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정말 잘 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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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정말 잘 한 일이다
  • 정우택
  • 승인 2011.03.31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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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익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이명박 대통령)
“정부가 약속했던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계획대로 추진할 수 없게 된 데 대해 영남주민과 국민들에게 죄송하다.” (김황식 국무총리)
“정부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 김해 공항의 가덕도 이전을 추진하겠다.” (허남식 부산시장)
“앞으로 일어나는 모든 사태는 정부의 책임임을 밝힌다.” (김범일 대구시장)

동남권 신공항 건설계획이 백지화 되던 날 신공항과 관련된 사람들이 쏟아낸 말이다. 대통령과 국무총리는 죄인의 마음이었고 영남권 자지단체장과 이 지역 한나라당 의원들은 벌떼처럼 달려들었다. 할 수 있는 말은 다 했다.

 
신공항이 백지화 된 것은 선거 공약이 발표될 시점부터 예상되는 일이었다. 당시 대선후보였던 이 대통령과 영남권 주민, 영남권 의원들은 잔뜩 기대에 차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은 “또 공항을 지으면 어떻게 하느냐”며 우려를 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 우려가 이번에 국무총리의 입을 통해 현실화 되었다.

우선 동남권 신공항을 지어야 되는지부터 따져보자. 박창호 입지평가위원장은 국토해양부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밀양이나 가덕도 두 곳 모두 경제성이 떨어지는데다 환경문제까지 불러와 신공항 후보지로 적합하지 않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이번 평가는 경제성과 공항운영, 사회․환경성에 초점을 맞췄는데 밀양이 100점 만점에 39.9점, 가덕도가 38.3점을 얻었다.”고 밝혔다. 당락 기준은 50점 이었다. 박 위원장은 밀양과 가덕도 모두 환경훼손과 사업비 과다 등의 문제를 가지고 있으며 경제성도 떨어져 공항 입지로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대선 공약이 그것도 정권 후반기에 백지화 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정치인들이 실현 가능성이나 비용은 따지지 않고, 인기에 영합해서, 어떻게든지 표나 얻으려고 불쑥불쑥 공약이라는 것을 내놓고, 주민들은 이 공약이 실천될 줄 알고 표를 몰아주는 후진국형 정치형태가 영남권 신공항을 통해 잘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닭 좇던 개가 된 꼴이다. 이런 꼴은 주면에 널려 있다. 세종시도 얼마나 시끄러웠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또 어떻게 되고 있나? 여당과 야당 할 것 없이 국회의원 출마자들이 떠벌린 뉴타운은 어떤가? 모두 표와 연결되어 대통령을 탄생시키고, 시도지사를 탄생시키고, 국회의원을 탄생시켰지만 죽어나는 것은 거기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동남권 신공항도 결국은 이런 선심성 공약의 하나였다.

필자는 동남권 신공항이 불발 난 것을 국가적인 시각에서 보고 싶다. 지역적으로 보면 당연히 건설되어야 한다. 대통령 후보가 약속한 것이고, 또 동남권에 사람들이 몰려 있고, 산업도 많이 발달해 있다는 것을 안다. 그렇지만 우린 더 넓은 시각으로 한반도 지도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지금 한국에는 15개의 공항이 있다. 물론 자진 폐쇄한 것까지 치면 20여 개에 달한다. 영남권에만 우선 김해공항, 대구공항, 포항공항, 울산공항, 사천공항 등이 운영 중이다. 예천공항과 울진공항은 폐쇄됐다. 여기에 밀양이나 가덕도에 공항이 또 생긴다면 과연 장사가 될까? 어림도 없는 일이다.

호남도 마찬가지다. 여수공항, 무안공항, 목포공항, 광주공항, 군산공항에 비행기가 뜨고 내린다. 김제공항은 중도에 포기했다. 호남에 5개의 공항이 있다는 게 이해가 되는 일인가? 강원도? 거기도 그렇다. 원주공항, 양양공항이 있지만 적자투성이다. 청주공항?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렇게 공항이 많은 것은 경제성이나 환경, 더 나아가 국가를 본 게 아니다. 정치인들이 지역감정과 지역 이기주의를 이용해 표를 얻기 위한 ‘몸부림’이었다고 보는 게 차라리 마음이 편하다. 표만 되면 여기 저기, 닥지닥지 공항을 세운게 우리 정치다. 이런 모습은 지역감정을 이용한 정치인들에게 큰 잘못이 있지만 이에 동조한 지역 주민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다시 동남권 신공항으로 돌아가 보자. 필자는 동남권 신공항이 백지환 된 게 국가를 위해서는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영남지역 지역단체장과 국회의원은 동남권 신공항에 목을 매지 말고 대한민국이라는 큰 틀에서 문제를 봐야 한다. 그럼 정부의 이번 조치가 시작은 잘 못됐지만 끝은 잘 됐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동남권 신공항의 충격은 오래 갈 것이다. 영남권의 반발이 생각보다 훨씬 강렬하고, 그 파장은 앞으로 있을 각종 선거와 총선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 이 대통령과 영남권이 등을 돌리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우린 이번 결정이 국가를 위해 불가피했다는 이 대통령의 안타까운 말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정우택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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