 이번 첨단바이오 글로벌 사업화 전략 포럼은 국내외 첨단바이오 연구개발·사업화 동향을 비롯해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과 정책 방향 등이 논의됐다.
이재현 제약바이오사업개발연구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그동안 축적한 연구개발 성과를 실제 사업화와 글로벌 시장 진출로 신속하게 연결하는 것이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과제"라며 "이번 포럼을 통해 첨단바이오를 둘러싼 국내외 정책과 시장 환경을 점검하고, 글로벌 사업화를 위한 실질적인 전략과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민보영 기자 re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