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시장·난장판·대발해’ 시대의 모순과 인간의 존엄 기록한 50년
‘문학에서 정치까지’ 박수현 지사 “인간의 존엄을 존중하는 사회 만들 것”
[녹색경제신문 = 박웅현 기자]대한민국 최초의 밀리언셀러 소설 ‘인간시장’으로 한국 문학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김홍신 작가가 등단 50주년을 맞아 자신의 문학적 뿌리인 충남 논산에서 반세기 창작 인생을 되돌아보는 뜻깊은 자리를 가졌다.
7일 논산 건양대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김홍신 문학제’는 한 작가의 문단 활동을 기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문학으로 시대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정치 현장에서도 사회적 정의를 실천하려 했던 지식인의 삶을 조명하는 무대로 펼쳐졌다.
이날 박수현 충남도지사는 개막식에 참석해 김 작가의 등단 50주년과 보관문화훈장 수훈을 축하하며 문학과 정치의 영역에서 인간의 존엄을 강조해 온 그의 발자취에 경의를 표했다.
1947년 충남 공주에서 태어나 논산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김 작가는 1976년 문예지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이후 1981년 발표한 장편소설 ‘인간시장’이 대한민국 최초로 단행본 판매 100만 부를 돌파하면서 한국 대중문학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인간시장’은 주인공 장총찬을 통해 권력과 돈, 폭력이 얽힌 사회의 어두운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작품이다. 경제성장 이면에 가려졌던 부패와 불평등, 인간의 욕망을 소설의 중심으로 끌어올리며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후 김 작가는 ‘바람 바람 바람’, ‘칼날 위의 전쟁’, ‘난장판’, ‘대곡’, ‘내륙풍’ 등을 통해 사회적 약자의 삶과 권력의 속성, 인간 내면의 갈등을 지속적으로 파고들었다.
특히 ‘난장판’에는 청소년기를 보낸 논산의 장터와 서민들의 삶이 녹아 있다. 가난과 혼란 속에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인간의 생명력을 그려내며 지역의 기억을 문학적 자산으로 승화시켰다.
그의 문학적 시선은 사회 현실에서 민족의 역사로도 확장됐다.
2007년 발표한 대하역사소설 ‘김홍신의 대발해’는 방대한 문헌 조사와 현지 답사를 바탕으로 발해의 건국과 발전 과정을 재구성한 작품이다. 당대 사회를 비판하던 작가가 역사의 기억을 복원하는 작업으로 창작 영역을 넓혔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인생사용설명서’ 등 에세이를 통해서는 삶의 태도와 행복, 인간관계에 관한 성찰을 이어가며 문학이 사회를 비판하는 도구이자 개인의 삶을 위로하는 통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등단 50주년인 올해에도 그의 집필은 계속됐다. 지난 9월 초기 대표작 ‘난장판’ 개정판을 선보인 데 이어 이달 2일에는 142번째 저서인 장편소설 ‘유다의 어머니’를 출간했다.
신작은 1979년 12·12 군사정변과 1980년 5·18 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권력의 폭력과 인간의 양심을 다루며, 시대의 불의에 질문을 던져 온 작가의 문제의식을 다시 보여준다.
문학에서 출발한 그의 여정은 정치로도 이어졌다.
제15·16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 작가는 8년간 의정 활동을 펼치며 문학에서 추구했던 사회적 정의와 인간 존중의 가치를 현실 정치에서도 실천하고자 했다.
박 지사는 “김홍신 작가는 정치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몸소 보여주신 분으로, 헌정 사상 최초로 8년 연속 의정 활동 평가 1등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여야를 막론하고 가장 모범적인 의정 활동을 펼친 정치인”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문학제는 사전 공연과 기념 영상, 각계 축사, 보관문화훈장 전달, 토크콘서트, 세시봉 공연 등으로 이어지며 작가의 문학 세계를 시민들과 공유하는 자리가 됐다.
무엇보다 논산에서 열린 이번 문학제는 지역의 삶과 기억이 어떻게 한국 문학의 주요 작품으로 탄생했는지를 되짚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김홍신문학관을 중심으로 그의 작품과 정신을 보존하고 이를 청소년 문학교육과 지역 문화예술 활동으로 연결하는 일도 앞으로의 과제로 남는다.
특히 사회적 갈등과 정치적 대립이 반복되는 오늘날, 문학을 통해 권력의 부당함을 비판하고 인간의 존엄을 강조해 온 김 작가의 철학은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박 지사는 “작가께서는 문학의 소명 중 하나가 ‘필주(筆誅)’라고 하셨는데, 작가님의 뜻을 가슴에 새기고 ‘사람의 존엄’을 존중하며 중히 여기는 사회를 만들어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50년 전 소설로 시대의 모순에 맞섰던 청년 작가는 한국 문학의 원로가 됐지만 그의 펜은 여전히 사회와 인간을 향하고 있다.
이번 문학제는 밀리언셀러 작가의 성공 신화를 넘어 문학이 시대를 기록하고 불의에 질문을 던지며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야 한다는 반세기의 신념을 다음 세대로 이어가는 자리로 의미를 남겼다.
박웅현 기자 seoulca1919@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