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4세경영 맏형'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시련과 도전...굴뚝기업의 디지털 전환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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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4세경영 맏형'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시련과 도전...굴뚝기업의 디지털 전환 '시험대'
  • 박근우 기자
  • 승인 2019.03.20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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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곤 선대회장 유지 이어 '뉴 두산' 재도약 비전과 미래 이끌어야 '무거운 책임감'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은 기존 사업의 가치와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자 새로운 사업 기회를 포착하는 기반입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56)이 올해 1월 2일 신년사부터 밝힌 말이다. 

전사적으로 펼치는 ‘디지털 전환’을 기반으로 한 혁신적 사고로 신사업에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19일 재계 관계자는 "두산그룹은 최대 위기에서 박정원 회장이 구원투수로 나선 이후 턴어라운드(Turnaround) 시기를 보냈다"며 "하지만 글로벌 업황의 침체와 정부의 탈원전 정책 등 그룹 내외부 환경이 힘든 상황에서 재무구조 개선을 비롯한 그룹의 위기 극복 노력은 진행형"이라고 말했다. 

박정원 회장의 구원투수 역할...2년 연속 영업이익 1조원 '턴어라운드 '하지만...'

박정원 회장은 지난 2016년 3월, 재계 처음으로 4세 경영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그 당시 두산그룹은 전체적으로 실적이 곤두박질치며 최악의 시기였다. 박 회장은 일부 계열사 매각,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에 나서야 했다.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사업부, 두산건설 배열회수보일러사업, 두산DST 등이 팔려나갔다. 수천 명의 직원들이 회사를 떠났다. 고통의 시간이었다.

해외전시회를 참관 중인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그 사이 그룹의 체질 개선을 통해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 등 침체됐던 계열사의 수익을 한 단계 끌어 올려 성장세로 돌려놓았다. 

그 결과 두산그룹은 2017년과 2018년, 최근 2년 연속 영업이익 1조원대 시대를 이어갔다.

어느 정도 성과라고 할 수 있지만 박정원 회장에게는 여전히 숙제가 산적해 있다. 두산그룹의 내실을 다지는 한편 신사업을 안착시켜 성장동력으로 마련해야 한다. 

박정원 회장은 “연료전지 사업은 시장 확대에 힘을 기울이고 협동로봇, 드론용 수소연료전지 사업은 본격 성장을 위해 박차를 가해야 할 때”라며 "가스터빈, 전지박, 에너지저장장치(ESS), 풍력 등 기존 사업분야에서 진행해 온 신사업(신재생에너지)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공략해 나가야 한다”고 구체적인 경영전략을 내세웠다.

'아픈 손가락' 두산건설의 재도약 '관건'...두산중공업 유상증자 참여 '리스크'

두산타워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두산중공업 노조 관계자.

하지만 두산건설은 리스크 요인이다. 지난해 1조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 두산건설은 건설 경기가 상당 기간 침체를 지속할 것으로 판단하고, 이에 대한 선제적 조치로 대손충당금 설정 등에 약 5000억원의 일회성 비용을 반영했다. 

이에 두산건설은 4200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 중 3000억원을 최대주주인 두산중공업이 부담한다. 두산중공업도 별도로 6000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지주회사인 (주)두산도 출자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두산중공업 노조는 반발하고 있다.

19일 두산타워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두산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이 왜 두산건설의 유상증자에 참여해야 하느냐"며 "두산중공업을 망치고 있다. 직원들부터 챙겨야 하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두산건설은 최근 국내외 수주가 늘면서 숨통이 트이고 있다. 지난 11일 미얀마 전력에너지부가 발주한 500㎸ 타웅우-카마나트 송전선로 공사를 수주했다. 지난해 말 국내에서 작전현대아파트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1244억원 규모), 새만금~전주간 고속도로 건설공사(1058억원 규모)를 수주하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박정원 회장에게 최근 또 다른 아픔이 찾아왔다. 지난 3일, 아버지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이 향년 87세로 하늘나라로 떠났다. 슬픔을 가슴에 안고 장남으로서 조문객을 맞이해야 했다. 4세 경영인 후배로 막역한 구광모 LG 회장의 조문은 '동병상련'처럼 다가왔을 터.

선대회장 박용곤 유지 이어 재계 첫 4세 경영시대 '홀로서기'...시련과 도전

정신적 지주였던 박용곤 선대회장의 부재는 시련이자 또 다른 도전이 됐다. 다음 세대로 이어갈 두산의 내일은 오롯이 박정원 회장의 몫이기 때문이다. 

최근 타계한 아버지 박용곤 명예회장의 빈소를 지키는 박정원 회장(가운데).

사실 두산그룹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이다. 1986년 8월 1일 창업했으니 올해로 123년이나 된다. 두산은 박승직 창업주 시절에는 포목점을 하다가 2대인 박두병 초대회장 때는 이를 다 정리하고 식음료로 바꾸었다. 박용곤 명예회장이 경영을 맡은 3대 시절에는 중공업 그룹으로 탈바꿈했다. 자산 30조원(재계 순위 13위)의 글로벌 기업으로 기틀을 다졌다. 

당시 식음료 사업 매각 대금을 기반으로 2001년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2005년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 2007년 밥캣(현 두산밥캣) 등을 차례로 인수해 중공업 기업으로 변신했던 것.

이제 박정원 회장은 '뉴(New) 두산' 비전과 미래를 만들어야 하는 책임이 주어진 셈이다. 동생 박지원 두산그룹 부회장 겸 두산중공업 회장(54) 등이 함께 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최대 IT전자 전시회 'CES 2019'에 박지원 부회장이 참관에 나선 것도 커다란 변화다. 굴뚝기업의 IT 변신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

굴뚝기업의 변신 '디지털 전환'...CES 참관 '4차산업혁명 시대' 성장동력 발굴

내년 CES에는 전시부스를 마련해 참가도 예상된다. 4차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오픈이노베이션과 융합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점에서 두산그룹의 변화가 주목받는 대목이다. 

두산의 드론용 연료전지.

두산그룹은 이미 첨단 IT기술도 상당히 확보하고 있다. 1회 충전으로 2시간 비행이 가능한 두산의 드론용 연료연지 묶음, 수백㎞ 떨어진 곳에서도 5G 통신으로 원격조종할 수 있는 두산인프라의 굴삭기, 두산로보틱스의 협동로봇 등이 대표적이다. CES에서 두산그룹의 신기술을 볼 수 있는 날도 멀지않은 미래일 수 있다. 

두산은 기존 사업 분야에도 ‘디지털 전환’을 추진해 가시적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11월 인도 석탄화력발전소에 수십만 건의 운전 시나리오를 분석해 발전 효율을 개선하고, 오염물질 발생을 줄이는 인공지능(AI) 디지털 솔루션도 공급한 바 있다. 

성장성이 큰 2차전지용 전지박은 헝가리 연 1만톤 생산라인이 2019년말 완공 예정이다. 룩셈부르크 소재 동박 제조 계열사 CFL의 일부 라인 개조로 2차전지 업체들에게 물량 조기 공급도 예정됐다. 스마트폰용 FCCL(연성회로기판), OLED 소재 등도 지속 성장이 예상된다. 

이처럼 두산그룹의 변화는 굴뚝기업을 넘어 혁신과 변화 속에 '디지털 전환' 진화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두산, 두산인프라코어, 두산밥캣 등이 선전 중인 가운데 신사업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두산건설, 두산중공업 등이 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며 "두산그룹은 굴뚝산업이 주력이지만 젊고 친근한 이미지가 있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한다면 재도약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정원 회장은 선대회장의 유지를 이어 두산그룹을 어떻게 변모시킬 지 시험대에 서게 됐다. 올해는 사실상 '홀로서기' 원년이나 다름없어 절박감과 간절함이 더 크다. 박 회장의 현장 소통경영과 소탈함이 돋보인다는 평가다. 위기와 기회 속에서 재도약의 내일을 준비하는 두산그룹에 대한 기대가 여전한 이유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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